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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유리가면 - 기적의 사람 연극대본

by 소행성3B17 2014. 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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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가면  


Based on the comics "Garasu no Kamen"

by Suzue Miuchi







유 리 가 면(1부)

미우치 스즈에/원작만화, 전훈/각본,연출, 이동준/음악


등장 인물

송연화 - 전설 명작 ‘홍천녀’의 여주인공. 불의 사고로 얼굴을 다치고 상연권을 거머쥔 채 20년 동안 후계자를 물색한다. 

오유경 - ‘홍천녀’의 후계자. 아름다운 외모는 아니지만 다듬어지지 않은 천부적 연기 재능을 지니고 있다.

신유미 - ‘홍천녀’의 또 다른 후계자, 타고난 미모에 연기는 물론 무용, 노래 등에 능하며 부모가 예술가인 집안.

민사장 - 대도 흥행의 젊은 사장 - 회장의 의붓아들, 일밖에 모르는 냉혈한. 

하애경 - 유미의 엄마. 유명 여배우 

유경엄마 - 식당에서 일한다.

식당 남주인  

식당 여주인  

진태건 - 유명 연극 연출가 

연기강사

단원 1,2,3,4,5

대도 흥행팀 

    기획실장 

    홍보실장 

    제작실장 

    조연출



▶송연화 독백

음악과 함께 송연화, Top light를 받고 무대 한 쪽에 서 있다. 그의 손에는 유리가면을 들고 있다.

목소리 - 송연화, 전설의 명작 ‘홍천녀’의 여주인공. 20년전 불의의 사고로 얼굴을 다치고 상연권을 거머쥔 채 자신의 대를 이을 후계자를 일생을 바쳐 물색한다. 

송연화 -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목소리) 배우가 된다는 것...... 우리 연기자는 무대에서 가면을 쓰지. 그것은 바로 깨지기 쉬운 유리가면이야. 조금이라도 딴 생각을 하는 날엔 그 가면은 깨지고 말거든. 누구는 천부적인 소질을 갖고 무대에 서기도 하고 누구는 피나는 노력 끝에 무대에 서기도 하지. 하지만 천부적이든 노력파든 이 배역이라는 유리가면은 누구에게나 항상 위험하고 조심해야할 존재야. 오늘 여기서 할 이야기는 바로 이 유리가면을 쓰는 우리 연기자들의 이야기지. 깨지기 쉬운 천 개의 유리가면.... (음악)


▶극증극 <S#1>-켈러대위 저택의 마당

기적소리 높아져서 기차가 정거장에 닿았음을 알린다. 

음악과 함께 조명 왼쪽에 비쳐 설리반, 안경을 끼고 가방을 든 채 기다리고 있다. 

목소리 - 하애경, 한때 송연화의 수제자였으나 지금은 너무 유명해 져서 그녀의 곁을 떠났다. 남편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화감독. 부와 명성을 동시에 얻은 대배우. 지금 그녀는 대도흥행 타운극장 개관 기념 공연인 ‘기적의 사람’에서 주인공인 썰리반 선생을 맡고있다.

매우 더운 듯 한 표정이다. 마당에 펌프를 발견하고 물을 마시려 펌프질을 하지만 물이 잘 나오질 않는다. 이때 켈러가 현관으로 나온다. 

[켈러] (아주 정중하게) 어서 오십시오 썰리반 선생, 썰리반 선생이시죠?

[케이트] (급히 나오며) 우리 집 주인이에요. 설리반 선생님, 켈러대위.

[애니] (반가워서 악수를 청하며) 안녕하세요? 처음 뵙습니다.

[켈러] (순간 당황하다가 다시 예를 갖추고) 드디어 오셨군요 반갑습니다 여행은 즐거웠습니까?

[애니] (쾌활하게) 네! 이 나라가 언제 이렇게 넓어졌는지 놀랐어요!

제임스, 설리반의 짐을 들고 등장

[제임스] 아버지! 어디다 짐을 풀까요?

[켈러] 썰리반양이 쉽게 볼 수 있는 데다 우선 놓아라.

[애니] 네, 그렇게 해 주세요. 헬렌은 어디 있습니까?

[켈러] (퉁명스럽게) 행방불명이오.

[케이트] 이층에 햇볕 잘드는 방을 당신 방으로 정했어요. 그래도 바람이 불면 꽤 시원할 거예요.....

애니가 이층을 바라 볼 때 케티, 켈러에게 다가가 눈치를 준다

[켈러] (애니에게로 가며) 그리고 가방은-

[애니] (상냥하게) 절 주세요.

[켈러] 아니요, 내가 들어주지.

[애니] 제게 주세요.

[켈러] (끝까지 예를 갖추려고) 왜 그래요 썰리반양. 여기 남부에서는..

[애니] 주십시오.

[켈러] 여자를 문명의 꽃처럼 보는-

[애니] (급히) 헬렌에게 줄 것이 그 안에 들어 있어요. (가방을 잡아당긴다. 켈러 보고있다) 고맙습니다. 헬렌은 언제 만날 수 있습니까?

[케이트] 나이가 좀 든 분이 오시려나 했는데 당신은 아주 젊군요.

[애니] 보스턴을 떠날 때 저를 보셨으면 더 놀라셨을 거예요 기차간에서 나이를 좀 먹은 거예요

[케이트] 헬렌 같이 어려운 아이를 맡기에는 젊은것 같아서 그런 거예요

[애니] 해보는 거죠 노력해 보겠다는 것도 막을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케이트] 될까요? 못 듣고 못 보는 아이를 보통 아이들의 반정도 라도 가르칠 수 있을까? 가능할까?

[애니] 절반이요?

[켈러] 십분의 일이라도 좋습니다.

[애니] (기껍지 못해) 안 되지요.

케이트 얼굴에서 남아있던 희망의 빛이 사라진다.  그래도 애니를 보고 있다.

[켈러] (잠시 있다가) 실례지만 몇-살이지요?

[애니] 십대는 지났어요. 하하하-

[지미](짐을 들고 들어오다가) 십대는 지났다......나는 안 지났다.

[애니] (당당하게) 제 나이가 어리다는 것 때문에 낙심하지 마세요. 저에겐 세 가지 이점이 있습니다. 돈으로도 살수 없는 것들입니다. 첫째는 이 분야의 최고 권위자이신 호우 박사님의 자세한 논문을 다 읽었기 때문이고,  둘째는 제가 젊다는 것입니다.  무엇이나 할 수 있는 정열이 있습니다. 셋째는 저도 한때 앞을 못 보았다는 점입니다.

[제임스] 앞을 못 보았다? 

[케이트] 무엇을 맨 처음 가르쳐 주시겠어요?

[애니] 맨 처음부터 끝까지 가르칠 것은 언어입니다?

[케이트] 언어?

이때 밖에서 공이 날아 들어온다.

[케이트] 저기 헬렌이 있어요.

케티가 가려하는데 애니가 말린다. 애니 돌아선다. 공을 찾는 헬렌을 본다 잠시 조용해진다. 

목소리 - (음악) 신유미, 썰리반 선생을 맡고있는 하애경의 딸. 어린나이에 천재 연기자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듣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하고 말하지도 못하는 삼중고의 중증장애인인 헬렌켈러의 역을 맡고 있다.

애니가 헬렌에게 가방을 든 채 간다.

 애니는 헬렌에게 가기 전 잠시 생각하고 있다. 가방을 무겁게 놓아 바닥의 진동을 주니 헬렌 더듬거리고 온다. 가방을 만지다가 애니 손을 내밀어 헬렌을 잡는다. 헬렌 애니를 만진다. 팔에서 옷으로.. 애니 얼굴을 갖다 댄다. 헬렌은 애니를 서슴없이 만지다가 안경을 민다. 헬렌 가방께로 온다. 열려고 한다. 애니가 손을 올리자 헬렌이 뿌리친다. 계속 가방을 열려고 한다. 헬렌이 가방을 가리킨다. 애니 헬렌 손을 잡아 얼굴에 대고 끄덕인다. 헬렌 문 쪽으로 가방을 끈다. 애니 뒤를 따라 같이 들려고 하나 헬렌 뿌리치고 방으로 올라간다. (음악 끝)

[케이트] 어때요?

[켈러] 틀렸어!

[케이트] 나는 저 사람이 좋아요.

[켈러] 너무 어려. 어떤 집안이기에 저런 나이에 이렇게 멀리 내 보냈지? 도대체 몇 살이랍디까?

[제임스] 십대는 지났다잖아요.

[켈러] 그리구 그 안경은 왜 끼고 있대? 얘기를 할 때는 상대방 눈을 볼 수 있어야 하잖아.

[케이트]  전에는 앞을 못 보았대요. 햇빛 때문이에요. 아홉 번이나 눈 수술을 받고 떠나오기 전에도 수술을 했다나 봐요.

[켈러] 하나님 맙소사! 장님이 다른 장님을 돌보겠다는 거야? 경험이 있어야지... 저쪽에서 얼마나 가르쳤답디까?

[케이트] 학생이었대요.

[켈러] (무겁게) 캐티, 아니 그럼 저 여자는 우리 집이 처음이란 말이요?

[케이트] (밝은 음성으로) 수석 졸업생이었다던 데요.

[켈러] 이봐요 집안의 모든 어른이 헬렌을 다루지 못했는데, 그래 경험도 없는 북부 여학생이 뭘  할 수 있단 말이요?

제임스가 트렁크를 어깨에 메고 나가며

[제임스] (비웃듯) 잘 됐군요. 장님을 둘씩이나 돌보게 되었으니..

[켈러] 너는 딸기나 돌보면 돼!

(음악)


▶송연화 독백 - 신유미.....똑똑한 기집애......화려한 것만을 쫒는 엄마보다는 더 가능성이 있는 배우야.....이번 ‘기적의 사람’으로 더 많이 성장했어....오히려 엄마보다 근본적으로 다르게 ‘홍천녀’에 접근해 있어......하지만 더 두고 보도록 하지. (음악)


▶대도 훙행 간부 회의실

조명 켜지면 , 모두들 왁자지껄 떠든다.

민사장, 기획실장, 연출자, 제작실장, 홍보실장, 조연출

‘기적의 사람’을 공연하는 문제로 간부회의가 열리고 있다.

조연출 : (저지하며) 그럼 헬렌 켈러의 아버지, 켈러 대위 역할은 박준성씨로 결정하겠습니다.

홍보실장 : (가로막으며) 가만 가만 가만 가만 있어봐

이때, 제작실장은 자기 부하 직원에게 전화를 건다. 연출자는 담배를 피워 문다.

홍보실장 : 우리 가슴을 열어놓고, 딱 한 번만 진지하게 얘기해 봅시다. 박준성이가 아버지 역할을 한다는 건 말도 안돼. 명색이 대도흥행 제작의 주인공급인데, 톱스타를 써야 되는게 당연한 거 아니야. 연기도 연기지만, 대중적 선호도가 있어야 되는 거 아니야. 당신같으면 공연보러 오겠어?

제작실장 : (전화를 끊고 테이블을 손바닥으로 두드리며) 조용히 좀 해요. 이미 결정난 일 가지고 이렇게 말이 많아요. 빨리 다음으로 넘어갑시다.

홍보실장 : 그게 아니라 내 얘기은....

연출자 : 그만해요. 

조연출 : 홍보실장님, 이미 결정 난 사항입니다. 

홍보실장 : (앉으며) 홍보 안돼, 이거....

조연출 :자, 그럼 다음으로 넘어가서 헬렌 역의 오디션 문제입니다. 이미 4명의 후보들이 선발된 가운데 최종 브리핑이 있겠습니다....기획실장님, 헬렌역의 최종 오디션 후보들을 소개해 주십시오.

기획실장 : 자 그럼 마지막으로 헬렌켈러 역의 4명의 오디션 후보자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말씀드리기에 앞서서 저희 기획팀이 일년 동안에 거쳐 면밀한 분석과 충분한 검토로 훌륭한 보석들로만 심사숙고해서 구성하였음을 강조 드립니다.  (사진을 꺼내며) 첫 번째 후보는 정다빈 양이 되겠습니다. 정다빈양은 작년에 슈퍼텔런트로 당선된 바 있고, 훤칠한 키와 빼어난 미모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재 TV 주말 드라마등을 통해 다양한 관객들을 확보하고 있으며 차세대 유망스타로서 주목을 끌고 있는 참신한 신인입니다. 

연출자 : 연극 무대가 처음이네요.

기획실장 : 네, 연극무대는 처음입니다.

제작실장 :아니,  연극을 한 번도 해 보지 못한 배우를 극장 개관 기념 공연에 붙이겠단 말입니까?

기획실장 : 그러나, 정다빈양의 TV에서의 연기력으로 볼 때, 이미 검증되었다고 봅니다.

