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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시] 김현승 - 가을의 기도

by 소행성3B17 2016.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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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의 기도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肥沃)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百合)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 그의 첫시집 '김현승 시초'에 수록된 이 작품은 비교적 널리 알려진 3연으로 짜여진 자유시다.

  모든 것의 종언을 고하는 가을을 맞이하여 내적 충실을 갈망하는 기도조의 시로 엄숙하고 경건한 시풍을 보이고 있다. 가을의 쓸쓸하고 공허함 속에서 생의 가치를 추구하고 열망하는 이 시의 주제는 경건한 생의 가치 추구이다.





  


  김현승(金顯承 1913~1975)

  호는 다형(茶兄), 남풍(南風). 전남 광주 출생. 숭실 전문학교 문과 졸업. 숭실 전문 재학시 교지에 투고했던 '쓸쓸한 겨울 저녁이 올 때 당신들'이 양주동의 인정을 받고 1934년 동아일보에 발표됨으로써 문단에 데뷔. 일제 말기에는 타협을 거부하여 붓을 꺾고 10여 년간 침묵을 지켰으며, 광부 후에야 다시 작품을 쓰기 시작함. 그는 한국 현대시에 있어서 기독교, 특히 청교도적인 신앙과 사상에 입각한 내부적 생명의 세계로 파고들어 기독교적 주지적인 시인으로 큰 봉우리를 이루었음. 서울시 문화상 수상.

  저서에 시집 '김현승 시초(1957)', '옹호자의 노래(1963)', '견고한 고독(1968)', '절대 고독(1970)' 등과 기타 '한국 현대시 해설(1972)', '김현승 시전집(1973)'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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