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문

[시] 윤동주 - 자화상(自畵像)

by 소행성3B17 2017. 2. 17.
반응형

  자화상(自畵像)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 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追憶)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 1939년에 창작된 시로 기록되어 있는 이 시의 경향은 지성적이고 상징적이며, 6연으로 짜여진 자유시다. 영상적 수법으로 자신을 조명하고 산문적 표현으로 시적 분위기를 살리고 잇는 이 시의 주제는 자아 상실의 감상이라 하겠다.




  윤동주 (尹東柱 1917~1945)

  아명(兒名)은 해환(海換). 북간도 동명촌 출생. 연희 전문학교 문과 졸업. 일본 리쿄오 대학 및 도오지사 대학에서 영문학 수학. 1943년 하기 방학의 귀국직전 독립 운동가로 체포되어 2년형을 선고받고 일본 큐슈의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복역 중 1945년 2월 29세로 옥사. 중학 재학시 간도 연길에서 발행했던 '카톨릭 소년'에 수 편의 동시를 발표했고, 일찍이 19편의 시를 묶은 자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발간하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음. 그가 죽은 후 유고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948)'이 발간되었으며, 모교인 연세대 교정에 그의 시비가 세워졌다.



반응형

'인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윤동주 - 서시(序詩)  (0) 2017.02.17
[시] 윤동주 - 십자가  (0) 2017.02.17
[시] 윤동주 - 또 다른 고향  (0) 2017.02.17
[시] 윤동주 - 참회록(懺悔錄)  (0) 2017.02.17
[시] 박목월 - 윤사월  (0) 2017.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