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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시] 윤동주 - 십자가

by 소행성3B17 2017.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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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자가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敎會堂) 꼭대기

  십자가(十字架)에 걸리었습니다.

 

  첨탑(尖塔)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鐘)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幸福)한 예수·그리스도에게처럼

  십자가(十字架)가 허락(許諾)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 1941년 5월 13일에 지은 시로 부기된 이 시는 자기 희생의 이념을 표현한 작가의 대표적 작품으로,  작가의 순결정신과 속죄양의 시세계를 볼 수 있다. 이 시의 주제는 순절정신이다.




  윤동주 (尹東柱 1917~1945)

  아명(兒名)은 해환(海換). 북간도 동명촌 출생. 연희 전문학교 문과 졸업. 일본 리쿄오 대학 및 도오지사 대학에서 영문학 수학. 1943년 하기 방학의 귀국직전 독립 운동가로 체포되어 2년형을 선고받고 일본 큐슈의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복역 중 1945년 2월 29세로 옥사. 중학 재학시 간도 연길에서 발행했던 '카톨릭 소년'에 수 편의 동시를 발표했고, 일찍이 19편의 시를 묶은 자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발간하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음. 그가 죽은 후 유고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948)'이 발간되었으며, 모교인 연세대 교정에 그의 시비가 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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