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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윤숙3

[시] 모윤숙 - 이 생명은 이 생명은 임이 부르시면 달려가지요. 금띠로 장식한 치마가 없어도 진주로 꿰맨 목도리가 없어도 임이 오라시면 나는 가지요. 임이 살라시면 사오리다. 먹을것 메말라 창고가 비었어도 빚 더미로 옛집 채 맞으면서도 임이 살라시면 나는 살아요. 죽음으로 깊을 길이 있다면 죽지요. 빈 손으로 임의 앞을 지나다니요. 내 임의 원이라면 이 생명을 아끼오리. 이 심장의 온 피를 다 빼어 바치리다. 무엔들 사양하리, 무엔들 안 바치리. 창백한 수족에 힘 나실 일이라면 파리한 임의 손을 버리고 가다니요. 힘 잃은 그 무릎을 버리고 가다니요. ※ 조국을 여인에 비유하였다. 즉, 조국을 의인화하여 개인이 개인에 대한 사랑을 노래하듯 시 전체를 한의 비유로 노래했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며, 단순히 개인의 굳은 애정을 노래하였다고.. 2016. 12. 1.
[시] 모윤숙 - 어머니의 기도 어머니의 기도 높은 잔물 지는 나뭇가지에 어린 새가 엄마 찾아 날아들면 어머니는 매무시를 단정히 하고 산위 조그만 성당 안에 촛불을 켠다. 바람이 성서를 날릴 때 그리로 들리는 병사의 발자국 소리들! 아들은 어느 산맥을 넘나 보다. 쌓인 눈길을 헤엄쳐 폭풍의 채찍을 맞으며 적의 땅에 달리고 있나 보다 애달픈 어머니의 뜨거운 눈엔 피 흘리는 아들의 십자가가 보인다. 주여! 이기고 돌아오게 하소서. 이기고 돌아오게 하소서. ※ 이 시 역시 '풍랑'에 실려 있는 작품으로, 전선에 아들을 보낸 어머니의 간절한 염원을 노래한 일종의 애국시다. 정에 약하고 맹목적인 사랑의 모상이 아니라, 조국애 · 민족애 등 대아적인 어머니의 모습을 경건하고 엄숙하게 나타내고 있는 이 시의 주제는 강인한 어머니의 사랑이라 하겠다... 2016. 12. 1.
[시] 모윤숙 -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나는 광주 산곡을 해매다가 문득 혼자 죽어 넘어진 국군을 만났다― 산 옆 외따른 골짜기에 혼자 누워있는 국군을 본다. 아무 말, 아무 움직임 없이 하늘을 향해 눈을 감은 국군을 본다. 누른 유니폼 햇빛에 반짝이는 어깨의 표지 그대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소위였고나 가슴에선 아직도 더운 피가 뿜어 나온다. 장미 냄새보다 더 짙은 피의 향기여! 엎드려 그 젊은 주검을 통곡하며 나는 듣노라! 그대가 주고 간 마지막 말을...... 나는 죽었노라, 스물 다섯 젊은 나이에 대한민국의 아들로 나는 숨을 마치었노라. 질식하는 구름과 바람이 미쳐 날뛰는 조국의 산맥을 지키다가 드디어 드디어 나는 숨지었노라. 내 손에는 범치 못할 총자루, 머리엔 끼지지 않을 철모가 씌워져 원수와 싸우기에 한 번도 .. 2016.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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