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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시] 박두진 - 묘지송

by 소행성3B17 2017.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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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묘지송




  북망(北邙)금잔디 기름진데 동그란 무덤들 외롭지 않으이.


  무덤 속 어둠에 하이얀 촉루(觸累)가 빛나리. 향기로운 주검의 내도 풍기리.


  살아서 섧던 주검 죽었으매 이내 안 서럽고, 언제 무덤 속 화안히 비춰 줄 그런 태양만이 그리우리.


  금잔디 사이 할미꽃도 피었고, 삐이 삐이 배, 뱃종! 뱃종! 멧새들도 우는데, 봄볕 포근한 무덤에 주검들이 누웠네.







  ※ 1939년 '문장' 6월호 5호에 발표된 작품이다. 4연의 자유시로 산문을 취하고 있는 이 시는, 묘지가 가지고 잇는 일반적 통념을 뒤엎고 시의 질적 차원을 새로이 개척한 것으로 유명하며, 그 주제는 죽음의 세계에 대한 찬미라 하겠다.






  박두진 (朴斗鎭 1916~1998)

  시인. 아호는 해산. 경기도 안산 태생. 1939년 '문장'지의 추천 시인으로 시단에 등장. 그의 초기 시는 자연과의 친화, 교감이 주류가 되어 있었으나, 그에 있어서는 자연을 목가적인 세계가 아니고 인간의 사회에 대한 윤리감이 밑바탕이 되어 있었다. 그 때문에 그의 자연은 그의 종교적 신앙과 일체화 되었고, 민족적 현실에 대한 굳은 으지와 감개로 물들어 있었다.

  문총 중앙위원, 한국문학가협회 시분과 위원장을 역임하였으며, 1956년도의 제4회 자유문학상을 받았다. 한때 잡지 '학생계'를 주간하였으며 연세대학교 문리과 대학에서 교편을 잡다가 건국대학교 등 여러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시집 '청록집(조지훈, 박목월 등과 공저, 1946)', '해', '오도(1953)', '박두진 시선', 수필집 '시인의 고향', 시론집인 '시와 사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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