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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시] 김동환 - 국경의 밤 제3부

by 소행성3B17 2016.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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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경의 밤


  제3부

  61장  

    처녀(妻女)는 하들하들 떠는 손으로 가리운 헝겊을 벗겼다,

    거기에는 선지피에 어리운 송장 하나 누웠다.

    "앗!"하고 처녀(妻女)는 그만 쓰러진다,

    "옳소, 마적에게 쏘였소, 건넛마을서 에그"하면서

    차부도 주먹으로 눈물을 씻는다.

    백금 같은 달빛이 삼십 장남인

    마적에게 총 맞은 순이 사내 송장을 비췄다.

    천지는 다 죽은 듯 고요하였다.

     

  62장  

    "그러면 끝내 - 에그 오랫던가"

    아까 총소리, 그 마적놈, 에그 하나님 맙소서!

    강녘에선 또 얼음장이 갈린다,

    밤새 길 게 우는 세 사람의 눈물을 얼리며 -"

     

  63장  

    이튿날 아침 -

    해는 재듯이 떠 뫼고 들이고 초가고 깡그리 기어오를 때

    멀리 바람은

    간도 이사꾼의 옷자락을 날렸다.

     

  64장  

    마을서는,그때

    굵은 칡베 장삼에 묶인 송장 하나가

    여러 사람의 어깨에 메이어 나갔다.

    눈에 싸인 산곡으로 첫눈을 뒤지면서.

     

  65장  

    송장은 어느 남녘진 양지쪽에 내려놓았다,

    빤들빤들 눈에 다진 곳이 그의 묘지이었다.

    "내가 이 사람 묘지를 팔 줄 몰랐어!"

    하고 노인이 괭이를 멈추며 땀을 씻는다,

    "이 사람이 이렇게 빨리 갈 줄은 몰랐네!"하고

    젊은 차부가 뒤대어 말한다.


  66장  

    곡괭이와 삽날이 달가닥거리는 속에

    거-먼 흙은 흰 눈 우에 무덤을 일궜다,

    그때사 구장도 오구, 다른 차꾼들도, 청년도

    여럿은 묵묵히 서서 서글픈 이 일을 시작하였다.

     

  67장  

    삼동에 묻히운 '병남(丙南)'의 송장은

    쫓겨가는 자의 마지막을 보여주었다,

    아내는, 순이는 수건으로 눈물을 씻으며

    '밤마다 춥다고 통나무를 지피우라더니

    추운 곳으로도 가시네

    이런 곳 가시길래 구장의 말도 안 듣고 -"

     

  68장  

    여러 사람은 여기에는 아무 말도 아니 하고 속으로

    "흥! 언제 우리도 이 꼴이 된담!"

    애처롭게 앞서가는 동무를 조상할 뿐.

     

  69장  

    얼마를 상여꾼들이

    땀을 흘리며 흙을 뒤지더니,

    삽날소리 딸까닥 날 때

    노루잡이 함정만한 장방형 구덩 하나가 생겼다.

     

  70장  

    여러 사람들은 고요히

    동무의 시체를 갖다 묻었다

    이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듯이.


  71장  

    거의 묻힐 때 죽은 병남이 글 배우던 서당집 노훈장이,

    "그래도 조선땅에 묻힌다!"하고 한숨을 휘-쉰다.

    여러 사람은 또 맹자나 통감을 읽는가고 멍멍하였다.

    청년은 골을 돌리며

    "연기를 피하여 간다!" 하였다.

     

  72장  

    강 저쪽으로 점심 때라고

    중국 군영에서 나팔소리 또따따 하고 울려 들린다.




  ※ 이 시의 내용은 우리나라 국경 지방을 배경으로 하여 벌어지는 민족의 비참한 생활상을 소재로 하여 비참한 가운데서도 끈질긴 생명력을 기른 것이다. 따라서 이 시는 문학 예술을 통한 우리 민족의 수난사라 해도 좋을 것이다.

  또한, 이 작품의 국문학 사상의 가치는 신체시가 시도된지 17년 만에 한국 초초의 서사시가 나타났다는 데서 더 큰 의의를 지닌 시이다. 그런가 하면 토속적인 언어를 풍부히 구사하고 정확한 묘사는 세련되고 생동감을 준다. 이 시의 특징은 향토적, 애국적, 낭만적, 민요적이라는 점에 있다. 이 시의 주제는 망국민의 처절한 현실의 비참한 생활상, 또는 망국의 슬픔이라 하겠다. 1925년 간행된 '국경의 밤'의 표제가 된 이 작품은 시의 경향으로는 향토적, 민족적이며, 3부 72장으로 되어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장편 서사시이다.