제작실장 : TV매체랑 연극은 다르지 않습니까? 

홍보실장 : 그래도 일단은 TV 스타니까, 한 번 오디션이라도 보고, 그러고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보는데....

연출자 : 네 좋습니다. 다음!

기획실장 : 두 번째 후보를 말씀드리겠습니다. 한동화양이 되겠습니다. 한동화양은 나이는 어리지만 연극계에서 무서운 실력파 신인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97년 그녀가 16세때 햄릿에서 오필리어 역할로 최연소 백상예술대상 신인 연기상을 수상한 바 있고 98년 에쿠우스, 99년 현재 신의 아그네스등에서 나이답지않은 매우 분석적인 연기를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파워풀한 매력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나머지 간부들 반응) 길게 말씀드리지 않아도 되겠죠? 세 번째 후보를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매스컴으로부터 천재 연기자라는 호칭을 받고 있는 신유미양이 되겠습니다.

(사이, 모두 웅성웅성 거린다.)

홍보실장 : (박수를 치며 일어나서 제작실장과 악수를 한다) 

기획실장 : 자, 조금만 조용히 해 주십시오. 신유미양은 미모도 훌륭하지만 연기력도 아주 뛰어납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잘 아시겠지만, 신유미양의 어머니인 하애경씨가 이미 저희 작품에 설리반 선생 역할로 참여하기로 되어있기 때문에, 그동안 모녀지간에 서로 거부해 왔던 한 무대의 동시출연이 가능해 질 경우, 대내외적으로 큰 이슈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목소리 - 한양일보에 염진섭입니다. (후레쉬 터지는 소리, 셔터소리) 이번 모녀간의 한무대 동시출연은 서로간에 거부해 왔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떠한 계기로 이번에 출연하시게 되었습니까? - 지구신문 유인뱁니다. 헬렌켈러의 오디션에서 어머니이신 하애경씨의 입김이 컸다는데 그 진상을 알려주십시오 -(동시에)  남북신문 송승철입니다. 동서일보 한상진입니다, KBS! MBC! SBS! YTN!  어떻게 된 겁니까? 이번 작품의 성패는?(음악)


▶극중극 <S#2>-설리반의 방(2층)

설리반 선생은 자신의 짐을 정리하다가  모자를 만져본다. 안경을 쓰고  모자를 이리 저리 써본다. 설리반 선생, 즐거운 듯 바라본다.

[설리반] .....내 모양이 그랬단 말이지?

헬렌 다시 가방 있는 데로 와서 계속 이것저것 꺼낸다 속옷도 꺼낸다

[설리반] 아니야, 속옷은 꺼내지 마!

헬렌 계속 뒤져서 인형에 손이 닿는다. 인형을 들고 그 인형의 눈이 감기기도 하고 뜨이기도 하는 것을 알자 놀랬다가는, 기뻐한다. 머리를 쓰다듬고 다음에는 질문하듯 자기 가슴을 두드린다. 설리반는 헬렌의 손가락을 잡아 인형을 만지게 하고 다시 헬렌 자신을 가리킨 다음 설리반 얼굴에 갖다대고 끄덕인다. 헬렌은 모자를 쓰고 안경을 낀 채 인형을 끌어안고 흔들고 있다. 설리반 그것을 바라보고 있다.

[설리반] (자신에게) 좋아 그럼 썰리반양, 인형부터 시작해 볼까?

헬렌, 손을 잡는다. (음악) 수화를 한다. D. O. L. L.

[설리반] 인-형

손을 잡아 인형에 대어 준다

[제임스] 철자법이 정확하시군요.(음악 끝)

설리반 급히 속옷을 가방에 넣어 뚜껑을 닫고 문에 서있는 제임스를 돌아본다

[제임스] 헬렌이 간지럼을 타나 안타나 보는 겁니까? 간지럼을 탑니다.

설리반 무표정하게 그를 본다. 헬렌 잠시 후 설리반에게 강하게 손을 내밀어 본다. 설리반 글자를  쓴다. 설리반, 헬렌 손을 인형에 대고 다시 글자를 쓴다

[제임스] 뭡니까? 게임입니까?

[설리반] 알파벳이에요

[제임스] 알파벳?

[설리반] 벙어리를 위한 거죠.

헬렌 정확하게 손가락 움직임을 되풀이한다. 설리반 눈이 커진다

[설리반] 어쩌면! 영리하구나

[제임스] 저 아이가 무슨 뜻인지 알고 저러는 줄 아십니까?

이번에는 제임스가 헬렌 손을 잡고 무의미한 제스츄어를 하니 헬렌이 그것을 되풀이한다.

[제임스] 보세요! 원숭이처럼 흉내내고 있을 뿐 이예요

[설리반] (대단히 즐겁게) 네 아주 영리한 작은 원숭이예요. 그것으로 족합니다.

설리반 헬렌에게서 인형을 뺏고 헬렌의 손을 잡는다. 헬렌 노해서 다시 인형을 뺏고 주지 않는다 ‘안돼’ 라고 말하려는 설리반의 얼굴을 때린다. 설리반 두 팔로 헬렌을 잡고 의자에 앉힌다. 헬렌 발로 차고 요동을 한다. 

[제임스] (웃으며) 인형을 달라는 거예요.

[설리반] 인형이란 글자를 써주어야겠어요.

[제임스] 글자요? 헬렌은 사물에 이름이 있다는  것도 모르는데요.

 헬렌에게 글씨를 쓰게 하려 하자, 헬렌 주먹을 휘두른다. 설리반 피하고 다시 앉힌다.

[설리반] 물론  모르죠 어떻게 알기를 바라겠어요. 내가 바라는 것은 손가락만이라도 글자를 익혔으면 하는 거예요.

[제임스] 헬렌에게는 아무 뜻도 없는 일입니다.

설리반, 제임스를 바라본다. 헬렌 흥분해서 의자에서 나오려고 발로 찬다.

[제임스] 썰리반 선생,  헬렌은 알파벳을 안 좋아 하나봅니다. 직접 만든 겁니까?

[설리반] 옛날 스페인의 수도승들은 침묵의 수도를 위해 만든거예요. 당신도 그것을 좀 배워야 겠군요.

(설리반 별안간  헬렌 손을  놓고 제임스가 서있는 곳으로 와서 문을 닫아 버린다. 헬렌 마루에 앉아서 인형을 찾고 있다. 설리반 사방을 둘러보다가 침대 위의 손가방을 본다. 그 가방 속에서 신문지에 싼 케이크를 꺼낸다. 설리반는 인형을 발로 차서  헬렌 손에 닿지 않게 하고는 헬렌 앞에 앉아 케이크를 내민다. 헬렌이 냄새를 맡아보고 그것을 잡으려하자, 설리반는 얼른 치우고 글씨를 쓴다)

[설리반] 케-이-크- 너 줄려고 가져왔어.

헬렌 손이 기다린다. 설리반 또 글씨를 쓴다

[설리반] 케-이-크- 내 손가락이 하는 대로 해봐  뜻은 몰라도 좋아 따라서 해봐.

헬렌 코에 케이크를 갖다 댄다. 그리고 설리반 자기 손을 내민다. 헬렌 글자를 쓴다. 설리반 케이크를 준다. 헬렌 두 손으로 케이크를 입에 넣는다. 설리반 보고있다.

[설리반] 어서 먹어라 내가 뺏을지 모르니까. 자-

이번에는 인형을 집어 헬렌 코에 갖다 대고는 손에 글을 쓴다

[설리반] 인-형- 다시 생각해봐.

헬렌 다시 생각하는 것 같다 설리반가  인형을  내미니까 헬렌 글자를 쓴다. 마지막 글자는 설리반가  쓴다. 설리반 인형을 주니 헬렌 받는다.

[설리반] 흉내만 내봐 뜻은 나중에 알고 우선-

이때 헬렌, 인형을 심하게 흔들어 인형이 설리반의 얼굴을 때린다. 설리반 소리를 지르고 넘어진다. 헬렌  반응을 기다린다. 설리반 입에서 피가 난다 .일어나 거울을 본다. 화가 나서

[설리반] 요놈의 못된 계집애, 버릇이라곤 배운 일이 없니? 내 너를-

거울에서 돌아서는데  문이 닫히고, 헬렌 인형을 안고 밖으로 나간다. 헬렌 열쇠도 가지고 있다. 설리반 달려가서 손잡이를 돌려본다. 문이 잠겼다. 설리반 소리지른다.

[설리반] 헬렌! 헬렌! 문 열어-!!....


▶대도흥행

암전 상태에서 목소리만 들린다.

연출자 : 아니, 근데, 신유미가 선뜻 오디션에 응하겠답니까?

기획실장 : 현재 섭외중에 있습니다.

홍보실장 : 뭐라카노? 아니, 그라마 당신 지금 야들 섭외도 안해놓고 사진만 달랑 네 장 가지고 와서 브리핑 한거요? 

기획실장 : 급하다고 바늘허리에 실 매어 쓸 수 있습니까? 계획을 철저히 잡아놓고 움직여야 나중에 뒤탈이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홍보실장, 연출자, 기획실장 언쟁)

(조명, 들어오며)

기획부장 : 잘 훈련되고 다듬어진 그녀의 연기력이 미모만큼이나마 깊은 호감을 얻고 있으므로 중증장애인 헬렌켈러역을 완벽히 소화해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후보가 헬렌으로 선발될 경우, 공정하기로 소문난 대도흥행의 오디션이 어떤 이권이나 명분 때문에 공정치 못하게 이뤄졌다는 타 기획사들의 비판이 우리 대도흥행의 인지도를 떨어뜨리지나 않을까 우려됩니다.

제작실장 : 말도 안되는 소리 하고 있어. 무슨 얼어죽을 인지도입니까? 돈 깨져서 인지도 떨어지면 당신이 책임 질거요?  내 생각은 이번 작품의 규모로 보나, 작품성으로 보나, 신유미가 충분히 욕심을 낼 만한 배역 아닙니까? 그래서 섭외하는 데는 별로 무리가 없을 것 같은데....어때요, 홍보 실장?

홍보실장 : 물론 홍보만 제대로 되면 게임 해볼만 하지만...

제작실장 : 그럼, 됐어요. 오디션 볼 필요없이 신유미로 결정합시다. 이만 회의 끝냅시다.

기획실장 : (발끈하며) 제작실장님! 저희 기획팀이 1년간을 고생한 프로젝틉니다.  이번 프로젝트로 인해 들어간 시간적 경제적인 면을 볼 때, 지금에 와서 당초 오디션을 보기로 한 계획을 바꾼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봅니다. 또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이번만큼은 스타 시스템을 배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저희 대도흥행에 있어서도 전략적으로 좋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제작실장 : 그럼 모든 걸 종합해 볼 때, 신유미만큼 이번 작품에 어울리는 배우가 어디 있습니까? 

(음악)

연출자 : (오유경의 사진을 발견하며) 아니, 기획실장, 이 아이는 저 창고극장에서 공연했던...

기획실장 : 예...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4번째 후보 오유경 양입니다. 연극 ‘작은 아씨들’의 베스역, 전국 연극제 ‘푸른 항아리’ 작품으로 출전, 인상깊은 모노드라마로 사실상 우승이지만, 자격미달로 안타깝게 입상에 그쳤습니다.  평범한 외모지만 독특한 연기 카리스마로 거칠고 야성적인 헬렌켈러의 중증 장애인 역을 새롭고 신선하게 보여질 것으로 기대됩니다만 대중에게 별로 알려지지 않은 점이 관객확보에 어려움을 줄 것으로 생각됩니다. 최근 극단 송연화에서 발표한 ‘인형의 미소’에서 아주 인상깊은 인형연기로 좋은 평을 받은 바 있습니다.  

연출자 : 그럼 송연화 여사가 홍천녀로 키운다는 그 아이 아닙니까?

(음악 끝)사이, 모두들 침묵의 놀람

홍보실장, 사진을 뺏는다. 제작실장이 다시 뺏어서 본다. 

▶송연화 독백 - 그래 맞았어! 우리 극단의 후계자 중에 아주 쓸만한 아이가 있지. 바로 오유경이야. 그 아이는 5년 전 부터 내가 발굴해 키우기 시작했어. 그 아이는 그때 그저 영화나 TV 연속극에 너무 좋아한다는 것 빼고는 펑범한 아이였지. 어린 나이에 중국집 배달부였어. 그때 늘 말썽이 있었지.....


▶ 동네의 작은 중국 음식점

이 집의 종업원인 유경엄마는 마른 기침을 하며 테이블을 의미없이 닦고 있다. 

카운터에 앉아 있던 여주인, 뭔가 짜증난 듯이 코를 풀어 제낀다.

주방장겸 남주인은 홀에 나와 만화책을 보고 있다.

