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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신] 박두진 - 향현

by 소행성3B17 2017.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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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현


  아랫도리 다박솔 갈린 산 넘어 큰 산 그 넘엇 산 안 보이어, 내 마음 둥둥 구름을 타다.

  우뚝 솟은 산, 묵중히 엎드린 산, 골 골이 장송(長松) 들어섰고, 머루 다랫넝쿨 바위 엉서리에 얽혔고, 샅샅이 떡갈나무 억새풀 우거진 데, 너구리, 여우, 사슴, 산토끼, 오소리, 도마뱀, 능구리등 실로 무수한 짐승을 지니인,

산, 산,산들! 누거만년(累巨萬年) 너희들 침묵이 흠뻑 지리함즉 하매,

산이여! 장차 너희 솟아난 봉우리에, 엎드린 마루에, 확 확 치밀어오릴 화염을 내 기다려도 좋으랴?

핏내를 잊은 여우 이리 등속이, 사슴 토끼와 더불어 싸릿순 칡순을 찾아 함께 즐거이 뛰는 날을, 믿고 길이 기다려도 좋으랴 ?






  ※ 이 시는 묘지송과 함께 발표된 첫회의 추천 작품이다. 이 시의 내용은 일제 말기의 심각한 암흑과 고민을 인종으로써 종교적인 영원한 동경의 세계를 형상화한 것으로 '산'이 악과 선을 공존하고 있는 인간세계로 비유된 것이다. 주제는 영원한 평화와 이상의 동경이라 하겠다.




  박두진 (朴斗鎭 1916~1998)

  시인. 아호는 해산. 경기도 안산 태생. 1939년 '문장'지의 추천 시인으로 시단에 등장. 그의 초기 시는 자연과의 친화, 교감이 주류가 되어 있었으나, 그에 있어서는 자연을 목가적인 세계가 아니고 인간의 사회에 대한 윤리감이 밑바탕이 되어 있었다. 그 때문에 그의 자연은 그의 종교적 신앙과 일체화 되었고, 민족적 현실에 대한 굳은 으지와 감개로 물들어 있었다.

  문총 중앙위원, 한국문학가협회 시분과 위원장을 역임하였으며, 1956년도의 제4회 자유문학상을 받았다. 한때 잡지 '학생계'를 주간하였으며 연세대학교 문리과 대학에서 교편을 잡다가 건국대학교 등 여러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시집 '청록집(조지훈, 박목월 등과 공저, 1946)', '해', '오도(1953)', '박두진 시선', 수필집 '시인의 고향', 시론집인 '시와 사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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