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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시] 김현승 - 플라타너스

by 소행성3B17 2016.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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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라타너스



  꿈을 아느냐 네게 물으면,

  플라타너스,

  너의 머리는 어느 덧 파아란

  하늘에 젖어 있다.


  너는 사모할 줄 모르나

  플라타너스,

  너는 네게 있는 것으로

  그늘을 누린다.


  먼 길에 올 제,

  호올로 되어 외로울 제,

  플라타너

  너는 그 길을 나와 같이 걸었다.


  이제 너의 뿌리 깊이

  플라타너스,

  나는 너와 함께 신이 아니다!


  이제 수고로운 우리의 길이 다하는 오늘 날,

  플라타너스,

  너를 맞아 줄 검은 흙이 먼 곳에 따로이 있느냐?


  나는 너를 지켜 오직 이웃이 되고 싶을 뿐

  그곳은 아름다운 별과 나의 사랑하는 창이 열린 길이다.








  ※ 이 작품은 1953년 '문예' 초하호에 발표되었다가 '김현승 시초'에 다시 수록된 작품으로 시의 경향은 서정적이며 5연으로 자유시다.

  이 시는 사물의 본질을 깊이 탐구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시로서 가로수, 즉 플라타너스를 시인의 반려로 생각하여 생에 대한 고독과 우수, 꿈을 가진 자의 영원을 노래한 이 시의 주제는 고독한 반려라 하겠다.




  


  김현승(金顯承 1913~1975)

  호는 다형(茶兄), 남풍(南風). 전남 광주 출생. 숭실 전문학교 문과 졸업. 숭실 전문 재학시 교지에 투고했던 '쓸쓸한 겨울 저녁이 올 때 당신들'이 양주동의 인정을 받고 1934년 동아일보에 발표됨으로써 문단에 데뷔. 일제 말기에는 타협을 거부하여 붓을 꺾고 10여 년간 침묵을 지켰으며, 광부 후에야 다시 작품을 쓰기 시작함. 그는 한국 현대시에 있어서 기독교, 특히 청교도적인 신앙과 사상에 입각한 내부적 생명의 세계로 파고들어 기독교적 주지적인 시인으로 큰 봉우리를 이루었음. 서울시 문화상 수상.

  저서에 시집 '김현승 시초(1957)', '옹호자의 노래(1963)', '견고한 고독(1968)', '절대 고독(1970)' 등과 기타 '한국 현대시 해설(1972)', '김현승 시전집(1973)'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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