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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시] 김동환 - 국경의 밤 제2부

by 소행성3B17 2016.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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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경의 밤


  제2부

  28장

    멀구 광주리 이고 산기슭을 다니는

    마을 처녀떼 속에,

    순이라는 금년 열여섯 살 먹은 재가승(在家僧)의 따님이 있었다.

    멀구알같이 까만 눈과 노루 눈썹 같은 빛나는 눈초리,

    게다가 웃울 때마다 방싯 열리는 입술,

    백두산 천지 속의 선녀같이 몹시도 어여뻤다.

    마을 나무꾼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마음을 썼다.

    될 수 있으면 장가까지라도! 하고

    총각들은 산에 가서 '콩쌀금'하여서는 남몰래 색시를 갖다주었다.

    노인들은 보리가 설 때 새알이 밭고랑에 있으면 고이고이 갖다주었다.

    마을서는 귀여운 색시라고 누구나 칭찬하였다.

     

  29장  

    가을이 다 가는 어느 날 순이는

    멀구 광주리 맥없이 내려놓으며 아버지더러,

    "아버지, 우리를 중놈이라고 해요, 중놈이란 무엇인데"

    "중? 중은 웬 중! 장삼입고 고깔 쓰고 목탁 두다리면서 나무아미타불 불러야 중이지, 너 안 보았디? 일전에 왔던 동냥벌이 중을"

    그러나 어쩐지 그 말소리는 비었다.

    "그래도 남들이 중놈이라던데"하고,

    아까 산에서 나뭇꾼들에게 몰리우던 일을 생각하였다.

    노인은 분한 듯이 낫자루를 휙 집어 뿌리며,

    "중이면 어때? - 중은 사람이 아니라든? 다른 백성하고 혼사도 못하고 마음대로 옮겨 살지도 못하고"

    하며, 입을 다물었다가

    "잘들 한다. 어디 봐! 내 딸에야 손가락 하나 대게 하는가고"

    하면서 말없이 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낯에는 눈물이 두루루 어울리고,

    순이도 그저 슬픈 것 같아서 함께 울었다, 얼마를.

 

  30장  

    재가승(在家僧)이란 - 그 유래는

    함경도 윤관이 들어오기 전,

    북관의 육진 벌을 유목(遊牧)하고 다니던 일족이었다.

    갑옷 입고 풀투구 쓰고 돌로 깎은 도끼를 메고,

    해 잘 드는 양지볕을 따라 노루와 사슴잡이하면서

    동으로 서로 푸른 하늘 아래를

    수초를 따라 아무데나 다녔다, 이리저리.

    부인들은

    해 뜨면 천막밖에 기어나와,

    산 과일을 따 먹으며 노래를 부르다가

    저녁이면 고기를 끓이며 술을 만들어,

    사내와 같이 먹으며 입맞추며 놀며 지냈다.

    그러다가 청산을 두고 구름만 가는 아침이면

    산령에 올라 꽃도 따고, 풀도 꺾고 -


  31장  

    말은 한가히 풀을 뜯고 개는 꿩을 따르고,

    하늘은 맑았고, 푸르고

    이 속에서 날마다 날마다 이 일족이

    잡아서 먹고서, 먹고서 잡아가지고 -

    그래서 술을 먹고 계집질을 하고 아이를 낳고 싸움하고 영지를 빼앗고, 암살이 일어나고 -

    추장, 무사, 처, 모, 아이,석부(石釜), 초의(草衣) -

    이것이 서로 죽고, 빼앗고 없어지고 하는 대상

    평화스럽고 살벌한 세대를 오래 보내었다.

     

  32장  

    새벽이면 추장이

    "얘들아 일어나거라!"하는 소리에,

    천막 속 한자리에서 잠자던 부부와 부모와 처자와 모든 것들이

    이슬을 툭툭 털고 일어나서,

    장정은 활을 메고 들에 나가고

    처녀는 모닥불을 피워놓고 몸을 쪼인다.

    추장은 연해 싸움할 계획을 하고서 -

    일족은 복잡한 것을 모르고 그날 그날을 보내었다.

     

  33장  

    그네들은 탐탐한 공기를 모르고 성가신 도덕과 예의를 모르고

    아름다운 말씨와 표정을 몰랐었다

    그저 아름다운 색시를 만나면 아내를 삼고

    그래서 어여쁜 자녀를 내어 기르고

    밤이면, 달이 떠 적막할 때,

    모닥불 옆에서 고기를 구워서는

    술안주하여 먹으며, 타령을 하면서

    짧은 세상을 즐겁게 보내었다

    몇백 년을 두고 똑같이.

 

  34장  

    그러나 일이 났다.

