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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에버하트 - 마르모트

by 소행성3B17 2015.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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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모트





6월, 황금빛 들판 가운데서,

나는 마르모트가 죽어 쓰러져 있는 것을 보았다.

죽어 쓰러져 있었다. 내 오관은 뒤흔들리고,

정신이 우리의 적나라한 나약함을 튀어나왔다.

거기서 서서히 활기찬 여름 속에서

그의 형체는 무감각한 변화를 시작했고,

자연이 그에게 잔혹한 것을 보고서

내 감각들은 희마하게 비틀거렸다.

구더기들의 힘과 그의 존재의

들끊는 가마솥을 면밀히 검사하며,

반은 혐오감, 반은 이상야릇한 사랑을 느끼며

나는 막대기로 화난 그놈을 쿡쿡 찔러 보았다.


열이 오르고, 불길이 되었고

'활기'가 하늘을,

태양 속의 고대한 에너지를 둘러쌌다.

그리고 내 몸을 통해서 태양 없는 전율이 스쳤다.

나의 막대기는 이익도 해도 끼치지 못했다.

그리하여 나는 말없이 햇빛 속에 서서

전과 같이, 그 물건을 지켜보고 있었다.

자제하려, 침착하려,

피의 열정을 억누르려 애쓰면서,

나의 지식에 대한 경의를 품었다.










에버하트(Richard Eberhart, 1904 ~ 2005)

 미국의 시인. 켐브리지, 하버드 등의 대학에서 수학, 불연속적인 표현을 써서 작품을 전개해 가는 방법에 효과를 올리는 작품을 가지고 있다. 그의 시집으로는 '노래와 사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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