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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시144

[시] 오든 - 나그네여 보라 나그네여 보라 나그네여, 보라 이 섬을 뛰노는 광선에 비쳐 그대를 즐겁게 하는 여기에 움직이지 말고 가민히 서 있어 봐라. 수로를 따라 출렁대는 바닷소리가 강물처럼 흘러 들어오리라. 이곳 작은 벌판 끝머리에 잠시 머루르리다. 백악(百堊)의 충벽을 내리질러 파도가 부서지고, 치솟는 암벽이 밀치고 닥치는 조수에 항거하는 이곳, 빨아들이는 파도를 따라 조약돌이 서로 뒤를 쫓고, 갈매기는 잠시 깍은 듯한 물결 위에 날개를 쉰다. 아득한 저편에 몇 척의 배가 물 위에 떠도는 씨앗처럼, 저마다 바쁜 일로 흩어져 간다. 이제 이 전경이 틀림없이 그대의 기억 속에 들어가 거기 생동하리라, 마치 거울 같은 항만을 흘러 온 여름 동안 바다 위를 산책하는 구름장과도 같이. ※ 이 시는 바닷가에서 느낀 감정을 노래하고 있다... 2018. 4. 10.
[시] 오든 - 어느 날 저녁 외출하여 어느 날 저녁 외출하여 어느 날 저녁 외출하여 브리스틀 거리를 거닐었을 때 포도 위의 군중들은 수확철의 밀밭이었다. 넘칠 듯한 강물 가를 거닐었을 때 한 애인이 철로 아치 아래서 노래하는 것을 나는 들었다. "사랑은 영원하여라. 그대여, 나는 그대를 사랑, 사랑하리라. 중국과 아프리카가 합쳐질 때까지 강이 산을 뛰어 넘고 연어가 거리에서 노래할 때까지 세월은 토끼처럼 뛸 것이다. 내 두 팔 안에 세월의 꽃과 세계의 첫 사랑이 안기워 있으매." 그러나 거리의 시계들은 모두가 윙 하고 돌면서 울리기 시작한다. "아, 시간에 속지 말지니라. 나희는 시간을 정복할 수가 없다. 공경이 드러나 있는 악몽의 흙더미 속에서 시간은 그늘에서 바라보며 너희가 키스할 때 기침을 한다. 여러 푸른 골짜기에 무섭게 눈이 뒤덮인.. 2018. 4. 10.
[시] 엘리어트 - 황무지 황무지 1. 죽은자의 매장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불모의 땅에서 라일락을 꽃 피게 하고, 추억과 정욕을 뒤섞어, 봄비로 잠든 뿌리를 깨어나게 한다. 겨울이 차라리 따스했었나니 망각의 눈으로 대지를 덮고 빼마른 구근으로 작은 목숨을 이워줬거니. 여름은 난데없이 쉬타른베르거 호수를 건너 묻어 오는 소나기로 덮쳐온지라, 우리는 회랑에서 머물렀다가 햇빛 속을 공원으로 가서 커피를 마시고 한 시간 동안 이야기했소. 나는 러시안인이 아니라 리투아니아 출신의 순수한 독일인이오. 어렸을 때는 사촌인 대공(大公) 집에 있었소. 사촌이 날 썰매에 태웠기 때문에 아주 무서웠어요. 사촌이 말하기를 마리, 마리 꼭 붙들어. 그리고 함께 미끄러져 내렸지요. 산 속에 있으면 느긋해지지요. 밤에는 대개 책을 읽고, 겨울에는 남쪽에.. 2018. 4. 10.
[시] 샌드버그 - 안개 안개 안개가 내린다 작은 고양이 발에. 안개는 조용히 앉아 말없이 항구와 도시를 허리 굽혀 바라보다가 어디론지 떠나간다. ※ 고요히 어디에서부터인지 모르게 찾아오는 안개를 작은 고양이에다 의인화한 기교에 이미지스트다운 면이 드러나 있다. 그에게는 많은 자연시 계열에 속하는 작품이 있는데, 이 시는 작자 회심의 주욕편이다. 거칠기 짝없는 속에 슬랭을 분방하게 사용한 '시카고'의 작가가 쓴 작품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 섬세한 묘사이다. 칼 샌드버그 (Carl Sandburg, 1878~1967) 미국 중서부 출신의 시인. '시카고 시편', '매연과 강철' 등에 있어 미국의 슬랭 언어를 사용하고 자유시형을 구사하여 야성적인 근대조시인 사키고를 노래하였기 때문에 기계 시대의 시인이란 이름을 얻었다. 그러나 .. 2018. 4. 9.
[시] 샌드버그 -시카고 시카고 세계를 위한 돼지 도살자, 연장의 제작자, 밀을 쌓아 올리는 자, 철도 도박사, 온 나라의 화물 취급자. 떠들썩하고 꺼칠한 목소리에 왁자지껄한 어깨가 떡 벌어진 건강한 도시. 사람들은 너를 가리켜 악의 도시라 하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짙은 화장을 한 너의 여인들이 가스등 밑에서 시골에서 올라온 젊은이들을 유혹하는 것을 나는 보았다. 사람들은 너를 가리켜 흉악한 도시라 하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갱이 사람을 죽이고, 또한 사람을 죽이기 위하여 석방되어 가는 것을 나는 분명이 보았다. 사람들은 너를 가리켜 잔인하다고 하고, 나 도한 그렇게 생각한다. 부녀자와 어린이들의 얼굴에 심한 굶주림이 깃들여 있는 것을 나는 보았다. 이렇게 대답하고 나서 나의 이 도시를 비웃는 사람들을 향해 다시 한번 .. 2018. 4. 9.
[시] 헤세 - 편지 편지 몰아치는 사나운 저녁 바람에 몸을 내어젖고 있는 보리수 그 나무 사이로 비치는 달이 내 방을 환히 밝게 해 준다. 무정스럽게 떠나간 그 사람 그에게 기나긴 편지를 쓰면 종이장 위에 달 그림자 스미고. 내가 쓴 글자 위를 비쳐 가면서, 흐르는 달빛! 소리 없는 달빛이여! 내 마음 고요히 흐느껴 울다가 잊었어라, 달과 밤을 향한 기도와 잠마저도. ※ 헤세는 일찍부터 괴테의 시와 낭만파의 시를 좋아하면서 서정시를 썼다. 노발리스나 이이헨도르프나 헤나우 등을 연상케 하는 몽상과 향수감 짙은 작품이 많은데, 이 시 역시 헤세의 고독한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고 있다. 헤르만 헤세 (Hermann Karl Hesse, 1877~1962) 헤세는 남부 독일 시바벤의 카르프에서 태어나 일찍부터 코스모폴리턴적인 평화주.. 2018.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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