    앞마을에 고구려 군사가 쳐들어왔다고 떠들 때,

    천막에다 여러 곳에서 나많은 장정들이 모조리

    석부를 차고 활을 메고

    여러 대 누려 먹은 제 땅을 안 뺏기려,

    싸움터로 나갔다.

    나갈 때면 울며불며 매여달 리는 아내를 물리치면서

    처음으로 대의를 위한 눈물을 흘려보면서.

    남은 식구들은 떠난 날부터

    냇가에 칠성단을 묻고 밤마다 빌었다, 하늘에

    무사히 살아오라고! 싸움에 이기라고!

    그러나 그 이듬해 가을엔 슬픈 기별이 왔었다,

    싸움에 나갔던 군사는 모조리 패해서 모두는 죽고

    더러는 강을 건너 오랑캐령으로 달아나고,

    - 사랑하던 여자와 말과 서부와, 석퉁소를 내 버리고서.

    즉시 고구려 관원들이 왔었다 이 천막촌에

    그래서 죽이리 살리리 공론하다가

    종으로 쓰기로 하고 그대로 육진에 살게 하였다,

    모두 머리를 깎이고 -

 

  35장  

    몇백 년이 지났는 지 모른다.

    고구려 관원들도 갈리고

    그 일족도 이리저리 흩어져

    어떻게 두루 복잡하여질 때,

    그네는 혹 둘도, 모여서 일정한 부락을 짓고 살았다.

    머리를 깎고 동무를 표하느라고 남들은

    집중이라 부르든 말든 -

    재가승(在家僧)이란 그 여진의 유족.

     

    그래서 백정들이 인간 예찬하듯이

    이 일족은 세상을 그리워하며 원망하며 지냈다.

     

    순이란 함경도의 변경에 뿌리운 재가승의 따님.

    불쌍하게 피어난 운명의 꽃,

    놀아도 집중과 시집가도 집중이라는 정칙받은 자!

    그러나 누구나 이 중을 모른다, 집주이란 뜻을

    그저 집중 집중 하고 욕하는 말로 나뭇꾼들이 써왔다


  36장  

    마을 색시들은

    해 지기까지 하여서 물터에 물 길러 나섰다,

    국사당 있는 조그마한 샘터에로,

    그곳에는 수양버들 아래,  

    오래 묵은 돌부처 구월 볕에 땀을 씻으면서

    육감을 외우고 앉아 있었다.

    지나던 길손이 낮잠 자는 터전도 되고 -

    그 아래는 바로 우물, 바가지로 풀 수 있는 우물,

    여러 길에 쓰는 샘물터가 있었다.

    또 그 곁에는 치재(致齋) 붙이던 베 조각이 드리웠고,

    나무꾼이 원두 씨름아여 먹고 간 꺼-먼 자취가 남았고

    샘물 우엔 벌레 먹은 버들잎 두어 개 띄웠고 -

     

  37장  

    "순이는 벌써 머리를 얹었다네,

    으아, 우습다 시집간다더라, 청혼왔다구."

    "부잣집 며느리 된다고, 어떤 애는 좋겠다"

    하며 여럿은 순이를 놀려대이며

    버들잎을 가려가며 물을 퍼 담았다.

    "밭도 두 맥 소쉬 있고 소도 세 마리나 있고 흥!"

    "더구나 새신랑은 글을 안다더라, 언문을"

    빈정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부러워하는 것 같기도 하며

    마을 처녀들은 순이를 놀려대었다.

     

  38장  

    순이는 혼자 속으로

    가만히 '시집' '신부'하고 불러보았다.

    어여쁜 이름이다 함에 저절로 낯이 붉어진다,

    "나도 그렇게 된담! 더구나 그 '선비'하고"

    그러다가 문득 아까 아버지 하던 말을 생각하고

    나는 집중 집중으로 시집가야 되는 몸이다 함에

    제 신세 가엾은 것 같아서 퍽 슬펐다.

    "어찌 그 선비는 집중이 아닌고? 언문 아는 선비가, 에그 그 부잣집은 집중 가문이 아닌고? 가엾어라"

    그는 그저 울고 싶었다 가슴이 답답하여지면서

    멀리 해는 산마루를 넘고요 -

     

  39장  

    얼마나 있었는지 멀리 방축 건너로

    "노자- 노자 젊어 노자 늙어……"하는 나무꾼의 목가가 들릴 때,

    순이는 깜짝 놀라 얼른 물동이에 물을 퍼 담았다

    가을바람이 버들잎 한 쌍을 물동이에 쥐어넣고 -

     

  40장  

    동무들은 다 가고

    범나비 저녁바람 쏘이려 나왔을 때,

    하늘이 부르는 저녁 노래가 고요히 떠돌아

    향기로운 땅의 냄새에 아울려

    순이를 때릴 때, 그는 저절로 가슴이 뛰었다 -

    성장한 처녀의 가슴에 인생의 노래가 떠돌아 못 견디게 기쁘었다,

    그때 어디서 갈잎이 째지며 휘파람 소리가 들린다.