여주인 :, (남편에게 다가가며 만화책을 뺏으며.) 도대체 나이가 몇 인데, 이런 만화책이나 보고 있수?

남주인 : 지금 손님도 없잖아.(만화책을 집어든다)

전화벨 소리

여주인 : 네, 황비홍입니다. (사이) 아니, 지금 도착했다구요. (사이) 죄송합니다. 우리 종업원 오면 다시 보내드릴께요. (사이) 심경사님! 심경사님! 여보세요? (전화를 신경질적으로 끊는다. 유경엄마에게) 짜장면이 지금 도착했대네. 두시간 지난 짜장면을 어떻게 배달해!

남주인, 만화를 보며 웃는 소리.

여주인 : (다시 만화책을 신경질적으로 뺏으며) 지금 불난데 부채질 하우? (자리로 돌아가며) 유경 엄마, 지금 몇 시야?

유경엄마 : (머뭇거리다가 굽신 인사한다) 죄송합니다. 

여주인 : 아니, 내가 몇 시냐고 물었잖아? 왜 딴소리예요.

유경엄마 : 죄송합니다. 제가 한 번 나가보겠습니다.

여주인 : 유경이가 어디 갔는지 몰라서 그래요? 얘가 나가서 벌써 2시간째 아니야?!  이거이거 분명히 또 영화관에 갔을 꺼야.

전화벨 소리가 울린다.

여주인 : 예, 황비홍입니다.  네네, 산호아파트 103동 202호. 짜장 셋, 짬뽕 하나요, 빨리요? (사이) 네, 금방갑니다....(끊는다) 다음 배달은 어떻게 할꺼야? 내가 나가? 내 정말 그 집 두 식구 불쌍해서 데리고 있는데 일을 보태질 못할 망정 망치진 말아야지, 응?      

(이때, 유경등장)

유  경 : 다녀왔습니다.

스톱모션과 함께 목소리 & 음악

목소리 - 오유경, 선천적 연기 감성의 소유자. 가난한 홀어머니로부터 고생을 하며 자라온 평범한 외모의 아이. 그러나 왠지 그녀는 TV나 영화라면 사족을 못쓴다. 극장에서 송연화 선생을 우연히 만나 연극에 매료 된 후 5년 간 착실히 연기수업을 쌓아 ‘무대광풍’이라는 별명을 들으며 전설의 명작 ‘홍천녀’의 후보로 지목된다.

스톱모션 플리면서

여주인 : 야! 너 어디 갔다 온 거야?! 배달갔다 일찍 들어오라고 몇 번이나 내가 얘기했니?

유  경 : 잘못했어요. 아줌마.

여주인 : 너 몇 번씩이나 얘기를 해야 알아듣겠니? 내 속타는 것도 좀 생각해야 될 거 아니야?!

유  경 : 아줌마,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그럴께요...

여주인 : 다 집어치우고, 너 어디갔다 왔는지나 니 입으로 얘기해 봐. 너 영화보러 갔다왔지? 그게 그렇게  재밌디?

유  경 : ........예...

여주인 : 이 미친년아! 너 같은 게 무슨 사람구실을 해?! 니 엄마를 봐 봐. 열심히 일을 도와도 월급을 받을까 말깐데 넌 노상 영화관이나 들어가! 커서 뭐가 되려고 그래! 응! 한심해, 한심해!

이때, 엄마가 갑자기 와서 유경의 뺨을 때린다.

엄  마 : (행주를 집어던지고 유경머리를 마구 때리며) 넌 허구헌날 에미한테 욕만 듣게 하고 있어. 너같은 건 자식도 아니야. 당장 나가.(마구 때린다)

여주인 : (놀라서) 유경엄마, 아이구, 유경엄마!

남주인 얼른 뛰어와서

남주인 : 유경엄마, 유경엄마! (유경엄마를 말리며) 그만해요. 그만하시라구요. 유경이도 다 알아들어요.

엄마 울면서 퇴장, 그 뒤를 따라 여주인 퇴장

남주인 : (유경이가 우는 것을 보고 얼른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준다) 또 배달갔다가 영화를 봤구나. 

유  경 : (대답없이 그릇을 치운다 )

남주인 : 그래 , 유경이는 영화나 테레비젼을 좋아하니까 조금만 보고 나온다는 걸 끝까지 다 보고 나왔겠지? 괜찮아. 아저씨가 전화해서 서비스 요리를 갔다주겠다고 얘기해 줄께.(카운터로 가서 전화를 건다) 여보세요 심경사님? 멸공! 황비홍의 이소룡입니다. (사이) 그래서 전화드린 거 아닙니까. 제가 서비스로 군만두 보내 드릴께요. 죄송해요. 다음부터는 칼같이 배달해 드릴께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멸공!(주방으로 가서 군만두를 데운다) 유경아, 넌 왜 그렇게 영화랑 텔레비젼을 좋아하니? 이 아저씨처럼 말이야.

  경 : 저도 모르겠어요? 딱 화면만 봤다하면 제가 그 화면 속에 빨려 들어가는 거예요. 그래서  배달가는 거나 엄마한테 혼날게 아무것도 생각 안나는걸 어떻게 해요!

남주인 : 그래도 배달은 열심히 해야지. 

유  경 : 아저씨, 아무튼 죄송해요. 

남주인 : 나는 이해를 하는데, 우리 마누라나, 너의 엄마는... 알지? 

남주인 : 자, 다 되었다. 

유  경 : 다녀오겠습니다. (철가방을 들고 배달을 나가려 한다.)

남주인 : (보다가) 유경아, (유경에게 다가간다.) 이거 연극푠데, 만약에 네가 1주일동안 한 번도 배달 사고를 내지 않는다면 이 표를 너에게 선물로 줄게.

유  경 : 정말요?

남주인 : 단, 1주일 동안 배달사고를 한 번도 안내면!

유  경 : 당연하죠! 아저씨, 다녀올께요! (유경 신이나서 배달통을 들고 달려 나갔다가 들어오며)아저씨! 저 배우가 될거예요 

여주인 : (들어오며) 유경아, 유경아!너, 이번에도 늦으면 알지?

여주인 남주인에게 중국말로 잔소리를 하고 서로 다툰다

(음악)


▶송연화의 목소리 : 바로 저 애가 천부적인 연기 감각을 갖고 있는 애야.  작고, 못생기고, 춤솜씨나, 노래솜씨는 형편 없지만 선천적인 연기적 재능이 있지. 저 때는 아무 것도 모르고 TV나 영화를 보고 동경했지만 저 애는 곧 무서운 연기자가 될거야. 왜냐구? 저 애는 한 번 본 드라마의 대사와 동작을 전부 외우는 특출난 재능이 있다는 걸 발견했지. 그건 아무나 할 수 없는거야....난 저 애를 내 연극, 홍천녀의 최고의 후계자로 키울 생각이야. (음악)



▶대도흥행

(Repaly)

연출자 : 그럼 송연화 여사가 홍천녀로 키운다는 그 아이 아닙니까?

사이, 모두들 침묵의 놀람

홍보실장, 사진을 뺏는다. 제작실장이 다시 뺏어서 본다. 

민사장 : 잠깐, 이리 줘 보세요.

스톱모션 걸리면서 음악

목소리 - 민용식. 대도흥행의 젊은 사장. 일밖에 모르는 냉혈한. 작품에 흥행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그가 손댄 작품은 모두 흥행에 성공하는 흥행 제조기. 최대의 흥행 건이라 생각하는 전설의 명작 ‘홍천녀’의 상연권을 따내기 위해 송연화 선생을 곤란한 지경으로 몰아 버린다. 

음악 끝, 스톱모션 풀리면서

비서, 사진을 건내준다.

민사장 : 이 아이가 맡았던 배역은 뭐였죠?

기획실장 : 예...그 아이가 맡았던 배역은 인형이였습니다.

제작실장 : 뭐, 인형?! 그럼 움직이지 못하는 인형 말입니까, 아니면 움직이는 로봇?

기획실장 : 아닙니다.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대사나 동작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제작실장 : 이봐요, 기획실장. 무대위에서 아무런 움직임이나 대사도 없는데, 어떻게 그 아이의 재능을 알았단 말입니까?

기획실장 : 전 처음에 진짜 인형을 무대에 세워놓은 줄로만 알았습니다. 눈도 깜박이지도 않았고, 인간이라고는 전혀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의 헬렌켈러를 맡기에 좋은 훈련이었다고나 할까요?

제작실장 : 그 애가 눈도 깜빡이지 않는것에 도가 텄는지 모르겠지만, 움직이지도 못하는 인형이랑 헬렌켈러 역할이랑은 다르지 않습니까?

기획실장 :  그건 특별한 재능이 아니고선 그렇게 연기할 수 없다고 봅니다.

제작실장 :  가만히 있는 것 누가 못해요?

기획실장 : 아니, 그럼 제작실장님께서 한 시간 반 동안 눈도 깜빡이지 않고 인간이로는 전혀 느낄 수 없게 인형으로 무대에 있을 수 있습니까?

제작실장 : 내가 연기자도 아닌데 내가 그런 짓을 왜 합니까? 그리고 이 꼬마, 얼굴도 틀렸어! 이래가지고 관객 들겠어? 안그래요, 홍보실장?

홍보실장 : .....이런 얼굴은 장사 안돼는데....

연출자 : 자, 그만들 합시다. 어차피 오디션이 있으니까, 그때 결정을 짓도록 하고 회의 끝내죠. 오디션 날짜 잡읍시다.

제작실장 : 아니, 연출자 선생, 오늘 아침엔 나랑 신유미로 결정하자고 해놓고선 왜 지금에 와서 딴소립니까?

연출자 : 아니, 언제 결정을 했다고 그러십니까? 신유미가 하면 좋을 것 같다고 했죠.

제작실장: 그게 하자는 얘기 아니요?

연출자 : 어쨌든 오디션으로 판가름 하겠습니다.

제작실장 : 아니 연출자 선생! 정말....

홍보실장 : (끼여들며) 좋은게 좋은건데, 편안하게 갑시다.

조연출 : (민사장 일어서자 간부들에게) 실장님들.....

민사장 : 이번 작품이 작품이니 만큼 정정당당한 실력으로 판가름해야 되겠죠? 극장의 이익을 따지려 했다면 애초부터 오디션을 실시할 이유가 없었겠죠.

민사장, 비서와 함께 퇴장. 나머지 간부들 서로 의견이 분분하게 술렁 거린다.


▶송연화 목소리 - 다재 다능한 천재 연기자 신유미.....천부적인 재능이 있지만 다듬어지지 않은 야생마 같은 오유경....두 명의 대결이라............이미 이 두 아이들은 고등학교 때 대결을 벌인 적이 있었지. 그때부터 대결의 운명을 안고 있었던 거야. ‘홍천녀’의 주인공을 향한 대결........


▶(과거) 극단 미래 - 신유미 소속의 극단

연기선생이 들어오기 전에 학생들은 개인연습을 하고 있다. 

이때, 강사등장. 모두들 자리에 앉는다.

강사 - 모두들 잘 있었니? 

학생들 - 네!

이때 신유미, 화려한 의상을 걸치고 로드 메니저와 들어온다.

유미 - 선생님 죄송합니다. 촬영이 좀 늦어져서......

강사 - 그래 어서 들어가. 

상욱 - 선생님, 저 오늘 극장 리허설이 있어서 5시까지 가봐야 하는데요.

강사 - 그래 알았어. 자, 오늘은 지난 시간에 말한대로 각자 준비해온 모노로그를 발표하는 것. 다들 준비해 왔겠죠? 누가 먼저 해 볼래요?

(다들 손드는데 영래, 머뭇거린다.)

강사 - 영래, 나와. 

(영래, 벌떡 일어나 앞으로 간다.)

강사 - 준비한게 뭐지?

영래 - 유리동물원 중 톰의 대사를 준비했습네다.

강사 - 유리동물원 중에 있는 톰 대사전체를 다 할건가?

영래 - 아니요. 2막 4장에 있는 대사를 해보겠습니다.

강사 - 그래. 정확하게 말하는 습관을 길러라. 알겠니?

영래 - 예.

강사 - 정신차려.(사이, 영래를 보고) 유리동물원의 톰 2막 4장? 좋아! 먼저, 네가 준비한 것을 생각하고 정리한 다음 느끼고, 느꼈으면 집중하고, 네 자신을 믿고, 자신있게, 너는 지금 톰이다! 네가 누구라고?

영래 - 톰입니다.

강사 - 그래. 준비됐으면 시작해. 준비됐나?

영래 - 예.

강사 - 좋아. 오케이. 시작!

영래 - 이걸 나한테 주지 뭐야?! 마법의 스카프라나....

강사 - (신경질적으로) 영래야, 준비되면 시작하라고 그랬다. 집중해. (사이) 준비됐니?

