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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시] 김광균 - 설야(雪夜)

by 소행성3B17 2016.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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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야(雪夜)


  

  어느 머언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밤 소리 없이 흩날리느뇨.

 

  처마 끝에 호롱불 여위어 가며

  서글픈 옛 자췬 양 흰 눈이 나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이 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 홀로 밤 깊어 뜰에 나리면

 

  머언 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

  

  희미한 눈발

  이는 어느 잃어진 추억의 조각이기에

  싸늘한 추회(追悔) 이리 가쁘게 설레이느뇨.

 

  한줄기 빛도 향기도 없이

  호올로 차단한 의상(衣裳)을 하고

  흰 눈은 나려 나려서 쌓여

  내 슬픔 그 우에 고이 서리다.







  ※ 1938년 1월 조선일보의 신춘 문예 당선작이다. 시의 경향은 서정적이며 영상적인 이 작품은 6연으로 짜여진 자유시로 주지적 경향보다는 낭만적 경향이 짙고, 영상적 수법에다 관능적 표현을 가미하여 눈의 이미지를 한층 아름답게 부각시키고 있다는 것이 이 시의 표현상의 특징이다

  강설(降雪)의 이미지가 잃어버린 과거에 대한 회한과 추억으로 다양하게 구사된 감각적인 이 시의 주제는 눈 오는 밤의 정경과 추억이라 하겠다.





  


  김광균(金光均 1914~1993)

  실업가. 경기도 개성 출생. 송도상고 졸업. 이후 회사에 취직, 생업에 종사 하면서 시를 쓰기 시작함. 시 '야경차(夜警車; 1930)'를 투고 하여 발표한 이후 이육사, 신석초, 서정주 등과 동인지 '자오선(1937)', '시인부락(1936)' 등에 참가했음. 영국 이미지즘 시운동을 도입, 소개한 편석촌(片石村)'의 이론과 시작에 크게 공명하여 '시는 회화다' 라는 모더니즘의 시론을 실천했음. 시집 '와사등(1939)', '기항지(1947)' 등에 이어, 10여 년 만에 문단 고별 시집인 '황혼가(黃昏家; 1957)'를 간행함. 6.25 사변때 작고한 사형(舍兄)의 뒤를 이어 실업계에 투신, 문단과는 인연을 끊고 건설실업공사(建設實業公司) 사장으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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