    그러자, 새알 만한 돌멩이 발충에 와 떨어진다


  41장  

    순이는 무엇을 깨달았는지 모로 돌아섰다.

    귓볼이 빨개지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소년은 뛰어나왔다. 갈 밖으로 벙글벙글 웃으면서

    "응, 순이로구나!" 하면서 앞에 와 마주섰다,

    그리고 호주머니에서 '콩쌀금'을 내어 슬며시 쥐어준다.

    순이는 오늘따라 부끄러워

    낯을 들지 못하였다 늘 하던 해죽 웃기를 잊고 -

    "너 멀구밭으로 갔던? 어째 혼자 갔나?"

    "나허구 같이 가자구 하지 않았나? 누가 꼬이든?"

    "……"

     

    "어째 너 나를 싫어하나? 응"

    순이는 그러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소년은 빨개진 소녀의 귓볼을 들여다보며

    "왜 울었니? 누구에게 맞았니?"

    "누가 맞았다니!"

    "그럼 어째 말을 아니 하니?"

    그래도 순이는 잠잠하다.

    소년은 손뼉을 치며 하하하 웃으면서

    "옳지 알았다 너 부끄러워 우니? 우리 아버지 너 집으로 혼사말 갔다더니 옳지 그게 부끄럽구 우냐!"

    "……"

    "얘 너는 우리 집에 시집온단다, 권마성(勸馬聲) 소리에 가마에 앉아서 응"

    순이는 한 걸음 물러서며

    "듣기 싫다 나는 그런 소리 듣기 싫다!"

    그리고는 물동이 앞에 와 선다.

    아무 말도 없이 고요히 - 수정(水精)같이

    소년은 웃다가 이 눈치를 차리고 얼른 달려들어

    물동이를 이워주었다.

    그리고는 뒷맵시와 불그레한 뺨빛을

    또 한 가지 여왕같이 걸어가는 거룩한 그 자태를 탐내보면서

    마치 원광 두른 성녀를 보내는 듯이 한껏 아까워서 -

     

  42장  

    조선의 시골에는

    백일에 짓는 사랑의 궁전은 없으랴.

    종이 무서워 무서워 상전을 바라보듯

    거지가 금덩이 안아보듯

    두려움과 경이가 큐-피트의 화살이 되었다.

     

  43장  

    그러는 속에도 사랑은 허화(虛火),

    봄눈을 뒤지고 나오는 움같이

    고려 지방족의 강득한 씨는

    아침나절 호풍이 부는 산국(山國)에도 피기 시작하였다.

    여성은 태양이다! 하는 소리가

    소년의 입술을 가끔 스쳤다,

    두 절대한 친화력에 불타지면서

    사랑은 재가승과 언문 아는 계급을 초월하여서 붙었다.

     

  44장  

    그뒤로부터

    비 오는 아침이나 바람 부는 저녁이나

    두 그림자는 늘 샘터에 모였다

    남의 눈을 꺼리면서,

    물 우엔 갈잎 마음속엔 '잊지 말란 풀'

     

  45장  

    뻐꾸기 우는 깊은 밤중에

    처녀의 짓두그릇엔 웬 총각의 토수목 끼었고

    누가 쓴 '언문본'인지 뎅굴뎅굴 굴렀다

    순이의 맘에는 알 수 없는 영주가 즐어앉았다.

    콩쌀금 주던 미소년이 처녀의 가슴에 아아

    언문 아는 선비가 안기었다.

  

  46장  

    소년은 -

    날마다 꼴단 지고 오다가 그 집 앞 돌각탑 우에 와 앉았다,

    땀 씻을 때에 부르는 휘파람 소리는

    어린 소녀에게 전하는 그 소리라.

    사랑하는 이의 사랑받으면서

    꿈나라의 왕궁을 짓는 하루 이틀

    아침은 저녁이 멀고 저녁은 아침이 그리운

    만리장성을 쌓을 때 -

     

  47장  

    쌓기는 왕자, 왕녀의 사랑 같은 사랑의 성을

    두 소년이 쌓았건만,

    헐기는 재가승의 정칙이 헐기 시작하였다.

    꽃에는 벌레가 들기 쉽다고

    아, 둘 사이에는 마지막 날이 왔다,

    벌써부터 와야 할 마지막 날이

    전통은- 사회 제도는

    인간 불평등의 한 따님이라고,

    재가승의 자녀는 재가승의 집으로

    그래서 같은 씨를 십대 백대 천대를

    순이도 재가승의 씨를 받아 전하는 기계로 가게 되었다.