영래 - 예. 준비됐습니다. 

강사- 오케이. 시작!

영래 - 이걸 나한테 주지 뭐야? .....

강사 - (더욱 신경질적으로) 김영래! 그게 지금 준비된 사람이 되는 대사야? (사이) 넌 지금 누구한테 말하고 있는 거니? 

영래 - 누나한테요.

강사 -  누나한테 어떤 기분상태에서 말하고 있는 거지? 

영래 - 즐거운 기분으로 말하는 겁니다.

강사 - 즐거운 기분, 즐거운 기분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왜 톰은 즐거운 기분이 됐을까? 왜 즐거운 거지? 

영래 - 죄송합니다. 다시 하겠습니다.

강사 -  뭐?! 야, 너 제 정신이야? 넌 누구야? 왜 즐거운 거냐고 물었지? 내가 너한테 언제 죄송한 말 듣제?

이때 수위아저씨 오유경을 데리고 등장

수위 - 저....실례합니다요.

강사 - 아저씨 뭐예요? 지금 수업중인데.

수위 - 실은 말입니다. 이 아이가 저 창가에 계속 매달려서 여길 구경하고 있길레 뭐하는 거냐고 물었더니 아무 말도 못하고 있어서 데리고 왔습니다만....

강사 - 너 누구야?

유경 - 오유경이에요.

강사 - 거기서 뭘 하고 있었던 거야? ( 유경의 손에 든 신청용지 발견) 아, 이 극단에 들어오려구?

유경 - 아, 아니요. 

강사 - (짜증스럽게) 지금 손에 들고 있는 게 극단 신청용지 아니야?

유경 - 맞는데요. 근데 입학금하고 수업료가 너무 비싸서요..담에 할려구요.

상욱 - 그럼 담에 와서 하시구요. 지금은 빨리 나가 주세요.

수위 - 선상님, 얼마나 수업을 듣고 싶었으면 저 높은 창가에 매달려서 두 시간을 보고 있었겠습니까? 불러도 못듣고 넋을 잃고 보더라구요.

강사 - (약간은 누그러지며) 넌 연극을 좋아하는 모양이구나. 지금까지 어디 다른 극단에서 있었던 적 있었니?

유경 - 아뇨.

강사 - 그럼 학교 연극부에라도?

유경 - 저희 학교에는 연극부가 없어요.

강사 - 그럼 연극을 해 본 경험은 있니?

유경 - (생각하는 것 같다가) 아..! 초등학교 학예회때 한 번......

(극단 연구생들 사이에서 웃음 소리가 터져나온다.)

상욱 - 학예회? 그런 장난은 여기서는 통용되지 않아. 알았어? 

덕주 - 너 여기가 어떤 극단인지나 알고 들어오려는 거니? 우리 극단은 재능있는 사람만 들어오는 곳이야.

인영 - 특히 여기 유미같은 경우는 텔레비젼이나 영화에서 출연신청이 쇄도하고 있는 경우라고.

강사 - 그래. 너 말이야, 니가 그렇게 밖에서 얼쩡거리고 있으면 여기 수업에도 지장이 있고 하니까 , 어디 방해안되게 조용히 저 뒤에서 봐라. 

수위 - 선상님요, 감사합니다. 복 받으세요.....사람이란 참 어렵다가도 잘 돼고 잘 돼다가가도 어렵고 그렇지요. 지도 전에는 조그만한 회사 사장이었는데....

강사 - 네, 네 알았으니까요. 우리 이제 수업해야 하는데....

수위 - 네 알겠습니다! (유경에게) 자야! 힘내그라 잉!(퇴장)

강사 - 자, (영래 발견, 차갑게) 들어가...이거 이래가지곤 수업 진행 못해.  영래 뿐이니라 다 마찬가지야. 상욱이 오늘 리허설 못 가. 너희들 첨부터 다시 시작해야겠어. 도대체 상상력이 없어! ‘달아난 새 ’ 판토마임 . 다들 기억하고 있겠지만, 다시 한 번 설명을 하자면 모이를 주려다가 새장 밖으로 달아나 버린 새를 쫓는 연기를 하는거예요.  쉽지?  다들 준비해 왔겠지?  누가 한 번 해볼까?(사이) 없어?

이때 오유경이 손을 든다. 모두들 따가운 시선이다.

강사 - 그래 뭐, 기회를 한 번 줘보는 것도 나쁠건 없겠지. 어때 해 볼래?

유경 - 네.  한 번 해볼게요?

인영 - 선생님, 저희도 어쩔때는 시간이 없어서 다 못하는데요. 지금 수강료도 내지않고 청강하는 사람에게 기회를 준다는 것은 부당하다고 봅니다.

강사 - 부당이라....글세, 난 공평했다고 보는데 아무리 청강생이라도 내가 누가 해 볼까를 물었을 때 손을 든 사람은 오직 이 친구 하나였어. 내가 누굴 시켜야 할까?

상욱 - 선생님, 전 리허설도 못가고 수업을 받는데요, 저런 애송이가 하는거나 보고 있어야 합니까?

강사 - 하하하! 상욱아, 그런 넌 대배우니? 내 수업시간에는 모두 똑같은 학생이야.

유미 - 얘들아, 기회는 공평한 거야. 우린 손을 들지 않았고 저 아이가 손을 들었어. 그리고 앉아서 보는 것도 배우는 거야. 

강사 - 자, 나와봐라! 

유경, 나온다.

유경의 태도에 당황한 연구생들은 와글와글 떠들었다. 유경은 연습실 한 복판으로 섰다. 그리고 허공을 올려다본다. 

(음악) 유경 독백 - (목소리만) 그래.....여긴 내 방이야.......저기 책상이 있고, 저기는 유리창....저긴 책장....저긴 장롱.....그래 공간을 상상하자......있다고 믿자........새장은 어디있지.....?

무엇인가 생각한다. 

유경은 보이지 않는 새장으로 다가가 모이를 넣어주기 위해 창살로 된 문을 열고 손을 넣어 모이상자를 꺼내려고 하고 있다. 그 순간 놀라서 푸드덕거리던 잉꼬는 유경의 손을 피해 새장 밖으로 달아나 버렸다. 강사는 쉬는 기분으로 자리에 앉아 담배를 피워 물고 유경이를 건성으로 보다가 순간 놀라고 그때부터 유심히 본다.  

잠시 후 잉꼬는 날개를 푸드덕거리며 테이블 위로 내려앉았다.

살금살금 다가간 유경이 손을 내밀자마자 잉꼬는 또 다시 푸드덕 날아가서 이번에는 창틀에 내려앉았다. 유경이 창 쪽으로 다가가자 잉꼬는 책상 위로 날아갔고, 책상으로 다가가자 이번에는 높다란 장롱 위에 앉았다. 그러나 유경이 손을 뻗어봐도 장롱 위에 앉은 잉꼬한테는 닿지 않았다. 유경은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 높은 장롱 위의 잉꼬를 올려다보았다. 

유경이 서서 가만히 있자 학생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강사 -  그만.

유경 - 선생님, 새를 잡을 수가 없어요.

학생들 - (왁자지껄 비웃음 소리)

(음악) 신유미 독백 - (목소리만) 굉장한 아이야. 6개월 이상은 훈련해야 겨우 할 수 있는 ‘없는 물체 보기’를  한 번도 연기수업을 받지 않은 이 아이는 단 한 번만에 해결했어.....이건 선천적인 연기적 재능이 없고는 불가능 한 일인데.....

유미 - (학생들 보고 일어서서) 니네 정말로 이 애가 그냥 서있었다고 생각하는거야!

상욱 - (웅성웅성) 서있었잖아.

유미 - 그래서 저 친구는 저 새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궁리하고 있는 중이라구.  

강사 - (어이없는 웃음) 그래 그래, 그냥 서있었다는 건 사실이야.  하지만 애들아! 지금 새는 높다란 장농위에 있는거야. 유미 말 대로 저 새를 어찌해야 좋을까를 연구하고 있었던 거야. (유경보며) 맞지?

유경 - (기뻐하며) 네!

강사 - 그래, 네가 상상한 공간은 너의 방이겠지? 

유경 - 네.

강사 - 그래, 탁자 위나 책상 위에 앉아 있는 새를 잡으려 하는데 새가 높다란 장농 위에 날아 올라가 버렸다.  (유경보며) 맞지?

유경 - 네.

강사 - (유경에게 다가가 호의적으로) 네 이름이 뭐라고 했더라?

유경 - 오유경이에요.

강사 - 그래. (유경의 어깨를 감싸안으며) 유경아, 너 정말 대단하다.  난 네 눈만 보아도 지금 새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어. (유경이 머리를 쓰다듬는다)

학생들의 질투섞이 소리가 들리는데

유미 - 선생님, 제가 저 애가 하던 내용에 뒤를 잇게 해 주세요.

강사 - 그래! (여전히 유경을 안은채)  한 번 연결시켜 볼래?  난 너한테 다른걸 시켜보려고 했는데...

유미 - 아니예요. 새는 잡아서 새장에 넣어야지요? (앞으로 나간다. 유경에게) 이제 내가 새를 잡아줄게.

강사 - 그래! 좋아, 보자. (호의적으로 손을 앞으로 가리킨다) 

유경은 자리로 가고 유미는 장롱 위를 올려다본다. 

새는 불안스레 유미를 내려다본다. 유미는 오른쪽 집게손가락을 내밀고, 새를 불러들이기 위해 가볍게 휘파람을 부는 시늉을 한다. 새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유미와 유미의 집게손가락을 바라다본다. 유미는 계속해서 부드러운 휘파람을 분다. 새는 잠시 후 푸드덕 날아올라 방안을 몇 바퀴 돌다가 유미가 내민 집게손가락 위에 내려앉았다. 유미는 새의 부리에 살짝 키스하고 창가의 새장으로 다가가서 문을 열고 그 안에 새를 넣었다. 딸가닥 문을 닫고 한숨을 내쉰다. 동시에 연구생들 사이에 박수가 터진다. 유경도 덩달아 박수를 친다.

슬로우 모션 걸리면서 음악


유경 & 유미 Cross 독백 

유경 - 정말 유미는 너무 멋있어. 난 못생기고 재능도 없는 것 같아....멍하니 새나 바라보고 있고.....

유미 - 어쩌면 이 아이는 굉장한 연기자가 될지 몰라.....왠지 기분이 좋은 걸......

유경 - 하지만 이렇게 열심히 연기를 배우고 싶어. 왠지 연기에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아..

유미 - 멋진 라이벌이 생긴 기분이야. 덕분에 나도 더 열심히 할 수 있게 됐어....후후후.


▶(과거) 송연화 선생의 저택

신비스런 음악

유경은 가출하여 불룩한 가방을 들고 있다.

송연화은 창가 쪽을 보고 앉아있다.

유경 - 선생님, 저 연극을 하겠어요.

송연화 - ................

유경 - 전 예쁘지도 않고 학교 성적도 별로 좋지 않아요. 또 연기 학교에 갈 돈도 없다는 걸 알고 있지만 연극을 하고 싶어요. 어쩔 수 없어요.

송연화 - 빨리 포기하는 게 좋아.

유경 -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수강을 하고 싶어요....그래서...

송연화 - 그 많은 수강료를 아르바이트를 해서 말이지? 그것도 좋겠지. 돈을 번다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맛보면 연극에 대한 열정을 포기할 수 있을 거야.

유경 - 선생님! 전 선생님이 연극에 대해 잘 아는 것 같아 이해해 주실 줄 알았는데....(울먹인다)

송연화 - 그래, 연극계 일이라면 잘 알고 있지. 나도 옛날에는 배우였으니까. 이 얼굴을 흉터가 일을 그르쳤지만 말야.....어중간한 정열이라면 집어치워!

유경 - 그런 게 아니에요. 전,............전, (큰 소리로) 연극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생각이에요.

송연화 -(몸을 유경 쪽으로 천천히 돌리며) 그래? 정말이니?

유경 - 네!................선생님! (뚫어지게 바라보며) 부탁이에요! 절 여기서 있게 해 주세요. 입학금과 수업료는 나중에 벌어서 갚을 게요.

송연화 - (싸늘하게) 나중에 벌어서? (그늘진 눈초리로 바라보며) 나중에 벌다니? 넌 장래에 뭘해서 돈을 벌 작정이냐? 연극을 하고 싶다는 것은 취미냐? 아니면 돈을 벌기 위해서냐? 연극을 하고 있으면 즐거워서, 그래서 그 때문에 하고 싶은 거냐? 재미로 하는 거냐구? 어른이 되면 어떡할 거니? 연극은 그만두고 돈을 벌거니?

(사이)

유경 - (내뱉듯이) 배우가 되겠어요! 틀림없이 유명한 배우가 될 거예요!

