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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스크랩

하늘나라 편지

by 소행성3B17 2016.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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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 편지


오래전 피시방에서 아르바이트할 때 겪은 일입니다. 

어느 날, 초등학생으로 되어 보이는 한 아이가 

100원짜리 동전 하나를 건네며 10분만 인터넷을 할 수 있느냐고 했습니다.

저는 아이에게는 미안하지만, 규정대로 500원이 있어야

사용할 수 있다며 단호하게 거절했습니다.


그래도 그 아이는 100원밖에 없는데 

10분만 하게 해주면 안 되냐고 계속 생떼를 썼습니다. 

내일 400원 더 가지고 오라 했지만 아이는 울음을 터뜨리며 말했습니다.

"아빠한테 편지 써야 한단 말이에요."


저는 꼭 컴퓨터로 쓰지 않아도 된다며 편지지에 써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아이는 또 울먹이며 대답했습니다.

"편지지에 쓰면 하늘나라에 계신 저희 아빠가 볼 수 없어요."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하늘나라에 계신 아빠에게 편지를 써도

답장이 없어 이메일을 보내려고 한다고 했습니다.

컴퓨터는 모든 나라에서 사용할 수 있으니까

하늘나라에도 갈 거라고 아이는 천진하게 말했습니다.


그 초롱초롱한 눈망울에 가슴이 짠해져서

컴퓨터 한 자리를 내어 주고 꼬마가 건네는 100원을 받았습니다. 

10분 후, 꼬마가 와서 자신의 이메일을 하늘나라에 

꼭 보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아이가 남기고 간 편지에 저는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TO. 하늘에 계신 아빠


아빠, 저 승우예요.

거기는 날씨가 따뜻해요? 춥지 않나요? 

여기는 너무 더워요. 

아빠, 밥은 드셨어요?

저는 조금 전에 할머니랑 콩나물이랑 김치랑 먹었어요.

아빠~ 이제는 제 편지 보실 수 있을 거예요.

피시방 와서 아빠한테 편지 쓰니깐요. 


아빠 많이 보고 싶어요.

꿈속에서라도 아빠 보고 싶은데

저 잘 때 제 꿈속에 들어와 주시면 안 돼요?

아빠 저 이제 그만 써야 돼요.

다음에 또 편지할게요. 


세상에서 아빠가 가장 사랑하는 승우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빠한테 드림




누군가 내게 도움을 청한다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그냥 지나치지 말고 

귀 기울여주는 우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 그에겐 가장 간절한 소원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 오늘의 명언

사랑의 첫 번째 의무는 상대방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 폴 틸리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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