     

    죽기를 한하는 순이는

    울고 떼쓰다가 아버지 교살된다는 말에

    할 수 없이 그해 겨울에 동리 존위(尊位)집에 시집갔었다,

    언문 아는 선비를 내어버리고 -

     

    여러 마을의 총각들은 너무 분해서

    "어디 봐라!"하고 침을 배앝으며

    물긷기 동무들은

    "어찌 저럴까, 언문 아는 선비는 어쩌고, 흐흥, 중은 역시 중이 좋은 게지"라고 비웃었다.

     

  48장  

    이 소문을 듣고 소년은 밤마다 밤마다 울었다.

    그리고 단 한 번만 그 색시를 만나려 애썼다.

    광인같이 아침 저녁 물방앗간을 뛰마니며

    "어찌 갔을까, 어여쁜 순이가

    맹세한 순이가 어찌 갔을까?"하면서.

     

  49장  

    열흘이 지나도 순이는 그림자도 안 보였다

    그래서 하늘에 기도를 올렸다,

    "하느님이시여! 이게 무슨 짓입니까

    팔목에 안기어 풀싸움하던

    단순한 옛날의 기억을 이렇게 깨뜨려좋습니까?"

    "아, 순아, 어디 갔니 옛날의 애인을 버리고 어디 갔니?

    너는 참새처럼 아버지 품안에서 날아오겠다더니,

    너는 참새처럼 내 품안에서 날아오겠다더니,

    순아, 너는 물동이 이어줄 때,

    언문 아는 집 각시 된다고 자랑하더니만

    언문도 내보리고 선비도 없는 어디로 갔니?"

     

    "멀구알 따다 팔아 열녀전을 쌓겠다더니

    순아, 열녀전을 버리고 어디 갔니?

    귀여운 말하던 네가 어디 갔니?

    귀여운 말하던 네가 어디 갔니?

    부엉이 운다 부엉새가 운다 뒷산곡에서

    물레젓기 타령하던 때에 듣던 부엉새가 운다 아, 순아!"

     

  50장  

    소년은 너무도 기막혀

    새벽에 칠두성을 향하여

    "하늘이시여, 칼을 주소서, 세상을 무찌를

    순이가 살고 옛날의 샘터가 놓인 이 세상을 무찌를!"


  51장  

    에라, 나 보아라!

    자유인에 탈이 없는 것이다,

    "가헌(家憲)'이라거나 '율법'이라거나,

    모두 짓밟아라

    뜯어고쳐라 추장이란 녀석이 제 맘대로 꾸며논 타성의 도덕률을

    집중을 사람을 만들자,

    순이는 아버지의 따님을 만들자,

    초인아, 절대한 힘을 빌려라.

    이것을 고치게, 아름답게 만들 게

    불쌍한 눈물을 흘리지 말 게.

    큐피트의 지나간 뒤는 꿈이 쓰러지고,

    박카스의 노래 뒤는 피가 흐르나니.

     

  52장  

    몇 날을 두고 울던 소년은 열흘이 되자

    모든 바람이 다 끊어지고 할 때

    산새들도 깃든 야밤중에,

    보꾸러미 하나 둘러메고 이 마을을 떠났다

    마지막 눈물을 흘리면서

    다시는 이 땅을 안 디딜 작적으로 -

    구름은 빌까 험하게 분주히 내왕하는데.

     

  53장  

    소년이 떠난 뒤

    하늘은 잊은 듯이

    해마다 해마다 풍년을 주었다

    때맞춰 기름진 비를, 자갈 돌밭에

    출가한 순이의 맘에도 안개비를

    농부들은 여전히 호미를 쥐고 밭에 나갔다.

    마을 소녀들은 멀리 따러 다니구요

    언문 아는 선비 일은 차츰차츰 잊으면서.

     

  54장  

    몇 해 안 가서

    무산령상(茂山嶺上)엔 화차통

    검은 문명의 손이 이 마을을 다닥쳐왔다,

    그래서 여러 사람을 전토를 팔아가지고

    차츰 떠났다.

    혹은 간도로 혹은 서간도로

    그리고 아침나절 짐승 우는 소리 외에도

    쇠 찌적 가는 소리 돌 깨는 소리,

    차츰 요란하여갔다,

    옷 다른 이의 그림자도 붇고,

     

  55장  

    마을 사람이 거의 떠날 때

    출가한 순이도 남편을 따라

    이듬해 여름 강변인 이 마을에 옮겨왔다.