순간적으로 말해 버린 유경은 자신도 흠칫 놀라며 입을 손바닥으로 누른다.

송연화 - (입가에 희미한 웃음) 잘 말해줬어, 유경. 난 너의 그 한마디를 듣고 싶었던 거야. 오늘의 결심을 잊지 말아라.(키스한다)

유경 - 배우가 된다...................배우가 된다.....................선생님!

(이때 밖에서 떠들썩한 소리)

경비원 - 안됩니다. 이렇게 무작정 들어가시면!

엄마 - 듣기 싫어! 이 도둑놈들 같으니라구!

등장

유경 - 엄마.............

엄마 - (경비원에 붙잡힌 채) 너 당장 이리 안 올래! 당신들 당장 내 딸을 내 놔! 이 도둑놈들아!

엄마는 분노에 이마에 퍼런 핏줄이 서고, 경비원만 아니면 당장에 유경을 두드려 팰 것 같은 기세이다.

엄마 - 이런 몹쓸 년아! 이젠 가출까지 해? 빨리 이리 안 와?

유경 - 싫어요! 난 안 갈래요. 여기 있을래요. 엄마, 난 연극을 하고 싶어요. (울며)선생님, 여기 있게 해 주세요. 부탁이에요.

송연화 -안녕하세요, 유경 어머니, 제가 여기 책임자입니다.

엄마 - 아, 당신이 유경일 꼬신 장본인이야? (송연화의 뺨을 때린다) 이 유괴범아! 경찰에 신고할거야.

유경 - 엄마! 선생님은 아무런 잘못이 없어요. 내가 택한 거예요! (송연화에게) 선생님 괜찮으세요?

엄마 - (유경을 잡아끌며) 자, 돌아가자, 어서!(때린다) 이년아! 가자니까!

이때 송연화 일어나 엄마의 뺨을 때린다.

엄마 - 다, 당신!

송연화 - 이 아이를 절대로 당신에게 돌려보내지 않겠어!

엄마 - 뭐? 어미도 아닌 주제에!

송연화 - 이 아이를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아이로 만드는 것은 바로 당신이야! 

엄마 - 뭐?

송연화 - 당신은 이 아이를 속박하며 아무 것도 못한다고 꾸짖기만 하고 이 아이의 의사 같은 것은 조금도 들어주려고 하지 않아요! 재능을 키워 주어야 하고, 관심을 가져 주어야 합니다! 이 아이를 망치고 있는 것은 바로 당신입니다!

엄마는 이어 지팡이를 든다.

엄마 - 끔찍하게 생각해 주는 척하고 있는데, 당신이 뭐라고 해도 난 이 아이를 데리고 가겠어. 자, 비켜! 비키지 않으면 이걸로 두들겨 패겠다.

송연화 - (묵직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유경을 가로막으며) 절대 못 비켜, 절대.

엄마 - 정말?

송연화 - 정말.

엄마 - 에잇! 

엄마는 지팡이를 들고 덤빈다. 유경을 막아 대신 맞아 쓰러지는 송연화. 

유경 - 악! 선생님! 괜찮으세요.(울먹인다) 선생님!!!!

아픈것도 아랑곳 않고 흐트러진 머리를 헤치고 얼굴을 들어 번득이는 눈길로 엄마를 본다.

송연화 - (안도의 미소) 얼굴은 배우의 생명이죠. 이 아이의 얼굴에 상처라도 입는 날엔 이 아이의 일생은 끝장입니다.

엄마의 얼굴엔 핏기가 가셨다. 

유경, 엄마에게 매달리며.

유경 - 엄마, 연극을 하고 싶어요. 소원이에요. 여기 있게 해 주세요. 여기서 학교도 다닐 수 있고, 수업료도 나중에 갚기로 했어요. 기숙사도 있고요.

엄마 - .................그렇다면 네 마음대로 해라, 마음대로 해. 넌 이제 내 자식도 아니다. 돌아오지도 마. (울면서 퇴장)

유경 - 엄마!

사이

유경은 송연화의 팔에 안겨 흐느낀다.

유경 - 선생님, 죄송해요. 저 때문에 제가 집을 도망쳐 왔는데 그걸 숨겨서......

송연화 - 됐다. 네게 보여줄 게 있다.

(음악) 그녀는 벽에 걸린 세 개의 가면을 보여 준다. 하나는 웃는 가면, 하나는 성난 가면, 하나는 우는 가면이다.

유경 - 뭐죠 이건?

송연화 - 이건 연극 연습용 가면인데 이 가면을 쓴 사람들은 각기 그 가면의 표정에 맞춰 연기를 하지 않으면 안돼.(집어들며) 우는 가면과 웃는 가면, 그리고 성난 가면 이것은 사람의 표정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을 표현한 것인데 이 세 가지를 어우르게 되면 한 편의 연극이 되지. 예를 들어 지금 방금의 사건도 마찬가지야. 성난 가면은 너희 엄마,(목소리-이년아! 집에 가자, 가출을 해! 가출을!) 그리고 우는 가면은 너,(목소리-엄마, 제발 부탁이에요, 여기있게 해주세요) 그리고 웃는 가면은 이러한 상황을 비웃는 사람들(목소리-글세, 유경이가 가출을 했데요, 배우가 되겠다나요, 어린게 벌써부터?) .....하지만 사람의 표정은 세 가지만이 아니지 않니? 질투, 증오, 사랑, 기쁨....셀 수 없이 많지. 연기자는 그때그때 마다 이 가면을 바꿔 쓰지 않으면 안돼. 단 이 가면은 유리처럼 깨지기 쉽단다. 유리처럼.

유경 - 유리처럼.....?

(둘, 앞으로 나오며)

송연화 - 잘 기억해 둬라, 유경아. 하나하나의 경험이 그대로 연극과 연결된단다. (유경의 어깨를 잡고) 유경아, 너는 천의 가면을 가지고 있다. 

유경 - 천의 가면이요?

송연화 -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그걸 알 수 있지. 단, 개발을 해야하지. 알겠니, 유경? 넌 천의 가면을 , 가지고 크게 날아올라야 해. 깨지기 쉬운 천 개의 유리가면! 알았지? 잘 관리하고 표현해라. 

(음악)


▶극중극<S#3> 마당

제임스 2층을 보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케이트] 저녁준비가 되었는데, 지미! 아버지 오시라고 해라.

[제임스] 그러죠.  (부른다. 설리반가 들으라는 듯) 아버지 저녁 잡수세요.

[켈러] 소리 안 질러도 된다 머리 좀 식히고 온 거야 앉아라.

[제임스] 네.

[켈러] 헬렌은?

[케이트] 오늘저녁  입맛이 없나 봐요.

[켈러] (안되어서) 그래?...

[케이트] 그런데 설리반는 어디 있지?

(침묵)

[제임스] (경쾌하게) 자기 방에요.

[켈러] 자기 방이라니? 더운 음식은 식기 전에 먹어야 하는 것을 모르나? 곧 내려오라고 해 지미.

[제임스] (일어서며) 네 사다리를 곧 가져오겠습니다.

[켈러] (보면서) 뭐야?

[제임스] 사다리가 필요해요 오래 안 걸립니다.

[케이트] 도대체 제임스는-

[켈러] 지미 하라는 대로 해. 곧 이층에 올라가서 저녁이 식는다고 해.

[제임스] 방에 갇혀있는 걸요.

[켈러] 갇혀? 갇히다니.

[케이트] 세상에 제임스, 그게 무슨 소리-

[제임스] 헬렌이 열쇠로 잠근 거예요.

[케이트] (일어서며) 그걸 알면서 여기 그대로 앉아서 말을 안하고 있었어?

[제임스] 모두 제가 말이 많다고, 하지 말라고 하니까 어쩝니까?

제임스 방을 나가 휘파람을 불며 마당을 지난다. 켈러 일어나 계단 쪽으로 간다.

[케이트] 헬렌은 어디 있지?

[켈러] (내려다 보며) 뒤뜰에 있던데-

(케이트 헬렌을 찾으러 간다.

[켈러] (2층에 대고) 썰리반양- 그 안에 있소?

[설리반] 네 여기 있어요.

[켈러] 방안에 열쇠는 없소?

[설리반] (좀 심술궂게) 열쇠가 있으면 갇혀 있겠습니까? 헬렌이 가져갔어요. 방안에는 저만 있습니다

[켈러] 썰리반양 나는.. (억제하려다  못하고) 집안에 있은 지 얼마나 되었다고... 어떻게 이렇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소. 

케이트 등장.

[케이트] 열쇠가 없어요-!

[켈러] 무슨 소리야, 틀림없이 가졌을 텐데 주머니도  찾아 봤소?

[케이트] 네 없어요.

[켈러] 캐티! 꼭 있을 텐데...

[케이트] 당신이 찾아보시겠어요?

[켈러] 아니, 아니야. 나는 그 아이 몸 안 뒤져. 

제임스 사다리를 들고 나온다

[켈러] (신경질적으로) 그 사다리 도로 갔다 둬!

[제임스] 네 (사다리를 들고 돌아선다)

[케이트] 열쇠를 감추었을지도 몰라요.

[켈러] 어디다?

[케이트] 그걸 알면 찾았게요. 돌 밑이나 꽃밭이나 풀 속 같은데..

[켈러] 아 그러면 전부 아니요? 열쇠 찾으려고 마당을 다 파헤칠 수는 없지 않소! 지미-!

[제임스] 네?

[켈러] 사다리 가져와.

[제임스] 네? 네-!

설리반방 창에 사다리가 올라온다.

[켈러] (사다리를 타고 창으로 올라와서) 썰리반양-

설리반 창가로 온다.

[설리반] 네 대위님.

[켈러] 나오시오.

[설리반] 어떻게요?

[켈러] 내가 데리고 내려 갈 테니 내 어깨에 타고 꼭 잡으시오.

[설리반] 어머, 아니에요 대단히 기사다우십니다만  저 혼자 그냥..

[켈러] 썰리반양, 명령대로 하시오. 우리 집 창문에서 굴러 떨어지게는 안할테니 (설리반 그대로 한다) 이것이 우리가 당신에게서 기대했던 것의 샘플이 아니기를 바라오. 우리는 헬렌을 돌보는 일이 좀 편하고 수월하기를 바란 것이니까.

[설리반] 대위님 저 혼자서도 이 사다리를 충분히 내려갈 수..

[켈러] 내 목을 꽉 잡아요.

(내려오며)

[설리반] 불편하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켈러] 문짝을 떼어 열쇠 구멍을 다시 맞추는 것보다는 불편하지 않소.

[설리반] 여기 저기 잘 찾아보겠어요.

[켈러] 고맙소. 허나 또 갇힐 것 같은 방만은 찾아보지 마시오.

(켈러와 설리반가 사다리를 내려오자, 제임스 손뼉 친다)

[설리반] 정말 감사합니다 

[켈러] 이제는 나도 다른 사람들 같이 저녁좀 먹어 볼 수 있을까.. (집안으로 들어간다)

모두 들어가고, 헬랜이 뒤뜰에서 나온다. 제임스 끝으로 들어오면서 마당에 선 설리반에게

[제임스] 사-다-리-라고 글자를 써 보시지요.

설리반, 제임스를 무시한 채 헬렌을 보고 있다. 제임스도 들어가고 무대에는 설리반와 헬렌만 남는다.  조명 점점 좁아진다. 헬렌 펌프 가에 앉아 인형과 놀고 있고  설리반 가까이 간다. 안경을 벗고 헬렌을 관찰한다. 헬렌 손을 뻗쳐 더듬거려 누가 없는 것을 알자 입안에서 열쇠를 꺼내어 잠깐 생각하다가 펌프 안에 던져 넣는다. 설리반 보고 있다가 웃으며 머리를 흔든다.

[설리반] (감탄하듯) 넌 정말 여우로구나 그러나  그렇게 쉽게 나를 물러서게 할 수는 없지. 헬렌,  나는 너를 돌보는 것 이외는 다른 할 일이 없는 사람이란 것을 모르고 있구나. 

[켈러대위] (밖에서) 설리반 선생!

그리고 난 아무 데도 갈 데가 없는 사람이야. 너하고 붙어 있어야 돼..

[켈러대위] (밖에서) 설리반 선생! 지미!

집안으로  들어가고 조명  흐려진다. 펌프가 헬렌에게만 조명 비치며 암전. (음악)


▶ 오디션

(음악) 간부들 등장

기획실장 : 자, 그럼 저희 대도흥행 ‘타운극장’ 개관 기념 공연 <기적의 사람>중 헬렌켈러 후보 오디션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후보 한 사람씩 들여보내 주세요. 

조연출 : 정다빈 후보 들어오십시요.

(정다빈 등장)

정다빈 : 안녕하세요. 정다빈입니다.

