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친일인명사전21

[시] 서정주 - 광화문 광화문 북악(北岳)과 삼각(三角)이 형과 그 누이처럼 서 있는 것을 보고 가다가형의 어깨 뒤에 얼굴을 들고 있는 누이처럼 서 있는 것을 보고 가다가어느새인지 광화문 앞에 다다랐다. 광화문은차라리 한 채의 소슬한 종교(宗敎).조선 사람은 흔히 그 머리로부터 왼 몸에 사무쳐 오는 빛을마침내 버선코에서까지도 떠받들어야 할 마련이지만,왼 하늘에 넘쳐 흐르는 푸른 광명(光明)을광화문 - 저같이 의젓이 그 날갯죽지 위에 싣고 있는 자도 드물다. 상하 양층(上下兩層)의 지붕 위에그득히 그득히 고이는 하늘.위층엣 것은 드디어 치일치일 넘쳐라도 흐르지만,지붕과 지붕 사이에는 신방(新房) 같은 다락이 있어아랫층엣 것은 그리로 왼통 넘나들 마련이다. 옥(玉)같이 고우신 이그 다락에 하늘 모아사시라 함이렷다. 고개 숙여 성(.. 2017. 1. 26.
[시] 서정주 - 추천사 추천사 향단(香丹)아, 그넷줄을 밀어라.머언 바다로배를 내어 밀듯이,향단아. 이 다소굿이 흔들리는 수양버들나무와벼갯모에 놓이듯한 풀꽃데미로부터,자잘한 나비새끼 꾀꼬리들로부터아주 내어 밀듯이, 향단아. 산호(珊瑚)도 섬도 없는 저 하늘로나를 밀어 올려 다오.채색(彩色)한 구름같이 나를 밀어 올려 다오.이 울렁이는 가슴을 밀어 올려 다오! 서(西)으로 가는 달같이는나는 아무래도 갈 수가 없다. 바람이 파도를 밀어 올리듯이그렇게 나를 밀어 올려 다오.향단아. ※ 주정적이며 형이상학적인 경향의 이 시는 5연으로 구성된 자유시다. '춘향의 말'이란 부제가 붙은 이 시는 앞에서 본 '춘향 유문'에서와 같이 그 소재는 고전이다. 이 '추천사' 역시 대화체의 형식을 빌려 세속적 고뇌로부터 해방되기를 갈구하는 바람을 춘.. 2017. 1. 26.
[시] 서정주 - 귀촉도(歸蜀途) 귀촉도(歸蜀途) 눈물 아롱아롱피리 불고 가신 님의 밟으신 길은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西域) 삼만리(三萬里).흰 옷깃 여며 여며 가옵신 님의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巴蜀) 삼만리(三萬里). 신이나 삼아줄 걸 슬픈 사연의올올이 아로새긴 육날 메투리은장도 푸른 날로 이냥 베혀서부질없는 이 머리털 엮어 드릴걸. 초롱에 불빛, 지친 밤하늘굽이굽이 은하물 목이 젖은 새,차마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님아 ※ 1943년 '춘추' 10월호 2호에 실린 이 작품은 그의 제2시집 '귀촉도(1946)'의 표제가 된 대표작이다. 귀촉도라는 새는 자규, 두견 등의 이름이 붙은 것으로 망국의 서러움을 애절한 여인상의 가락에 나타낸 비애절정의 시다. 시의 주제는 임을 잃은.. 2017. 1. 26.
[시] 서정주 - 꽃밭의 독백 꽃밭의 독백-사소(娑蘇) 단장(斷章)- 노래가 낫기는 그 중 나아도구름까지 갔다간 되돌아 오고,네 발굽을 쳐 달려간 말은바닷가에 가 멎어 버렸다.활로 잡은 산(山)돼지, 매[鷹]로 잡은 산(山)새들에도이제는 벌써 입맛을 잃었다.꽃아. 아침마다 개벽(開闢)하는 꽃아.네가 좋기는 제일 좋아도,물낯바닥에 얼굴이나 비취는헤엄도 모르는 아이와 같이나는 네 닫힌 문(門)에 기대 섰을 뿐이다.문(門) 열어라 꽃아. 문(門) 열어라 꽃아.벼락과 해일(海溢)만이 길일지라도문(門) 열어라 꽃아. 문(門) 열어라 꽃아. ※ 1958년 6월 '사조' 창간호에 실린 이 작품은 신라 시대의 '사소 단장'이란 설화에서 소재를 구하여 신선 사상(도교)을 배경으로 한 14행의 자유시다. 이 시는 생의 이상을 영생과 영원의 차원에 두고.. 2017. 1. 26.
[시] 서정주 - 춘향유문(春香遺文) 춘향유문 (春香遺文)-춘향의 말- 안녕히 계세요.도련님. 지난 오월 단옷날, 처음 만나던 날우리 둘이서, 그늘 밑에 서있던그 무성하고 푸르던 나무같이늘 안녕히 안녕히 계세요. 저승이 어딘지는 똑똑히 모르지만,춘향의 사랑보단 오히려 더 먼딴 나라는 아마 아닐 것입니다. 천 길 땅 밑을 검은 물로 흐르거나도솔천(桃率天)의 하늘을 구름으로 날더라도그건 결국 도련님 곁 아니예요? 더구나 그 구름이 소나기가 되어 퍼부을 때춘향은 틀림없이 거기 있을 거예요. ※ 주정적, 불교적(윤회사상)인 경향이 짙은 이 작품은 4연으로 짜여진 자유시다. 이 시는 불교의 윤회사상을 기본사상으로 하여 쓰여진 시로, 춘향의 사랑을 생사로 초월한 불멸의 사랑으로 승화시킨 대화체의 형식을 빌린 이 시의 주제는 영원불멸의 사랑이다. 서정주.. 2017. 1. 26.
[시] 서정주 - 국화 옆에서 국화 옆에서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 1947년 11월 9일 경향신문에 발표된 이 시는 한국 시사를 장식하고 있는 수작으로 널리 알려진 작품이며, 시인으로서의 미당(未堂)을 종합적으로 대표하고 있는 시다. 인간과 자연은 온갖 노력과 기다림과 그리움이 하나가 되어 마침내 한 송이 꽃이 완성된다는 이 시의 세계는 '누님'이라는 인생적 측면과 아울러 그 인생적 높은 가친관, 7·5조의 음수율이.. 2017. 1. 26.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