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문

[시] 이육사 - 광야

by 소행성3B17 2016. 11. 7.
반응형

  광 야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戀慕)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白馬)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 이 시는 1946년에 발간되어 유고 시집인 '육사 시집'에 실린 작품으로, 이 시의 경향은 상징적 · 서정적이며 짜임은 5연으로 된 자유시다.

  이 시는 육사가 일제의 압정이 싫어 중국 대륙의 여기 저기를 방랑하면서 생활하던 1930년 이후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대륙의 광야에서 조국의 산하를 연상하고, 여기에서 육사의 애국적 정열로 착상되었으리라는 이 시는 광야의 순수성과 광야의 냉혹한 현실, 여기에다 다사 희망에 찬 미래 건설에의 결의를 다짐한 것이 이 시의 내용이며, 이 시의 주제는 광복의 염원이라 하겠다.



  이육사 (李陸史 1904~1944)

  본명은 원록(原祿). 통명(通名)은 활(活). 경북 안동 출생. 북경군과 학교를 거쳐, 북경 대학 사회학과 졸업. 귀국 후 최초의 '황혼'을 '신조선(1933)'에 발표하여 문다에 데뷔. 이어 신헉호, 윤공강 등과 '자오선' 동인으로 34편의 시를 남겼음. 21세 때 형 원기, 아우 원유와 함께 대구에서 의열단에 가입했고, 의사 장진홍의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파사건에 연루되어 형제들과 함께 3년간 옥고를 치름. 그 때 감방 번호가 264호였으므로, 호를 육사(陸史)로 불렀음. 이후 대소사건이 있을 때마다 투옥되길 무려 17회, 끝내 북경에서 병졸함. 유고 시집에 '육사시집'이 간행되었고 다시 '청포도(1964)', '광야(1971)' 등이 나왔다.


반응형

'인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이육사 - 절정  (0) 2016.11.07
[시] 이육사 - 청포도(靑葡萄)  (0) 2016.11.07
[시] 김동환 - 산너머 남촌에는  (0) 2016.11.01
[시] 김동환 - 국경의 밤 제3부  (0) 2016.11.01
[시] 김동환 - 국경의 밤 제2부  (0) 2016.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