제작실장 : 주말 연속극 그거 아주 재밌게 보고 있어요. 

정다빈 :감사합니다. 언제 식사나 같이 하시죠.

홍보실장 :역시 슈퍼 모델이라 예쁘구만. 느낌 좋습니다.

정다빈 : 전 슈퍼 탤런트입니다.

연출자 : 자, 헬렌으로서 엄마를 찾아보세요.

정다빈 : 시간은요?

기획실장 : 제한시간은 3분입니다.

정다빈 독백  - 잘해야지! 이거 오디션 본다고 신문에 다 났는데.... 떨어지면 무순 망신이야. 그래도 연극 첫 무대인데 멋지게 해야지.

정다빈, 엄마를 찾는다. 굉장히 감성적인 느낌으로 연기를 한다. 약간은 슬퍼 보인다. 이때, 연출자가 고개를 끄덕인다.

기획실장 : 수고했습니다. 

조연출 : 대기실에 가셔서 다음 순서를 기다려주세요. 

기획실장 : 첫 번째 후보 정다빈 양이였습니다. 이 후보의 장점이 있다면 인기스타로서 다양한 관객들을 널리 확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제작실장 : 역시 TV연기자라 파워가 부족해.

연출자 :  느낌은 좋은데, 무대의 메카니즘을 소화하기에 시간적 소모가 많을 것 같은데요.

기획실장 : 그 문제는 실력있는 무대 연기 지도자를 섭외하면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제작실장 : 지금 시간이 얼마나 남았다고 그런 소리를 하는 겁니까? 그리고 키도 너무 크고.....

연출자 :  신체조건이 헬렌켈러를 하기에는 너무 좋지 않을까요?

홍보실장 : 나는 슬펐어.

제작부장 : 슬프나마나 외형이 헬렌켈러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으면 애당초 왜 오디션에 오게 했습니까.

기획부장 :하지만 헬렌켈러라고 해서 다 미모가 떨어지라는 법이 있습니까? 

연출자 : 자, 그만하고 다음 후보 봅시다.

기획실장 : 다음 후보를 보내주세요.

조연출 : 한동화 후보 들어오십시오.

한동화 : 안녕하십니까. 한동화입니다.

제작부장 : 요즘 000에 출연 중이라죠.

한동화 : 네.

제작부장 : 연일 만원이라면서요?

한동화 : 네.

제작부장 : 좋겠어요?

한동화 : 좋아요.

연출자 : 자, 헬렌이라고 생각하고 여기서 엄마를 찾아보세요.

한동화 : 제가 있는 곳은 어디죠?

제작실장 : 배우라면 그런 것쯤은 알아서 해야 되는 것 아님니까?

한동화 : (사이) 오디션이라면 그런 것쯤은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연출자 : 헬렌켈러가 살고 있는 집 거실입니다.

한동화 : 예. 시작하겠습니다.

한동화 독백 - 거실이라면 사람들이 많이 있겠지. 그리고 가구나 의자들도 있을 거야. 그렇다면...........

한동화, 엄마를 찾는다. 상당히 박진감있고 파워풀하게 연기한다. 심사대로 다가가 엄마를 찾자, 연출자 신호한다.

기획실장 : 수고했습니다. 

조연출 : 다음 순서를 기다려 주세요. 

홍보실장 : 다이나믹하고 파워풀하고 엄청나게 에너지 강하네.

기획실장 : 두 번째 후보 한동화양이었습니다.  그동안 검증된 연기 실력으로 볼 때, 거칠고 야성적인 헬렌의 이미지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다음 후보 들여 보내 주세요.

조연출 : 신유미 후보 들어오세요.

(신유미 등장)

제작실장 : 아버지는 안녕하신가요?

홍보실장 : 어머니보다 더 미인이군요. 

연출자 : 어머님이 설리반 선생님 역을 맡았는데, 집에서 뭐라고 그러세요? 작품얘기는 집에서 어머니랑 많이 했죠?

신유미 : 어머니가 설리반 역을 맡은 것은 저한테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는 저희 어머니나 아버지 이야기를 꺼내신 것에 대해 유감입니다. 어머니, 아버지와 상관없이 편견없게 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연출자 : (당황하여 얼른 말을 바꾼다.) 자 그럼 헬렌이라고 생각하고 여기서 엄마를 찾아보세요.

신유미 : 네.

(음악) 신유미 독백 - 엄마를 찾는다.......그냥 찾을 수는 없다............ 엄마가 필요할 때는 언제지? ...........

신유미, 매우 헬렌에 근접한 연기를 한다.

신유미 : 끝났습니다.

제작부장, 일어나 기립박수를 친다.

기획실장 : 수고했습니다. 대기실에서 다음 순서를 기다려 주세요.

신유미 : 감사합니다.

기획실장 : 세 번째 후보 신유미양이였습니다. 아버지는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영화감독 신재만씨이며, 어머니는 20년 인기 여배우 하애경씨........

모   두 : 알아요 알아!

제작실장 : 그거 모르는 사람이 어딨습니까? 다음 후보로 넘어가세요. 실력차가 워낙 많이나서 더 이상 볼 필요가 있나?

기획실장 : 다음 후보! 

조연출 : 오유경 후보 들어오세요.

오유경 : (힘차게 들어오며 큰소리로 ) 어서오세요!!!! 아니, 안녕하세요!!!!

민사장 : (크게 웃으며) 새로운 인사법이군, 꼬마 아가씨.

홍보실장 : 가만 있어봐요. 후보 맞아요?

제작실장 : 왠 꼬마가 들어왔어?

기획실장 : 후보 맞습니다.

연출자 : 자, 진행하겠습니다. 헬렌으로서 엄마를 찾아보세요.

오유경 : 네, 시작 하겠습니다.

(음악) 오유경 독백 - 내가 엄마를 간절히 찾았을 때가 언제지? 그래 옛날에 사탕 먹다가 잘못 삼키는 바람에 엄마를 찾았지?

엄마의 목소리 - 이런 못된 계집애! 넌 내 자식도 아냐! 나가! 다시는 돌아 오지도마!

유경은 엄마를 생각하며  매우 충격적인 연기를 보여 준다.

 심사위원들 입을 다물지 못한다. 헬렌에 근접해 있진 못하지만 무언가 모를 진실이 보인다.

오유경 : 끝났는데요.

심사위원들 잠시 조용히 할 말을 잃는다.

기획실장 : 수고하셨습니다. 오유경 양. 들어가셔서 다음 순서를 기다려 주세요. 마지막 후보 오유경양입니다.  송연화여사의 직계 제자로 ‘홍천녀’ 후보로 키워지고 있습니다. 그점을 명시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제작부장 : 송연화여사가 나이가 들어서 망령이 든 모양인데, 저런 꼬마애를 어떻게 홍천녀 후보로 키운단 말입니까? 아무리 연기력이 뛰어나다고 하지만, 얼굴도 그렇고, 키도 작고, 저런 신체조건을 극복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안 그렇습니까, 홍보실장?

홍보실장 : 그러면 오유경이 마스크를 좀 바꿔 버리면 어떨까요?

기획실장 : 지금까지 1차심사를 마쳤습니다. 이 네명의 후보들에 대해서 질문 있으시면 말씀하십시오.


▶민사장  독백

민사장 -그래, 그때 그 아이 였어.....오래전 얘긴데.....송연화 선생! 정말 집요하시군요....어린아이를 데려다 홍천녀 후보로 키우시다니.....


▶송연화 저택(과거)

송연화 - 그나저나 용건이 뭐예요?

민사장 - 아니 뭐 몸이 편찮으시다는 말을 듣고 찾아 왔을 뿐입니다. 걱정이 되서.....

송연화 - 내가 빨리 죽기를 바라는 쪽 아니에요? 차츰 나를 죽이고 있는 장본인들이면서!

진태건 - 아니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기획실장 - 그렇게 말씀하시니 저희도 말씀드리기 쉽군요. 

홍보실장 - 실은 병문안도 병문안이지만 한 가지 부탁을 드리러 왔습니다.

송연화 - 그럴 줄 알았지. 당신들의 속셈은 전부터 알고 있었어. 하지만 그 작품만은 절대로 넘겨 줄 수 없어요.

진태건 - 선생님! 짐작이 옳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그리고 모든 연극 팬들은 ‘홍천녀’의 공연을 바라고 있습니다. 저는 그것을 꼭 연출하고  싶고요. 원하시는 조건은 뭐든지 들어드리겠습니다. 저는 제 손으로 홍천녀의 부활을 만들고 싶습니다. 제가 10살 때, 그러니까 30년 전 저는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홍천녀’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의 환상적인 연기를 보고 연극을 하겠노라고 다짐했던 저입니다. 인구비례 최다 관객 동원 기록은 아직 깨지지 않고 있고, 당시 연극제의 최우수 작품상, 최우수 주연상, 최우수 조명상, 최우수 음악상, 최우수 무대장치상등 모든 상을 휩쓴 전설적인 기록! 그 기록에 제가 다시 도전하고 싶습니다. 20년 동안 선생님을 찾았습니다. 그 명작을 다시 올리기 위해! 선생님!!

기획실장 - 상연권을 선생님께 주신 극작가 선생님께서도 저 세상에서도 이젠 공연을 다시 올리고 싶으실 거예요. 20년이 지났습니다. 

진태건 - 주인공 홍천녀는 모든 여배우들의 꿈입니다. 그 꿈들을 저버리지 말아 주세요. 그리고 전 지금 최고의 연기 실력파로 평가 받고 있는 우리 극단의 하애경을 주인공으로 하려 합니다. 

기획실장 - 하애경씨는 전에 선생님의 제자이기도 하지 않았습니까? 

진태건 - 제발 ‘허락한다’고 말씀만 내려 주십시오.

제작실장 -  30억이라는 돈을 투자해서 제작하겠습니다. 세트, 조명 등의 부대시설도 세계적 수준으로 하도록 하고 우리나라 최고의 극장에서 공연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홍보실장 - 전 세계적으로 홍보를 해서 해외 관객 유치도 힘쓰겠습니다.

제작실장 -그리고 상연 권리금은 원하시는 데로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그밖에 원하는 게 있다면.......

송연화 - (말을 끊으며) 10년만 기다려 주겠어요?

홍보실장 - 네? 뭐라고요?

송연화 - 지금 연극계에선 그 역을 해 낼 배우가 없습니다. 하애경 같은 천박한 배우에게 홍천녀를 맡길 순 없어요. 현재 그 역할은 저 밖에 못합니다. 공연 중 조명기가 떨어져 내 얼굴을 이렇게 만들어 놓았지만 난 나의 분신을 만들겁니다.  난 내가 직접 주인공을 키우겠어요. 방금 만나 그 아이요. 그리고 내 손으로 직접 ‘홍천녀’를 올릴 거예요! 그것을 위해 이토록 오래 준비해 왔습니다.

민사장 - 직접 제작을 하시겠다.....

진태건 - 도대체 어쩌자고....아까 그 아이요? (앉으며) 잠깐 봤습니다만 목소리에 억양도 없고, 눈짓이며 거동이며... 연기자로서는 전혀 소질이 보이지 않던데요.

송연화 - (사이) 맞아요. 보신 데로예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아이예요...하지만, 이건 모르셨죠? 저 아이는 그 연극을 단 한 번 밖에 보지 않았어요. 그런데 무려 3시간이나 걸리는 무대의 행동과 대사를 한 구절 한 행동도 틀리지 않고 훌륭히 외우고 있었어요. 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세세한 연기까지 다 기억하고 있었단 말입니다.

진태건 - (비웃음이 사라지고 얼굴이 파리해 진다)

송연화 - 찾았어요! 드디어 찾았어요! 

기획실장 - 그렇지만 송연화 선생님. 키우기로 한 그 인물의 재능이 착오라고 판단 됐을 때는요?

송연화 - 그때에는 ‘홍천녀’ 상연권을 넘겨드리지.

(음악)그녀는 창가로 돌아선다. 석양빛이 그녀의 온몸을 붉게 물들인다.

사이


▶오디션

연출자 ; 자, 두번째 과제는 헬렌켈러라 생각하고 이 장남감 들을 가지고 노세요.

정다빈 : 시작하겠습니다.

정다빈, 헬렌켈러로서 근접한 연기를 보여준다.

(Light out)

연출자 독백 - 느낌은 좋지만 연기를 너무 하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헬렌은 자신이 슬픈 운명에 처해있다는 것 조차도 모르는데 너무 슬픈 척 할 필요는 없지요.

(Light in)

한동화,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 마지막에 한 장난감을 집어들고 계속 바닥을 치며 논다.

기획부장 : 수고했습니다.

한동화, 못듣고 계속 한다.

(Light out)

목소리만

홍보실장 : 그런데, 왜 저걸 두드렸지?