    아버지 집도 동강(東江)으로 가고요 -


  56장  

    멀구 따는 산곡에는 토지 조사국 기수가 다니더니,

    웬 삼각 표주가 붙구요,

    초가집에도 양(洋)납이 오르고 -

     

  57장  

    촌부들이 떠난 지 5년

    언문 아는 선비 떠난 지 8년.

 

    이것이 이 문간에서

    서로 들추는 아름다운 옛날의 기억,

    간첩이란 방랑자와 밀수출 마부의 아내 되는 순이의

    아! 이것은 둘의 옛날이 기억이었다.


  58장  

    -- 청년

    너무도 기뻐서

    처녀를 웃음으로 보며

    "오호, 나를 모르세요. 나를요?"

    꿈을 깨고 난 듯이 손길을 들어,

    "아아, 국사당 물방앗간에서 갈잎으로 머리 얹고

    종일 풀싸움하던 그 일을-

    또 산밭에서 멀구 광주리 이고 다니던

    당신을 그리워 그리워하던

    언문 아는 선비야요!"

    "재가승이 가지는 박해와 모욕을 같이하자던

    그러면서 소 몰기 목동으로 지내자던

    한때는 봄이 온다고 기다리던 내야요"

     

     -- 처녀(妻女)

    "언문 아는 선비? 언문 하는 선비!

    이게 꿈인가! 에그, 아!, 에그! 이게 꿈인가,

    이 추운 밤에, 당신이 어떻게 오셨소,

    봄이 와도 가을이 와도 몇 가을 봄 가고와도

    가신 뒤 자취조차 없던 당신이

    이 한밤에, 어떻게 어디로 오셨소?

    시집간 뒤 열흘 만에 떠나더라더니만."

     

     -- 청년

    "그렇다오, 나는

    마을 사람들의 비웃음에 못 이겨 열흘 만에 떠났소,

    언문도 쓸데없고 밭 두렁도 소용없는 것 보고

    가만히 혼자 떠났소.

    8년 동안 -

    서울 가서 학교에 다녔소 머리 깎고,

    그래서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 것을 알고

    페스탈로치와 루소와 노자와 장자와

    모든 것을 알고 언문 아는 선비가 더 훌륭하게 되었소,

    그러다가 고향이 그립고 당신을 못 잊오 술을 마셨더니,

    어느새 나는 인육을 탐하는 자가 되었소,

    - 네로같이 밤낮 -

    매독, 임질, 주정, 노래, 춤,-깽깽이-

    내가 눈 깨일 때는

    옛날이 육체가 없고 옛날의 정신이 없고 아 옛날의 지위까지.

     

    나는 산송장!

    오고갈 데도 없는 산송장.

    아, 옛날이 그리워 옛날이 그리워서 이렇게 찾아왔소,

    다시 아니 오려던 땅을 이렇게 찾아왔소,

    당신의 이름을 부르면서 -

    아하, 어떻게 있소, 처녀 그대로 있소? 남의 처로 있소! 흥,

    역시 베를 짜고 있소? 아, 그립던 순이여!

    나와 같이 가오! 어서 가오!

    멀리 멀리 옛날의 꿈을 둘추면서 지내요.

    아하, 순이여!"

     

     -- 처녀(妻女)

    "아니! 아니 나는 못 가오 어서 가세요,

    나는 남편이 있는 계집,

    다른 사내하고 말도 못 하는 계집.

    조선 여자에 떨어지는 종 같은 팔자를 타고난 자이오,

    아버지 품으로 문벌 있는 집에 -

    벌써 어머니질까지 하는 -

    오늘 저녁에 남편은

    이것들을 살리려,

    소금 실어 수레를 끄을고 강 건너 넘어갔어요

    남편도 없는 이 한밤에 외인하고 -

    에그 어서 가세요 -"

     

    "내가 언제 저 갈 데를 간다고?

    백두산 위에 흰 눈이 없어질 때,

    해가 서쪽으로 뜰 때 그때랍니다,

    봄날에 강물이 풀리듯이요 -"

     

    "타박타박 처녀의 가슴을 드디고 가던 옛날의 당신은

    눈물로 장사지내구요.

    어서 가요, 어서 가요 마을 구장에게 들키면

    향도 배장(鄕徒排杖)을 맞을 터인데"

    그러면서 문을 닫는다 애욕의 눈물을 씻으면서 -

     

     -- 청년

    "아니, 아니 닫지를 마세요,

    사랑의 성전문을 닫지를 마세요.

    남에게 노예라도 내게는 제왕,

    종이 상전 같은 힘을 길러 탈을 벗으려면

    그는 일평생 종으로 지낸다구요

    아, 그리운 옛날의 색시여!"

     

    "나는 커졌소, 8년을 자랐소,

    굴강한 힘은 옛날을 복수하기에 넉넉하오.

