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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시] 박두진 - 해

by 소행성3B17 2017.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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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 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 먹고, 이글이글 앳된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여, 달밤이 싫여,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여,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여……,


  해야, 고운 해야. 늬가 오면 늬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래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자리 앉아 앳되고 고운 날을 누려 보리라





  ※ 1946년 '상아탑' 5월호에 발표된 작품이다. 그의 첫 시집 '해'의 표제가 된 이 시인의 대표작이다 시의 경향은 종교적, 서정적이며 6연으로 된 자유시다. 산문적 표현과 반복의 기교를 쓰고 있어 감각이 뛰어나며 깊은 신앙적 자연 예찬의 심상을 엿보게 하는 이 시의 주제는 순수 자연의 찬미이다.




  박두진 (朴斗鎭 1916~1998)

  시인. 아호는 해산. 경기도 안산 태생. 1939년 '문장'지의 추천 시인으로 시단에 등장. 그의 초기 시는 자연과의 친화, 교감이 주류가 되어 있었으나, 그에 있어서는 자연을 목가적인 세계가 아니고 인간의 사회에 대한 윤리감이 밑바탕이 되어 있었다. 그 때문에 그의 자연은 그의 종교적 신앙과 일체화 되었고, 민족적 현실에 대한 굳은 으지와 감개로 물들어 있었다.

  문총 중앙위원, 한국문학가협회 시분과 위원장을 역임하였으며, 1956년도의 제4회 자유문학상을 받았다. 한때 잡지 '학생계'를 주간하였으며 연세대학교 문리과 대학에서 교편을 잡다가 건국대학교 등 여러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시집 '청록집(조지훈, 박목월 등과 공저, 1946)', '해', '오도(1953)', '박두진 시선', 수필집 '시인의 고향', 시론집인 '시와 사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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