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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시] 박헌정 - 좀도리 쌀

by 소행성3B17 2019.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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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도리 쌀

 

 

 

  좀도리 쌀이 있다.

  밥 지을 때 한 줌씩 덜어놓는 쌀.

  퇴근길, 내 마음의 좀도리를 덜어놓는다.

  서러운 날 한 줌, 기쁜 라에도 한 줌,

  아무 느낌 없는 날에도 스르르 한 줌,

  그렇게 열심히 좀도리를 모았다.

  내 청춘 굽어지고,

  힘들고 힘들어 눈물 핑 돌 때까지.

  오늘, 바람 부는 월의 퇴근길,

  술 한 잔에 문득 생각이 났다.

  어머니가 새벽마다 갈무리 한 좀도리는,

  지금의 나를 키워준 좀도리는,

  그 꼬부라진 평생 동안 몇 줌이었을까.

  나는 오늘도 좀도리 쌀 한 줌을 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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