  김동환(金東煥 1951 ~ ? )

  시인, 함북 경성 태생. 호 파인, 서울 중학교를 거쳐 일본 도쿄의 도요(東洋)대학 문과를 수업했다. 한국 신시(新詩) 운동에 있어서 최초의 서사시(敍事詩)를 시험한 '국경의 밤'으로 문단에 등장하여 주요한(朱耀翰), 춘원(春園), 이광수(李光洙)와 함께 초기 시단에 문명을 날렸다. 소박하고 열정적이며 향토적인 정취(情趣)가 민족의식을 바탕으로 뜨거운 호흡을 시에다 담고 있다.

  조선일보, 동아일보의 기자를 지냈고, 종합잡지 '삼천리'를 창간 주재한 일이 있다. 6.25 동란 때 이북으로 납치되어 갔다.

  작품 중에는 '국경의 밤', '적성을 손가락질하며', '정원집' 등이 특히 유명하다. 저서로는  '국경의밤', '승천하는 청춘', '삼인 시가집', '수심가', '나의 반도 산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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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金東煥, 일본식 이름: 白山靑樹 시로야마 세이주, 1901년 9월 27일 ~ 1958년)은 대한민국의 시인이다. 본관은 강릉(江陵)이고 아호는 파인(巴人)이다.


생애

  함경북도 경성군 금성면에서 출생하였고 함경북도 경성군 어대진면에서 잠시 유년기를 보낸 적이 있는 그는 중동학교 졸업 후 일본에 유학하여 도요 대학교 영문과에서 수학하다가 관동 대지진으로 중퇴하고 귀국했다.

  함북에서 발행된 《북선일일보》를 비롯하여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에서 기자로 근무하며 시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1924년 발표한 〈적성(赤星)을 손가락질하며〉가 본격적인 등단작이다.

  장편 서사시 《국경의 밤》(1925)으로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시적 특색으로는 국경 지대인 고향에서 얻은 북방적 정서와 강한 낭만성, 향토적인 느낌을 주는 민요풍의 언어를 들 수 있다.

  1929년 종합월간지 《삼천리》와 문학지 《삼천리문학》을 창간해 운영했는데, 일제 강점기 말기에 삼천리사를 배경으로 친일 단체에서 활동하고 전쟁 지원을 위한 시를 발표하는 등 활발한 친일 활동을 하였다. 2002년 발표된 친일 문학인 42인 명단과 친일파 708인 명단, 민족문제연구소가 2008년 발표한 친일인명사전 수록예정자 명단 문학 부문에 선정되었으며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 705인 명단에도 포함되었다.

  광복 후 이광수, 최남선 등과 함께 문단의 대표적인 친일 인사로 꼽혀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에 체포되어 재판을 받았고, 한국 전쟁 때 납북되었다. 1956년 재북평화통일촉진협의회에 참여했다. 그 후 평안북도 철산군의 노동자수용소에 송치되었다가 1958년 이후 사망한 것으로 전해진다.

  친일 작품으로는 지원병으로 참전했다가 전사한 이인석을 칭송하며 젊은이들에게 참전할 것을 촉구하는 시 〈권군취천명(勸君就天命)〉(1943)을 비롯하여 총 23편이 밝혀져 있다. 이는 친일 문학인 42인 명단 수록자 가운데 5위에 해당하는 편수임에도, 창작 작업보다는 단체 활동을 통한 친일 행적이 더 뚜렷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흥아보국단, 조선임전보국단, 황군위문작가단, 조선문인협회, 국민총력조선연맹, 국민동원총진회, 대화동맹, 대의당 등 많은 친일단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기 때문이다.

  3남인 김영식이 김동환의 친일 행적을 인정하고 사과한 예는 친일파로 지적되는 인물의 후손이 조상에 대한 친일 혐의를 인정한 드문 예로 종종 인용된다.

  두 번째 부인이 소설가 최정희이며, 최정희와의 사이에서 얻은 두 딸 김지원과 김채원도 대한민국의 소설가이다.

=============== 출처 : 위키피디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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