연출자 : 소리를 들은 게 아니라, 내려침으로써 느껴지는 진동 그것을 포착해 냈다는 거죠. 중요한 건 소리를 듣지 않고 오직 진동으로서만 느끼고 있다는 게 관객에게 보여지고 있다는 거죠. 

제작부장 : 헬렌켈러가 진동을 느낄 수 있지만, 그 진동을 얼굴 표정에서 잘못 표현한 거 같지 않습니까?

(Light in)

(신유미 등장)

신유미, 손톱을 튕기며 장난감과 놀지 않고 한참 동안 앉아 있는다. 파리를 느낀 듯 다시 움직이다. 가만히 있는다.그러자, 심사위원들이 술렁거린다. 이윽고, 연출자 일어나 신유미의 얼굴에 공을 던진다. 그래도 움직이지 않는다.

(Light out)

목소리만

홍보실장 : 왜 가만히 앉아만 있었지? 무시하는 거야 이거?

연출자 : 장난감이 있다는 것 조차 모르고 있다....아주 좋은 설정이였습니다. 그리고 아까 얼굴을 때렸을 때, 보았듯이 눈하나 껌벅이지 않았단 것입니다. 그만큼 몰입을 하고 있었고, 놀라운 집중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Light in)

오유경, 천진만만한 헬렌으로서의 역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있다가 잠이 든다. 보다 못한 연출이 깨우라고 지시한다. 조연출이 깨우자 그가 들고 있던 종이를 뺏어 찢으며 논다.

(Light out)

연출자 : 그래, 헬렌은 장난감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거야. 그러다가 종이가 몸에 닿자 그것을 가지고 노는 거야.....오유경, 신유미......이 두 아이들은 본능까지 헬렌 켈레 역할에 적응해 있어.....대단해.......다른 후보들도 잘하지만.....본능까지........흐음!

(Light in)

기획부장 : 수고하셨습니다. 지금까지 3차 심사를 마쳤습니다.

홍보실장 :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후보 4명을 다 쓰는 겁니다. 2명은 더블로 돌리고, 나머지 2명은 지방 공연에 더블로 쓰는 거야.

제작실장 :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마세요. 4명의 개런티 문제는 어떡할 겁니까? 그렇게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면, 신유미로 결정하는 게 흥행에 결정적인 도움이 될 거 아닙니까? 

기획실장 : 너무 신유미 쪽으로만 생각하는 거 아닙니까? 오유경양 같은 경우엔 다듬어지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새로운 헬렌을 보여줄 것 같지 않습니까?

연출자 ; 자, 이번 마지막 테스트에서 결정을 지읍시다. 과연 이 테스트를 통과할 사람이 있을까?

민사장 : (퇴장하며) 더블 캐스트라.......(음악)


▶다른 장소

(모든 후보들 들어와 있다.)

조연출 : 헬렌으로서 의자에 앉아 기다려 주십시오.

(조연출 퇴장.)

*(효과) 시계 초침 소리 & 긴장감 있는 음악.

 4명의 후보들은 모두 헬렌으로서 앉아있다. 

정다빈 독백 - 기다리라구? 아무리 장애자지만 여자니까 예쁘게 앉아 있어야지. 심사위원들이 날 맘에 들어 했을까? 방송도 안하고 열심히 해볼려고 하는데...떨어지면 무슨 망신이야. 신유미 제는 잘했을까? 저 계집애 보통이 아니야. 하지만 나보다 못생겼으니까. 무대에선 예뻐야지...

(Light out)

*시계 초침 소리 & 긴장감 있는 음악.

(Light in)

한동화 독백 - 여기는 마당에 있는 의자다. 바람이 좋아서 그냥 앉아있다. 근데 언제 심사위원들은 들어오는 거야. 신유미, 제는 꽤 침착해...

(Light out)

*시계 초침 소리 & 긴장감 있는 음악.

(Light in)

정다빈 - 코디언니가 인상 찌푸리지 말라고 했는데...........내일은 녹환데....너무 피곤하다.....

한동화 - 이 배역은 정말 어려워.......힘든 역할이야. 만약 하게 된다면 난 더 인정을 받을 텐데....

신유미 - 본능이다. 본능을 억제하자.

오유경 - 우우우-우우우-

(Light out)

*시계 초침 소리 & 긴장감 있는 음악.

(Light in)

시간이 꽤 지나자 정다빈과 한동화는 조금은 긴장한 듯 하나 여전히 헬렌으로서 앉아있다. 계속 손톱을 퉁기고 있는 신유미, 다리를 까닥거리며 앉아있는 오유경. 

신유미 - 본능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들을 수도 없다, 그러므로 난 아무 생각이 없다. 생각이 없다. 생각을 억제하자.

정다빈 - 정말 왜이리 안들어 와! 괜히 불안하네. 뭔가 연기를 해야하나? 움직여 볼까?

한동화 - 정다빈은 꽤 불안해 하는군. 그러나 난 꼼짝않고 앉아 있어야 한다. 헬렌은 볼 수 없다. 신유미는 자주 움직이네. 그리고 저 꼬마는 내 적수가 아냐.

오유경 - 우우우-우우우-

(Light out)

*시계 초침 소리 & 긴장감 있는 음악.

(Light in)

시간은 30분 정도가 흐른 듯 하다. 더더우기 여유로운 오유경, 하품을 하며 존다. 신유미는 여전히 손톱을 퉁길 뿐이다. 정다빈은 많이 긴장해 있고 한동화는 꼼짝않고 앉아있다. 이때 갑자기 비상벨 소리가 오디션 장에 들린다. 깜짝 놀라 일어나는 한동화, 뒤늦게 불안해 하며 주위를 둘러보는 정다빈. 그러다가 비상벨 소리를 듣지 못하고 앉아있는 오유경과 신유미를 보고 이것이 시험의 일부라는 것을 알아채고 주저 앉는다. 한동화 역시 패배의 분함에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조연출 : (스피커로 나오는 소리) 최종 심사는 끝났습니다. 이 시험에 통과하지 못한 분은 자격미달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음악.

 신유미는 오유경을 라이벌로 쳐다보고 오유경은 신유미를 진심으로 축하해 준다. (암전)


▶ 하애경 독백 - 이번에 ‘기적의 사람’을 하면서 아무리 제 딸이라지만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것을 많이 보았습니다. 일단 제 딸의 연기는 아주 정확했으며 계산적이고 빈틈이 없었습니다.  매우 놀라웠죠. 어린 나이에 이 정도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매스컴이 말하는 그대로 ‘천재’라고 불리울 수 있을 정도라고 생각했습니다. 전 그런 말들이 그저 과장이라고 무심히 넘겼었죠 . 제 딸도 ‘홍천녀’ 위해 연기하겠다고 했으니 이젠 저와 라이벌이라 해도 될 정도로 성장했어요. 자랑스러웠고 자식 가진 부모가 다 그렇듯이 괜히 제가 우쭐해지는 그런 기분이었죠. 그러던 어느 날 공연 도중 이런 일이 일어났습니다.


▶ 극중극 2막

식당에서 설리반에 헬렌을 숟가락으로 밥을 먹이기를 교육을 한다.

▶ 스톱모션 걸리면서

신유미 목소리 - 앗, 엄마가 놓쳤다.

하애경 목소리 - 놓쳤다! 저의 실수였죠. 공연을 하다 보면 실수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기도 하는데 제 딸은 공연 내내 타이밍 하나 안 놓치고 치밀한 계산으로 연기했습니다만 잠깐의 실수로 잡았어야 하는데 놓쳤습니다. 하지만 우리 딸의 계산은 철저 했습니다. 바로 넘어져 버렸어요.

(스톱모션 풀리고)  그리고 그 다음 장면으로 연결되었죠. 

연결한다.

하애경 독백 - 공연 후 딸이 그러더군요, 분장실에서 ‘엄마가 쫓아오지 못할 것 같아 걸려 넘어졌어요’ 예리한 관객들을 눈치 챘을까요? 사실 헬렌이 거기서 주저 앉을 이유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정말 또 하나의 굉장한 적수를 이번에 만났었습니다. 바로 오유경이라는 꼬마였습니다. 헬렌 역으로 두 사람이 더블 캐스트 된 것입니다.  전 정말 무대에서 재미 있었습니다.

유경 등장 같은 장면을 연기한다.

이 아이는 정맣 유미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전혀 계산없이 무대에 오르는 듯 보였습니다. 연습 중에도 그랬지만 공연 때마다 즉흥극을 하는 듯한 느낌이었죠. 대본에 주어진 대로 연기하지만 그 안에서 그날 그날에 따라 새로운 즉흥으로 매일 달라지는 이 아이를 볼 때 진짜 무대에서 삶을 사는 듯 보였습니다. 난 이 아이의 페이스에 말려 나 역시 진짜로 화가 났고 진짜로 삼중고를 겪고 있는 사람을 교육시키는 기분이었습니다. 이렇게 작고 못생긴 꼬마가 왜이리 무대에선 예뻐보이던지.....



▶극중극 3막

하애경 독백 - 대도흥행 타운극장 개관기념 공연인 이 기적의 사람은 민사장의 눈부신 수완과 연기자들의 열연에 힘입어 금년 연극대상의 독보적인 후보에 오르며 마지막 공연까지 왔습니다. 치밀하게 계산된 연기의 제 딸과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이 럭비공과의 만남은 저로선 정말 무대에 서는 재미를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제임스] (등장하며) 안녕하십니까?

모두들 식탁에 앉는다

[케이트] 지미-기도해줄래?

모두 머리를 숙인다. 헬렌만이 빈 접시에 손바닥을 놓아보고 엄마가 있나 없나를 확인한다. 제임스는  잠시 생각하다 설리반를 보고는 머리를 숙여 말한다.

[제임스] (가볍게) 야곱이 혼자남아 새벽이 되도록 천사와 씨름하니 야곱의 허벅지 뼈가 퉁겨졌으나 천사를 놓지 않더라. 천사가 말하기를 놓아라 하니 야곱은 대답하되 저를 축복하여 주실 때까지 못 놓겠다 하더라. 아멘. 

설리반 이상해서 제임스를 바라본다. 제임스 무표정하다. 그러다가 헬렌을 보고

[제임스] 오, 너 천사야.

모두 얼굴을 들고, 설리반는 헬렌 목에 냅킨을 두른다.

[케이트] 그것 참 이상한 기도로구나 제임스.

[켈러] 지미, 거기서부터 빵을 집어 돌려라.

[제임스] 성경말씀에 있는 것 아닙니까? 그러니까 적당한 기도죠.

[켈러] (제임스가 말하는 동안) 햄 드시겠소? 설리반 선생?

[설리반] 네.

[케이트] 글쎄 모르겠구나.(물병을 건네주며) 설리반 선생님.

[설리반] 고맙습니다.

[켈러] 지미. 나는 식사 전에 너에게 설교를 듣고 싶은 생각이 없어.

(설리반, 물병을 잡을 때, 헬렌 냅킨을 떼어버린다. 설리반 그것을 알면서 헬렌 컵에 물을 채운다. 잠시  있다가 냅킨을 집어서 헬렌 목에 걸어준다)

[제임스] 제가 적절하다고 한 것은 야곱의 허벅지가 퉁기어지듯이 이 돼지고기도 그렇기 때문이에요.

[케이트] 제임스 이건-

(말을 끊는다. 헬렌이 일부러 냅킨을 떼어 마루에  다시 던지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허리를 구부려 그것을 주우려하자 설리반 말린다)

[켈러] (눈치를 못 채고) 닭이 알을 안 낳는다고 목사님이 사무실에 들려 얘기하더군 목사님이-

말을 끊는다. 찡그리고 케이트, 헬렌 설리반를 본다.

[제임스]  (모르고) 닭이라는 것에 대해 저는 항상 의문을 가지고 있어요. 암탉은 모두 카톨릭 신자 같거든요. 산아제한이 없으니 법적으로-(너무 조용하니까 그도 멈춘다)

모두 설리반를 바라본다. 설리반 세 번째로 헬렌 목에 냅킨을 대어준다. 헬렌  잡아 뺀다. 내던진다. 설리반 일어난다. 그리고 헬렌의 접시를 든다. 헬렌은 접시가 없어진 것을 알자 발길질을 한다. 접시들이 덜거덕댄다. 설리반 이것을 잠시 바라본다. 그러다가 헬렌의 팔을 꽉 잡고 의자에서 끈다. 헬렌은 벗어나려고 버둥거린다. 엄마의 치마를 잡는다. 케이트가 헬렌의 어깨를 잡자 헬렌 매달린다.

[케이트] 설리반.

[설리반] 아니에요.

[케이트] (잠시 있다가) 오늘은 특별한 날이야.