    율법도 막을 수 있고 혼도 자유로 낼 수 있소.

    아, 이쁜 색시여, 나를 믿어주구려,

    옛날의 백분의 일만이라도."

     

    "나는 벌써 도회의 매연에서 사형을 받은 자이오,

    문명에서 환락에서 추방되구요,

    쇠마치, 기계, 착가(捉枷), 기아(飢餓), 동사(凍死)

    인혈을, 인육을 마시는 곳에서 폐병균이 유리하는 공기 속에서

    겨우 도망하여 온 자이오

    몰락하게 된 문명에서

    일광을 얻으러 공기를 얻으러,

    그리고 매춘부의 부란한 고기에서,

    아편에서 빨간 술에서 명예에서 이욕에서

    겨우 빠져나왔소,

    옛날의 두만강가이 그리워서

    당신의 노래가 듣고 싶어서."

    "당신이 죽었더라면 한평생 무덤가를 지키구요

    시집가신 채라면

    젖가슴을 꿈으로나 만질까고,

    풀밭에서 옛날에 부르던 노래나 찾을까고 -"

     

     -- 처녀(妻女)

    "무얼 또 꾸며대시네,

    며칠 안 가서 그리워하실 텐데!"

     

     -- 청년

    "무엇을요? 내가 그리워한다고."

     

     -- 처녀(妻女)

    "그러믄요! 도회에는 어여쁜 색시 있구 놀음이 있구,

    그러나 여기에는 아무것도

    날마다 밤마다 퍼붓는 함박눈밖에

    강물은 얼구요 사람도 얼구요,

    해는 눈 속에서 깼다가 눈 속에 잠들고

    사람은 추운 데 낳다가 추운 데 묻히고

    서울서 온 손님은 마음이 여리다구요.

    오늘밤같이 북풍에 우는 당나귀 소리 듣고는

    눈물을 아니 흘릴까요?

    여름에는 소몰기, 겨울에는 마차몰이 그도 밀수입 마차랍니다,

    들키면 경치우는-

    단조하고 무미스러운 이 살림,

    몇 날이 안 가서 싫증이 나실 텐데 -"

     

    "시골엔 문명을 모르는 사람만이

    언문도 맹자도 모르는 사람만이

    한 번도 듣도 보도 못한 사람만이

    소문만 외우며 사는 곳이랍니다."

     

     -- 청년

    "아니, 그렇지 않소,

    내가 도회를 그리워한다고?

    비린내 나는 그 도회에를

    우정을 도량형으로 싸구요,

    명예하는 수레를 일생 두고 끄으는

    소와 막잡이하는 우둔한 차부들이 하는 곳을."

     

    "굴뚝이 노동자의 육반 위에 서고

    호가사 잉여가치의 종노릇하는

    모든 혼정(魂精)이 전통과 인습에 눌리어

    모든 질곡밖에 살 집이 없는

    그런 도회에, 도회인 속에,"

     

    "데카당, 다다, 염세, 악의 찬미

    두만강가의 자작돌같이

    무룩히 있는 근대의

    의붓자식 같은 조선의 심장을 찾아가라고요!

    아, 전원아, 애인아, 유목업아!

    국가와 예식과, 역사를 벗고 빨간 몸뚱이

    네 품에 안기려는 것을 막으려느냐?-"

    그러면서 청년은 하늘을 치어보았다.

    모든 절망 끝에 찾는 것 있는 듯이 -

    하늘엔 언제 내릴는지 모르는 구름기둥이

    조고마한 별을 드디고 지나간다.

    멀리 개 짖는 소리, 새벽이 걸어오듯 -

    8년 만에 온 청년의 눈앞에는

    활을 메고 노루잡이 다닐 때

    밤이 늦어 모닥불 피워놓고

    고리를 까슬며

    색시 어깨를 짚고 노래부르던 옛일이 생각난다.

    독한 물지 담배 속에

    "옛날에 남 이 장군이란 녀석이……"

    하고 노농(老農)의 이야기 듣던

    마을 총각떼의 모양이 보인다.

    앗! 하고 그는 다시금 눈을 돌린다.

     

     -- 처녀(妻女)

    "그래도 싫어요 나는

    당신 같은 이는 싫어요,

    다른 계집을 알고 또 돈을 알구요,

    더구나 일본말까지 아니

    와보시구려, 오는 날부터 순사가 뒤따라다닐 터인데

    그러니 더욱 싫어요 벌써 간첩이라고 하던데!"

    "그리고 내가 미나리 캐러 다닐 때

    당신은 뿌리도 안 털어줄 걸요,

    백은(白銀) 길 같은 손길에 흙이 묻는다고

    더구나 감자국 귀밀밥을 먹는다면 -"

    "에그, 애닯아라.

