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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밭 새벽편지6

온 세상이 더러워질까 봐 온 세상이 더러워질까 봐 어느 날 오후 7살 작은딸 의진이가 현관문 앞에서 큰 소리로 엄마를 부릅니다. "그래! 의진이 왔니? 문 열렸으니 들어와." 그러자 의진이가 다시 큰소리로 외칩니다. "엄마! 제 손에 든 것이 많아서 문을 열 수 없어요!" 무슨 소린가 하여 문을 열었더니 딸아이가 양손에 잔뜩 쓰레기를 들고 서있었습니다. '어찌 된 거냐?' 고 물으니 언니오빠들이 학원 근처 분식집 앞에 쓰레기를 버리고 갔다면서 아이스크림 껍데기, 떡볶이 컵 등을 주워서 양손 가득 들고 학교 앞에서부터 걸어서 집으로 가져 온 것입니다. 아파트 올라오는 언덕에서 쓰레기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애써서 들고 온 티가 납니다! 얼굴이 상기었고 손등엔 떡볶이 컵에서 흘러내린 국물이 주르륵... "온 세상이 더러워질까 봐 .. 2015. 8. 4.
아빠하고 나하고 아빠하고 나하고 곤히 잠든 아빠의 팔을 베고 누웠더니 놀랐는지 눈을 번쩍 뜬다. 당신의 팔을 베고 옆에 누운 사람이 딸이란 걸 아는지 모르는지 멀뚱멀뚱 그 큰 눈을 껌뻑이다가 그새 또 잠이 든다. 하루에도 몇 번씩 허공으로 팔을 뻗어 '엄마 엄마' 하며 낮은 고함을 치는 아빠. 그런 아빠를 꼬옥 안아 '괜찮다 괜찮다' 하고 등을 토닥이면 애기처럼 스르륵 다시 잠이 든다. 나이 서른둘에 부모님께 반말이냐며 버릇없다지만 지금의 아빠에게 난, 예의 갖춘 딸이기 보다 친구가 되어야할 순간이 더 많다. 24시간을 아빠 곁에서 대답도 않는 아빠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운동하자며 힘 빠진 팔다리를 쭉쭉 잡아 흔들고 밥을 많이 먹으면 잘했다 칭찬을 하고 옷을 갈아입으면 이쁘다 박수를 쳐준다. 그 옛날 내가 꼬마일적.. 2015. 8. 4.
새들도... 새들도... 일어나요... 나와 같이 드높은 하늘을 훨훨 날자고 약속 했잖아요... 벌써 잊어버린 건 아니겠죠? 이렇게 차가운 바닥에 누워있지 말고 어서 일어나란 말이에요... 바보같이 왜 이렇게 누워 있는 거예요... 숨을 놓아버린 것처럼 그렇게 미동도 하지 않는 모습... 전 무서워요. 당신이 일어나지 않으면 강제로 라도 일으킬 거예요. 어서 일어나요... 제발... 제발... 당신이 없는 지금 난... 어디서부터 어떻게 당신을 그리워해야 하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잊어야 할지... 내 가슴에선 아직도 당신의 미소와 당신의 따듯한 마음이 너무나 선명한데... 잊어야 하나 조차도 잘 모르겠는데 당신에게 묻고 싶지만 그것조차도 못하겠는데 난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에게 자꾸자꾸 묻게 .. 2015. 7. 29.
평생의 동반자 평생의 동반자대학원의 한 노교수가 수업이 끝날 무렵에 결혼한 여학생에게 좋아하는 사람 20명의 이름을 칠판에 써보라고 말했다 그 학생은 가족, 친구, 회사 동료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적어 나갔다. 학생이 이름을 다 적자, 교수는 학생에게 그 20명 중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람 하나를 지우라 했다. 학생이 한 명의 이름을 지우자 교수가 또 말했다. “그다음으로 중요하지 않은 사람 이름을 하나 지우게나.” 학생은 교수의 요구에 따라 사람들의 이름을 계속 지우고, 결국 칠판에는 부모님과 남편, 자녀 네 사람만 남았다. 교실 안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교수가 조용히 말했다. “별로 중요치 않은 사람 이름을 다시 지워 보게.” 그녀는 한참 망설이다가 아버지의 이름을 지웠다. 교수는 이어서 말했다. “다시 .. 2015. 7. 27.
고슴도치의 사랑 고슴도치의 사랑 고슴도치 한 마리에 보통 5천 개의 가시가 있다고 합니다. 고슴도치는 이렇게 많은 가시를 가지고도 서로 사랑을 하고 새끼를 낳고 어울린다고 합니다. 어떻게 가능할까요? 바늘과 바늘 사이, 가시와 가시 사이를 조심스럽게 잘 연결해서 서로 찔리지 않도록 하므로 가능하답니다. 우리에게도 많은 가시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가시로 서로를 찌르고 상처를 줍니다. 우리는 가까울수록 더 많은 아픔과 상처를 주고받으면서 살아갑니다. 어떻게 하면 가시가 있더라도 서로 사랑하며 안아줄 수 있을까요? 고슴도치처럼 조심조심 서로를 살피고 아끼고 이해하며, 아프지 않게 말하고 양보하면 되겠지요. 그러면 아픔을 안고도 사랑할 수 있겠지요. - 김기숙 옮김(해피홈) / 『고슴도치의 사랑(정용철)』 중에서 - ----.. 2015. 7. 26.
사랑밭 새벽편지 - 추리의 근거 추리의 근거 누나와 엄마는 설거지를 하고 아빠와 아들은 TV를 보는데 갑자기 ‘쨍그랑’ 소리가 났다 정적 속에서 아빠가 아들에게 말했다 “누가 접시를 깼는지 보고 와라.” “그것도 몰라? 엄마잖아!” “그걸 네가 어떻게 아니?” “그릇이 깨졌는데도 엄마가 아무 말도 안 하잖아!” 2015.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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