[설리반] 언젠가는 그렇게 될 날이 있겠죠 만은-

설리반가 헬렌의 손을 치마에서 떼려하자. 케이트가 설리반의 손을 잡는다.

[케이트] 집에 돌아온 아이에게 나는 아직 제대로  환영도 못했어.

[설리반] 부인, 저 아이를 위해서 이렇게 줄다리기  경기를 해서는 안되겠습니다. 이 아이를 제게 맡기시던가 부인께서 발길질을 못하게 하시던가 해야겠습니다.

[케이트] 어떻게 하자는 거지?

[설리반] 제게 맡겨주세요.

[케이트]  (낙심해서) 설리반. 한번만 한번이 그렇게  나쁠까? 헬렌이 좋아하는 모든 음식을 내가 만들었는데-

[켈러]  (부드럽게) 설리반, 오늘은 집에 돌아온 환영파티 아니오?

잠시 있다가 설리반 헬렌을 놓아준다. 설리반는 용서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의자에 앉아 머리를 흔들고 케이트에게

[설리반] 저 아이가 부인을 시험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시겠습니까?

[제임스] 당신을 시험하고 있는 겁니다.

[켈러] 지미 조용히 해라! 집에 돌아오니까 자연히 저 애는-

[설리반] 어떤 반응이 일어날지 알고싶은 거예요. 이게 바로 제가 가장 걱정한 것입니다. 반시간 전에 제게 약속해 주시지 않았습니까?

[켈러] 지금은 발길질을 안하고 있지 않소.

[설리반] 해서 안 된다고 가르치지도 않고 있습니다. 저 아이를 가르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바라보기에 가슴 아프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배우면 저 아이는 여러분이 원하는 대로 착하고 영리하게 행동하게 될 것입니다.

[제임스] (약하게) 저 애는 당신을 시험하고 있어요.

[켈러] 지미!

[제임스] 저도 의견이 있을 수 있지 않습니까?

[켈러] 아무도 네 의견에 흥미를 가지고 있지를 않아.

[설리반] 저는 흥미가 있습니다. 물론 저 애가 저도 시험하고 있습니다. 저 아이가 그 동안 배운 것을 간직하게 해주세요. 저 아이는 계속 제게서 다른 것도 배울 수 있습니다. 제 손에서 저 아이를 뺏어 가면 모든 것이 흩어집니다.

(케이트 눈을 감고, 설리반는 자신을 평가하듯 조용히 제임스에게)

[설리반] 저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더 보내주세요.

(케이트 헬렌을 설리반 쪽으로 보낸다. 헬렌은 자기의자를 놓는다)

[케이트] (낮게) 설리반, 헬렌을 막아요.

[설리반] 감사합니다.

설리반가 일어나 잡으려는 순간 헬렌 버둥댄다. 테이블 크로스를 잡으니까, 설리반 그 손을 때린다. 켈러 일어난다.

[켈러] (관대하게) 어려울 것 같소. 설리반, 이 아이가 배운 것을 내가 지켜보겠소 (설리반에게 잡힌 헬렌의 손을 잡고 쓰다듬는다. 헬렌 조용해진다)  하지만 우리 애를 식탁에서 쫓아야 될 필요는 없을 것 같소. 오늘 저녁 주인공은 핼렌이니까 접시를 도로 갖다줘요.

[설리반] 만약 핼렌이 앞을 보는 아이라면 누구하나 이렇게 관대하지는 않을 겁니다.

[켈러] 허나 우리애는 앞을 못 봅니다. 타협이 필요하다고 생각지 않소? 접시를 갖다줘요 제발! (설리반, 접시를 갖다준다. 켈러 냅킨을 헬렌 목에 두른다. 가만히 있다) 부자연한 일은 아니지. 우리들 대부분도 때로는 선생을 피하고 싶어지니까.  (포크를 헬렌 손에 쥐어주니 헬렌 받는다) 자. 그럼 다시 시작해 볼까?

헬렌 자기 자리에 앉는다. 설리반 보고 있다. 헬렌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다가 마루에 포크를 내던진다. 그리고  손으로 음식을 먹는다.

[제임스] 처음부터 다시 시작입니다.

헬렌이 설리반 접시에 손을 넣자 설리반가 곧 그 팔을 잡는다. 헬렌이 다른 손을 더듬거리다가 물병을 잡아 설리반에게 휘두르고 설리반는 팔 굽을 맞고 뒤로 물러선다. 옷에 물이 튄다. 설리반는 물병을 잡고 다른 팔로 헬렌을 잡아 강제로 끌고 나간다. 켈러 일어난다.

[설리반] (정중하게) 일어나지 마십쇼.

[켈러] 어디를 가는 거요?

[설리반] 저를 달래려고 하지 마세요. 방해하지 마세요. 저는 이 아이를 앞이 보이는 아이처럼 다루려는 겁니다. 저는 이 아이가 앞을 보기를 기대하고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방해하지 마세요.

[켈러] 어디로 그 아이를 데려가는 거요?

[설리반] 물병에 물을 다시 채우게 하려고요.

헬렌 달아나 계단으로 도망간다. 설리반 따라간다. 켈러 굳은 듯이 서있다

[켈러] (화가 나서) 도저히 그냥 둘 수가 없군.

켈러가 설리반 뒤를 따르며 일어나자, 제임스가 켈러 앞에 의자를 놓고 일어선다.

[제임스] 방해하지 마세요.

[켈러] 뭐라고?

[제임스] (삼키듯이) 방해하지 마시라고 했습니다.  설리반 선생이 옳습니다.

켈러 의자와 제임스를 노려본다. 제임스 깊이  숨을 들여 마시고 완강하게 말한다

[제임스] 설리반 선생이 옳습니다. 어머니도 옳고 저도 옳습니다. 아버지가 잘못입니다. 설리반 선생을 방해하시려면 이 의자와 저를 밟고 가십쇼. 한번쯤은 아버지도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고 생각을 못하시겠습니까?

켈러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본다. 케이트 일어난다.

[케이트] 여보.

켈러, 잠시 제임스를 보다가 거칠게

[켈러] 모두 앉아 (모두 앉고 제임스만 의자를 집고 서있다.  켈러 부드럽게) 앉아라 지미.

제임스 앉는다. 켈러 눈이 제임스를 떠나지 않는다. 설리반 헬렌을 아래층으로 끌고 내려온다. 물병을 든 채 현관을 지나 계단을 내려 마당의 펌프가로 간다. 펌프 손잡이에 헬렌의 손을 올려놓고.

[설리반] 그래 틀어봐. 

헬렌, 이상해서 자기 볼을 만진다.

아니야. 엄마는 여기 없어. 펌프를 틀어봐. 

펌프대를 누르도록 헬렌 손에 힘을 준다. 헬렌, 펌프를 튼다. 설리반 물병을 대고 받게 한다. 물이 물병으로도 들어가고 헬렌 손에도 떨어진다. 설리반 기계적으로 헬렌 손바닥에 쓴다

 물, 물. 이건 물이야. 

그 순간 헬렌이 물병을 떨어뜨린다. 깨어진다. 헬렌은 못 박힌 듯 서있고 설리반도 서있다. 조명 빛 변한다. 조명 빛 변화와 함께 헬렌 얼굴이 변한다. 일찍이 없었던 빛이 얼굴에 떠오른다. 입술이 떨리고 무엇인가를 기억해 내려고  애쓰다가 고통스럽게 애기 소리로 몇 년을 갇혀있던 소리가 나온다.

[헬렌] 무- 무- (다시 몹시 힘들게) 무- 무-

헬렌 물에 자기 손을 집어넣었다가 자기 손바닥에 자기가 쓴다. 그리고 더듬는다. 설리반 그 손을  잡는다. 헬렌이 설리반 손바닥에 쓴다

[설리반] (속삭이듯) 그래. (헬렌 또 쓴다) 그래.

헬렌, 펌프대를  잡는다. 펌프를 틀어 물이 나오게 해서 손을 넣고 설리반의 손을 잡아 또 글자를 쓴다.

[설리반] 그래, 아-

무릎을 꿇고 앉아 헬렌의 손을 잡는다. 헬렌 손을 빼서 쩔쩔매다가 땅을 만져보고 급히 손바닥을 내민다. 설리반 써준다.

[설리반] 땅.

헬렌이 받아쓴다.

[설리반] 맞았어. 그래.

헬렌 펌프를 만지고 손바닥을 내민다 설리반 쓴다

[설리반] 펌프.

헬렌이 받아 쓴다

[설리반] 그래. 그래.

헬렌, 너무도 흥분해서 조용히 있지 못하고 뛰고  돌고 어쩔 줄을 모른다. 현관계단에 넘어진다. 계단을 잡아보고 손바닥을 내민다 설리반, 써 준다.

[설리반] 계단.

헬렌 이제는 받아 쓸 시간이 없는 듯 더듬어 만지고 손바닥을 내밀고 설리반, 뒤따라가며 글씨를 써준다. 집안에 대고 소리를 지른다.

[설리반] 부인. 부인!

안에서 케이트 일어난다. 헬렌은 현관으로 와서 더듬다가 벨을 만지고 그 줄을 잡아당긴다. 때를 맞추듯 멀리서도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일제히 울린다. 케이트 급히 밖으로 나온다. 켈러가 뒤따른다. 제임스만이 그대로 앉아서 냅킨으로 눈을 닦고 있다. 헬렌은 한 손으로 벨 줄을 잡고 다른 손은 엄마의 스커트를 잡았다가 내미니까 설리반가 써준다.

[설리반] 어머니.

켈러가 헬렌 손을 잡는다 헬렌이 만지자 설리반 또 쓴다.

[설리반] 아버지...... 헬렌이 압니다.

케이트, 켈러 모두 꿇어앉는다. 헬렌을 끌어 앉는다. 설리반 뒤로 물러나 셋을 바라보고 있다. 헬렌, 케이트 손에 쓴다. 켈러 손에도 쓴다 케이트 헬렌 손에 마주 쓴다. 헬렌 손을 잡은 채 놓지를 못한다. 헬렌 더듬어 설리반를 찾는다. 헬렌이 다리를 잡자 설리반 앉는다. 헬렌 손이 설리반 볼을 만진다. 그리고 기다린다. 설리반 써준다.

[설리반] 선생님.

설리반 헬렌의 손을 자기 볼을 댄다. 헬렌 기쁘게 뒤로 물러나 계단을 내려가서 부모에게로 온다. 껴안으려하자 헬렌 다른 것을 원하는 것 같다. 케이트의 주머니를 친다. 케이트가 열쇠를 꺼낸다. 설리반는 감동되어서 돌아서 있다. 헬렌 글을 쓴다. 케이트와 헬렌의 손이 회화를 하는 것이다. 케이트는 감사하고 기쁘고 신기해서 말을 못한다. 아이를 잃고 동시에 찾는 것이다

[케이트] 선생님.

케이트, 어깨를 잡아 헬렌을 안았다가 놓아준다. 헬렌 수줍은 듯 가서 설리반의 스커트를 잡는다. 열쇠를 설리반 손에 놓는다. 잠시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자 헬렌, 설리반의 팔에 안긴다. 안경을 벗기고 설리반 뺨에 입맞춘다. 설리반 껴안는다. 케이트 켈러의 팔을 잡고 집안으로 들어간다. 펌프주위를 제외하고는 조명이 거의 꺼진다. 설리반와 헬렌만이 마당에 남아있다. 설리반, 헬렌의 손을 무의식중에 잡고 천천히 글을 쓴다. 목소리가 떨리고 속삭이듯

[설리반] 나는 헬렌을 사랑한다.

(활짝 다시 껴안고 말을 한다)

[설리반] 언제까지나...

조명 어두워 지고 다시 밝아지면 커튼콜. 하애경이 오유경에게 키스를 할 때 스톱모션 걸리면서 음악.

유미독백 - 전 완전히 패배했습니다. 저희 엄만 마지막 커튼 콜 때 저에게 하지도 않던 키스를 유경이에게 했으니까요. 저희 엄마가 말이에요. 엄마가................

송연화의 목소리 - 두 사람 다 잘해줬다. 이번 기적의 사람으로 많은 연기의 발전이 있었다. 유미야. 너를 홍천녀의 또 다른 후보로 지목한다. ‘홍천녀’를 위해 연기 수업을 게을리 하지 말아라. 앞으로 2년 동안의 기회를 주겠다. 

유미 목소리 -(사이) 네, 선생님. 전 결코 다음엔 지지 않을 겁니다. 절대로.....꼭 제가 유경이 보다 잘 해내어 <홍천녀>의 여주인공을 따내겠습니다.

다시 커튼 콜이어지면서 (음악)

송연화 Top light 떨어지면서 

송연화 목소리 - 깨지기 쉬운 천 개의 유리가면......한 번 써 볼래? 후후후....

웃음소리 에코

(음악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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