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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시] 이현식 - 밑줄

by 소행성3B17 2021.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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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밑줄

 

 

 

  통통배 한 척

  바다에 길게 밑줄을 긋는다

  배 지나간 자리마다

  물의 살 터지는 소리

  서둘러 달려와

  물살을 아우르는 바다

  갈매기는 울음으로 제 상처를 달래고

  파도는 제 상처를 스스로 여미며

  다시 바다와 한 몸이 된다

  막막한 세상

  나 어느 곳에 길이 되었던가

  그대 상처 어루만져 준 적 있었던가

  누군가의 밑줄도 되지 못한 채

  나, 바다의 밑줄만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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