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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자가약롱중물(自家藥籠中物)

by 소행성3B17 2023.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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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가약롱중물(自家藥籠中物)
 자가(自家)는 나(吾)라는 뜻이 자기 자신을 가리키게 된 회화체 말이다. 

 약롱은 약상자나 약장을 말한다. 내 약장 속에 들어 잇는 물건이 '자가약롱중물'이다. 내 마음대로 필요에 따라 쓸 수 있는 물건을 말한다.

 사람의 경우에 많이 쓰인다.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인데, 그 인간이 약장 속에 든 약재 모양으로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물건으로 되어 버렸다는 뜻으로 쓰인다.

 

 


 당(唐)나라는 여난(女難)이 심한 나라였다. 
 중국 역사에는 삼대여걸(三大女傑)이 있다. 하나는 한고조(漢高祖)의 황후 여후(呂后)였고, 그 다음이 당고종(唐高宗)의 황후 측천무후(則天武后), 그리고 청(淸)나라 함풍제(咸豊帝)의 황후 서태후(西太后)이다.
 

 이 중에서 직접 천자 노를 하고, 나라 이름까지 주(周)로 바꾸어 자신이 건국 시조가 되었던 것이 측천무후다.
 그녀는 미모와 충명과 영단, 아량 등 그 어는 남자도 따를 수 없는 위대한 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여자라고 남자가 하는 일을 해서는 안될 이유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할 듯이 직접 천자가 되어 정권을 한손에 쥐고 흔들었을 뿐만 아니라 수 많은 남자 첩과 승려를 데리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음란한 행동을 자행했다.
 

 그러나 그녀는 사람을 옳게 볼 줄 알았고또 쓸 줄도 알았으며, 무서운 독재 속에서도 아부와 충간을 구별할 줄 알았다. 특히 그녀가 적인걸(狄仁杰)을 당나라 중흥공신이 되게 한 것은 그 점을 가장 잘 말해 주고 있다.
 성력(聖歷)원년(A.D 698), 무후의 친정 조카인 무승사(武承嗣)와 무삼사(武三思)는 무후의 남자다운 성격을 기화로 자기들이 태자가 될 책동을 한 일이 있었다.
 
"먼 뒷날 태자인 이단(李旦)이 고모의 뒤를 잇게 되면 천하는 다시 이씨의 천하가 될 것이 아닙니까? 우리들을 태자로 세우게 되면 고모께서 세운 주나라는 영원히 무씨의 것이 될 것입니다"
하는 것이 그들의 유혹이었다.
 
 무후도 애써 자기가 세운 무씨의 천하가 다시 이씨의 천하가 된다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자기가 낳은 자식들을 멀리 귀양을 보내고 무삼사를 태자로 삼으려고 했다.
 이때 감연히 목숨을 걸고 나와 간한 것이 적인걸 이었다.

 "태종(太宗)께서 천신만고 끝에 세운 천하를 다른 자손에게 전한다는 것은 하늘의 뜻을 거역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고모와 친정 조카와의 사이와 친 어머니와 자식과의 사이를 비교할 때 어느 쪽이 더 가깝겠습니까. 폐하께서 아드님을 태자로 세운시면 천추만대 후(죽은 뒤)에 태모에 모시게 되어 영원히 자손들의 제사를 받게 되실 것입니다. 그러나 친정 조카가 천자가 되면 타성에 출가한 고모를 자기집 태묘에 제사를 지낸 예는 일찌기 한 번도 없었습니다."
 
 화가 났던 무후도 죽은 뒤의 일을 생각하자, 역시 친정 조카인 무씨보다는 내가 낳은 자식이 나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얼마간 망설인 끝에 적인걸의 의견을 받아 들여 귀양가 있던 여릉왕(廬陵王) 이철(李哲)을 불러들여 태자로 세웠다.

 무후의 만년, 장안(長安) 5년(A.D 705) 태자 철을 떠받들고 궁중으로 쳐들어가, 병상에 있는 무후를 물러 앉게 하고 태자를 황제 자리에 앉게 한 것은 적인걸의 천거로 그가 죽은 뒤 재상으로 있던 장간지(張柬之)였다.

 

 


 적인걸은 이 장간지를 비롯해서 많은 인재들을 무후의 조정에 천거해 두었었다. 말하자면 자기 사람을 요직에 심어 둔 것이다.
 
 적인걸이 아끼는 사람 가운데 원행충(元行沖)이란 사람이 있었다. 그는 박식하고 바른 말을 잘했고 또 멋이 있는 사람이었다. 

 언젠가는 그가 적인걸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대감 댁에는 진미(珍味)가 너무 많으니, 나를 약상자 구석에 끼워 두시지 않겠습니까"

 진미는 맛있는 음식이므로 과식해서 배탈이 나기 쉬우니 소화제를 준비해 두라는 말이다. 즉 아첨하는 듣기 좋은 말만 듣다 보면 일에 실패하기 쉬우니 나처럼 바른 소리 잘하는 사람이 필요할 것이란 뜻이다. 

 그러자 인걸은 껄껄 웃으며 대답했다.

 "내 약상자 속 약이야 어찌 하루인들 없을 수 있겠소(吾藥籠中物 何可 一日無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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