    당신은 역시 꿈에 볼 사람이랍니다, 어서 가세요."

     

     -- 청년

    "그렇지 않다는데도,

    에익 어찌 더러운 팔자를 가지고 났담!"

    그러면서 그는 초조하여 손길을 마주 쥔다,

    끝없는 새벽하늘에는

    별싸락이 떴구요 -

    그 별을 따라 꽂히는 곳에

    북극이, 눈에 가리운 북극이 보이고요.

    거기에 빙산을 마주쳐 두 손길 잡고, 고요히

    저녁 기도를 드리는 고아의 모양이 보인다,

    그 소리 마치

    "하늘이시여 용서하소서 죄를,

    저희들은 모르고 지었으니"하는 듯.

    별빛이 꽂히는 곳, 마지막 벌판에는

    이스라엘 건국하던 모세와 같이

    인민을 잔혹한 압박에서 건져주려고

    무리의 앞에 횃불을 들고 나아가는

    초인의 모양이 보이고요,

    오, 큰 바람이어,

    혼의 수난이어, 교착이어!

     

    "버린다면 나는 죽어요

    죽을 자리도 없이 고향을 찾은 낙인(落人)이에요,

    아, 보모여 젖먹이 어린애를

    그대로 모른다 합니까"

    그의 두 눈에선 눈물이 두루루 흘렀다.

     

     -- 처녀(妻女)

    "가요, 가요, 인제는 첫닭 울기,

    남편이 돌아올 때인데

    나는 매인 몸, 옛날은 꿈이랍니다!"

    그러며 발을 동동 구른다,

    애처로운 옛날의 따스하던 애욕에 끌이면서,

    그 서슬에 청년은 넘어지며

    낯빛이 새파래진다 몹시 경련하면서,

    "아, 잠깐만 잠깐만"

    하며 닫아맨 문살을 뜯는다.

    그러나 그것은 감옥소 철비(鐵扉)와 같이 굳어졌다,

    옛날의 사랑을 태양을 전원을 잠가둔

    성당을 좀처럼 열어놓지 않았다.

    "아, 여보 순이! 재가승의 따님,

    당신이 없다면 8년 후도 없구요,

    세상도 없구요"

     

     -- 처녀(妻女)

    "어서 가세요, 동이 트면 남편을 맞을 텐데"

     

     -- 청년

    "꼭 가야 할까요,

    그러면 언제나?"

     

     -- 처녀(妻女)

    "죽어서 무덤에 가면!"

    하고 차디차게 말한다.

     

     -- 청년

    "아, 아하 아하 ……"

     

     -- 처녀(妻女)

    "지금도 남편의 가슴에 묻힌 산송장,

    흙으로 돌아간대도 가산(家山)에 묻히는 송장,

    재가승의 따님은 워난 송장이랍니다!"

    -- 여보시오 그러면 나는 어쩌고.

    -- 가요, 가요, 어서 가오. 가요?

    뒤에는 반복된는 이 요음(擾音)만 요란코 -

     

  59장  

    바로 그때이었다,

    저리로 웬 발자취 소리 요란히 들리었다.

    아주 급하게 - 아주 황급하게

    처녀(妻女)와 청년은 놀라 하던 말을 뚝 그치고,

    발자취 나는 곳을 향하여 보았다.

    새벽이 가까운지 바람은 더 심하다,

    나뭇가지엔 덮였다 눈더미가,

    둘의 귓불을 탁 치고 달아났다.

     

  60장  

    발자취의 임자는 나타났다.

    그는 어떤 굴강(屈强)한 남자이었다 가슴에 무엇을 안은-

    처녀(妻女)는 반가이 내달으며

    "에그 인제 오시네!"하고 안을 듯한다,

    청년은 "이것이 남편인가"함에 한껏 분하였다.

    가슴에는 때아닌 모닥불길.

    "어째 혼자 오셨소? 우리 집에선?"

    처녀(妻女)의 묻는 말에

    차부(그는 같이 갔던 차부였다)는 얼굴을 숙인다

    "네? 어째 혼자 오셨소 네?"

    그때 장정은 할 수 없다는 듯이 가만히 보꾸러미를 가리킨다

    처녀(妻女)는 무엇을 깨달은 듯이

    "이게 무언데?"하고 몸을 떤다

    어떤 예감에 눌리우면서.




  ※ 이 시의 내용은 우리나라 국경 지방을 배경으로 하여 벌어지는 민족의 비참한 생활상을 소재로 하여 비참한 가운데서도 끈질긴 생명력을 기른 것이다. 따라서 이 시는 문학 예술을 통한 우리 민족의 수난사라 해도 좋을 것이다.

