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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시] 이은상 - 가고파

by 소행성3B17 2016.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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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고파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이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오 그 잔잔한 고향 바다

  지금도 그 물새들 날으리 가고파라 가고파

 

  어릴 제 같이 놀던 그 동무들 그리워라

  어디 간들 잊으리오 그 뛰놀던 고향 동무

  오늘은 다 무얼 하는고 보고파라 보고파

 

  그 물새 그 동무들 고향에 다 있는데

  나는 왜 어이타가 떠나 살게 되었는고

  온갖 것 다 뿌리치고 돌아갈까 돌아가 

 

  가서 한데 얼려 옛날같이 살고지고

  내마음 색동옷 입혀 웃고 웃고 지내고저

  그 날 그 눈물 없던 때를 찾아가자 찾아가

 

  물 나면 모래판에서 가재 거이랑 달음질하고

  물 들면 뱃장에 누워 별 헤다 잠들었지

  세상일 모르던 날이 그리워라 그리워

 

  여기 물어 보고 저기 가 알아 보나

  내 몫엔 즐거움은 아무데도 없는 것을

  두고 온 내 보금자리에 가 안기자 가 안겨

 

  처녀들 어미 되고 동자들 아비 된 사이

  인생의 가는 길이 나뉘어 이렇구나

  잃어진 내 기쁨의 길이 아까워라 아까워

 

  일하여 시름 없고 단잠들어 죄 없는 몸이

  그 바다 물소리를 밤낮에 듣는구나

  벗들아 너희는 복된 자다 부러워라 부러워

 

  옛 동무 노젖는 배에 얻어 올라 치를 잡고

  한바다 물을 따라 나명 들명 살까아

  맞잡고 그물 던지며 노래하자 노래해

 

  거기 아침은 오고 거기 석양은 져도

  찬 얼음 센 바람은 들지 못하는 그 나라로

  돌아가 알몸으로 살꺼나 깨끗이도 깨끗이





  ※ 주제는 '어린시절에의 회상과 그에 따르는 향수의 정'이며, 구성은 10수 1편의 연수로 된 평시조이다. 이 시조의 특징은 종장에 가서 일정한 반복법을 사용함으로써 음악적인 효과를 노렸으며 '그'라는 관형어를 첨가시킴으로써 의미의 선명과 율경의 변화를 꾀했고, 1차적으로 어린 시절에의 향수의 정과 2차적으로 일제의 억압에서 벗어나야 되겠다는 강렬한 염원을 뛰어난 기법으로써 오묘하게 융화시킨 점이다. 



  이은상(李殷相 1903~1982)

  시조시인, 사학자, 문학박사. 마산출생. 호는 노산(鷺山). 연희전문수료, 일본 와세다 대학 사확과 수업. 이화 여전, 동국대학, 청구대학 교수 및 부산대, 동아대 강사 역임. 1923년 동아일보에 시조 '어포', '달 박은 밤에'를 비롯 '새벽 비', '고향 생각' 등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작품 활동에 들어갔다.

  시조를 현대시로도 중흥시키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웠고, 기행문과 비문에 독보적인 경지를 이룩해 놓았을 뿐 아니라 조선 어학회 사건으로 2회나 투옥된 것이 그로 하여금 민족주의 사상과 애국 선열을 기념하는 사업에 헌신하게 한 동기가 되었으며, 월간지 '신생', '신가정'을 편집. 조선일보 편집고문, 호남신문 사장 등 한 때 언론계도 종사했다.

  저서에 '노산시조집', '노산시조선집', '푸른 하늘의 뜻은' 등의 시조집과 기행문에 '향샹유기', '탐라기행', '기행 지리산', '피어린 육백리' 등과 '국역주해 이 충무공 전기', '사임당의 생애와 예술', '무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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