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황수1 [시] 조지훈 - 봉황수(鳳凰愁) 봉황수(鳳凰愁) 벌레 먹은 두리기둥 빛 낡은 단청(丹靑) 풍경 소리 날아간 추녀 끝에는 산새도 비둘기도 둥주리를 마구 쳤다. 큰 나라 섬기다 거미줄 친 옥좌(玉座) 위엔 여의주(如意珠) 희롱하는 쌍룡(雙龍) 대신에 두 마리 봉황새를 틀어 올렸다. 어느 땐들 봉황이 울었으랴만 푸르른 하늘 밑 추석(登石)을 밟고 가는 나의 그림자. 패옥(佩玉) 소리도 없었다. 품석(品石) 옆에서 정일품(正一品) 종구품(從九品) 어느 줄에도 나의 몸 둘 곳은 바이 없었다. 눈물이 속된 줄을 모를 양이면 봉황새야 구천(九天)에 호곡(呼哭)하리라. ※ 1940년 '문장' 2월호 13호에 발표된 이 작품은 전연으로 짜여진 산문체의 서정시다. 이 시는 식민지 말기 고궁의 옥좌 밑을 거닐면서 왕조의 몰락을 회고하며 기 심회를 읊은 역.. 2017. 2. 20. 이전 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