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문

[시] 김광균 - 외인촌

by 소행성3B17 2016. 12. 15.
반응형

 외인촌



  하얀 모색(暮色) 속에 피어 있는

  산협촌(山峽村)의 고독한 그림 속으로

  파아란 역등(驛燈)을 달은 마차(馬車)가 한 대 잠기어 가고,

  바다를 향한 산마룻길에

  우두커니 서 있는 전신주(電信柱) 우엔

  지나가던 구름이 하나 새빨간 노을에 젖어 있었다.

 

  바람에 불리우는 작은 집들이 창을 내리고,

  갈대밭에 묻히인 돌다리 아래선

  작은 시내가 물방울을 굴리고 

  

  안개 자욱한 화원지의 벤치 우엔

  한낮에 소녀들이 남기고 간

  가벼운 웃음과 시들은 꽃다발이 흩어져 있다.

 

  외인 묘지(墓地)의 어두운 수풀 뒤엔

  밤새도록 가느란 별빛이 내리고,

 

  공백한 하늘에 걸려 있는 촌락(村落)의 시계(時計)가

  여윈 손길을 저어 열시를 가리키면

  날카로운 고탑(古塔)같이 언덕 우에 솟아 있는

  퇴색한 성교당(聖敎堂)의 지붕 우에선

 

  분수(噴水)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 소리.







  ※ 이 시는 그의 첫시집 '와사등(1939)'에 수록된 작품으로, 6연으로 짜여진 회화시다. 표현의 특징으로는 참신한 이미지와 신선한 비유로 회화적 감각미를 살린 것이다.

  이 시는 외국인이 집단으로 모여사는 '외인촌'(이 시에서는 우리가 사는 현실,  또는 두메 산골이 이국땅과 같다는 뜻에서, 이국적 정취의 시적 효과를 높이기 위하여 사용된 제목이라 볼 수도 있다)을 소재로 하여 저녁에서 밤까지의 시간적 배경으로 이루어진 시다. 김광균은 서구 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았으나, 서정을 바탕으로 하고 회화적 수법에 치중하였으므로 그의 시는 주지적인 면보다는 주정적인 면이 강했다. 이 시의 주제는 외인촌이 풍겨주는 이국적인 정취와 그 정경이라 하겠다.




  

   김광균(金光均 1914~1993)

  실업가. 경기도 개성 출생. 송도상고 졸업. 이후 회사에 취직, 생업에 종사 하면서 시를 쓰기 시작함. 시 '야경차(夜警車; 1930)'를 투고 하여 발표한 이후 이육사, 신석초, 서정주 등과 동인지 '자오선(1937)', '시인부락(1936)' 등에 참가했음. 영국 이미지즘 시운동을 도입, 소개한 편석촌(片石村)'의 이론과 시작에 크게 공명하여 '시는 회화다' 라는 모더니즘의 시론을 실천했음. 시집 '와사등(1939)', '기항지(1947)' 등에 이어, 10여 년 만에 문단 고별 시집인 '황혼가(黃昏家; 1957)'를 간행함. 6.25 사변때 작고한 사형(舍兄)의 뒤를 이어 실업계에 투신, 문단과는 인연을 끊고 건설실업공사(建設實業公司) 사장으로 있었다.



반응형

'인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장만영 - 달·포도·잎사귀  (0) 2016.12.26
[시] 김광균 - 언덕  (0) 2016.12.15
[시] 김광균 - 데생(뎃상)  (0) 2016.12.15
[시] 김광균 - 추일 서정(秋日抒情)  (0) 2016.12.15
[시] 김광균 - 와사등(瓦斯燈)  (0) 2016.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