  또한, 이 작품의 국문학 사상의 가치는 신체시가 시도된지 17년 만에 한국 초초의 서사시가 나타났다는 데서 더 큰 의의를 지닌 시이다. 그런가 하면 토속적인 언어를 풍부히 구사하고 정확한 묘사는 세련되고 생동감을 준다. 이 시의 특징은 향토적, 애국적, 낭만적, 민요적이라는 점에 있다. 이 시의 주제는 망국민의 처절한 현실의 비참한 생활상, 또는 망국의 슬픔이라 하겠다. 1925년 간행된 '국경의 밤'의 표제가 된 이 작품은 시의 경향으로는 향토적, 민족적이며, 3부 72장으로 되어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장편 서사시이다.


  김동환(金東煥 1951 ~ ? )

  시인, 함북 경성 태생. 호 파인, 서울 중학교를 거쳐 일본 도쿄의 도요(東洋)대학 문과를 수업했다. 한국 신시(新詩) 운동에 있어서 최초의 서사시(敍事詩)를 시험한 '국경의 밤'으로 문단에 등장하여 주요한(朱耀翰), 춘원(春園), 이광수(李光洙)와 함께 초기 시단에 문명을 날렸다. 소박하고 열정적이며 향토적인 정취(情趣)가 민족의식을 바탕으로 뜨거운 호흡을 시에다 담고 있다.

  조선일보, 동아일보의 기자를 지냈고, 종합잡지 '삼천리'를 창간 주재한 일이 있다. 6.25 동란 때 이북으로 납치되어 갔다.

  작품 중에는 '국경의 밤', '적성을 손가락질하며', '정원집' 등이 특히 유명하다. 저서로는  '국경의밤', '승천하는 청춘', '삼인 시가집', '수심가', '나의 반도 산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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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金東煥, 일본식 이름: 白山靑樹 시로야마 세이주, 1901년 9월 27일 ~ 1958년)은 대한민국의 시인이다. 본관은 강릉(江陵)이고 아호는 파인(巴人)이다.


생애

  함경북도 경성군 금성면에서 출생하였고 함경북도 경성군 어대진면에서 잠시 유년기를 보낸 적이 있는 그는 중동학교 졸업 후 일본에 유학하여 도요 대학교 영문과에서 수학하다가 관동 대지진으로 중퇴하고 귀국했다.

  함북에서 발행된 《북선일일보》를 비롯하여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에서 기자로 근무하며 시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1924년 발표한 〈적성(赤星)을 손가락질하며〉가 본격적인 등단작이다.

  장편 서사시 《국경의 밤》(1925)으로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시적 특색으로는 국경 지대인 고향에서 얻은 북방적 정서와 강한 낭만성, 향토적인 느낌을 주는 민요풍의 언어를 들 수 있다.

  1929년 종합월간지 《삼천리》와 문학지 《삼천리문학》을 창간해 운영했는데, 일제 강점기 말기에 삼천리사를 배경으로 친일 단체에서 활동하고 전쟁 지원을 위한 시를 발표하는 등 활발한 친일 활동을 하였다. 2002년 발표된 친일 문학인 42인 명단과 친일파 708인 명단, 민족문제연구소가 2008년 발표한 친일인명사전 수록예정자 명단 문학 부문에 선정되었으며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 705인 명단에도 포함되었다.

  광복 후 이광수, 최남선 등과 함께 문단의 대표적인 친일 인사로 꼽혀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에 체포되어 재판을 받았고, 한국 전쟁 때 납북되었다. 1956년 재북평화통일촉진협의회에 참여했다. 그 후 평안북도 철산군의 노동자수용소에 송치되었다가 1958년 이후 사망한 것으로 전해진다.

  친일 작품으로는 지원병으로 참전했다가 전사한 이인석을 칭송하며 젊은이들에게 참전할 것을 촉구하는 시 〈권군취천명(勸君就天命)〉(1943)을 비롯하여 총 23편이 밝혀져 있다. 이는 친일 문학인 42인 명단 수록자 가운데 5위에 해당하는 편수임에도, 창작 작업보다는 단체 활동을 통한 친일 행적이 더 뚜렷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흥아보국단, 조선임전보국단, 황군위문작가단, 조선문인협회, 국민총력조선연맹, 국민동원총진회, 대화동맹, 대의당 등 많은 친일단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기 때문이다.

  3남인 김영식이 김동환의 친일 행적을 인정하고 사과한 예는 친일파로 지적되는 인물의 후손이 조상에 대한 친일 혐의를 인정한 드문 예로 종종 인용된다.

  두 번째 부인이 소설가 최정희이며, 최정희와의 사이에서 얻은 두 딸 김지원과 김채원도 대한민국의 소설가이다.

=============== 출처 : 위키피디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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