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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시] 모윤숙 -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by 소행성3B17 2016.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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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나는 광주 산곡을 해매다가 문득 혼자

       죽어 넘어진 국군을 만났다

         


                  

      

      산 옆 외따른 골짜기에

      혼자 누워있는 국군을 본다.

      아무 말, 아무 움직임 없이

      하늘을 향해 눈을 감은 국군을 본다.


      누른 유니폼 햇빛에 반짝이는 어깨의 표지

      그대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소위였고나

      가슴에선 아직도 더운 피가 뿜어 나온다.

      장미 냄새보다 더 짙은 피의 향기여!

      엎드려 그 젊은 주검을 통곡하며

      나는 듣노라! 그대가 주고 간 마지막 말을......

   

      나는 죽었노라, 스물 다섯 젊은 나이에

      대한민국의 아들로 나는 숨을 마치었노라.

      질식하는 구름과 바람이 미쳐 날뛰는 조국의 산맥을 지키다가

      드디어 드디어 나는 숨지었노라.


      내 손에는 범치 못할 총자루, 머리엔 끼지지 않을 철모가 씌워져

      원수와 싸우기에 한 번도 비겁하지 않았노라.

      그보다도 내 핏속엔 더 강한 대한의 혼이 소리쳐

      나는 달리었노라. 산과 골짜기, 무덤 위와 가시숲을

      이순신같이, 나폴레옹같이, 시이저같이

      조국의 위험을 막기위해 밤낮으로

      앞으로앞으로 진격진격!

      원수를 밀어가며 싸웠노라.

      나는 더 가고 싶었노라. 저 원수의 하늘까지

      밀어서 밀어서 폭풍우같이 모스크바 크레믈린 탑까지

      밀어가고 싶었노라.


      내게는 어머니, 아버지, 귀여운 동생들도 있노라.

      어여삐 사랑하는 소녀도 있었노라.

      내 청춘은 봉오리지어 가까운 내 사람들과 함께

      이 땅에 피어 살고 싶었었나니

      아름다운 저 하늘에 무수히 나르는

      내 나라의 새들과 함께

      나는 자라고 노래하고 싶었노라.

      나는 그래서 더 용감히 싸웠노라. 그러다가 죽었노라.

      아무도 나의 주검을 아는 이는 없으리라.

      그러나, 나의 조국, 나의 사랑이여!

      숨지어 넘어진 내 얼굴의 땀방울을

      지나가는 미풍이 이처럼 다정하게 씻어주고

      저 하늘의 푸른 별들이 밤새 내 외롬을 위안해주지 않는가?


      나는 조국의 군복을 입은 채

      골짜기 풀숲에 유쾌히 쉬노라.

      이제 나는 잠에 피곤한 몸을 쉬이고

      저 하늘에 나르는 바람을 마시게 되었노라.

      나는 자랑스런 내 어머니 조국을 위해 싸웠고

      내 조국을 위해 또한 영광스리 숨지었나니

      여기 내 몸 누운 곳 이름 모를 골짜기에

      밤 이슬 내리는 풀숲에 나는 아무도 모르게 우는

      나이팅게일의 영원한 짝이 되었노라.


      바람이여! 저 이름 모를 새들이여!

      그대들이 지나는 어느 길 위에서나

      고생하는 내 나라의 동포를 만나거든

      부디 일러 다오. 나를 위해 울지 말고 조국을 위해 울어 달라고.

      저 가볍게 날으는 봄나라 새여

      혹시 네가 날으는 어느 창가에서

      내 사랑하는 소녀를 만나거든

      나를 그리워 울지 말고 거룩한 조국을 위해

      울어 달라 일러다고.


      조국이여! 동포여! 내 사랑하는 소녀여!

      나는 그대들의 행복을 위해 간다.

      내가 못 이룬 소원, 물리치지 못한 원수.

      나를 위해 내 청춘을 위해 물리쳐다오.

      물러감은 비겁하다. 항복보다 노예보다 비겁하다.

      둘어싼 군사가 다아 물러가도 대한민국 국군아! 너만은

      이 땅에서 싸워야 이긴다. 이 땅에서 죽어야 산다.

      한번 버린 조국은 다시 오지 않으리다. 다시 오지 않으리라.

      보라! 폭풍이 온다. 대한민국이여!


      이리와 사자떼가 강과 산을 넘는다.

      내 사랑하는 형과 아우는 서백리아 먼 길에 유랑을 떠난다.

      운명이라 이 슬픔을 모른 체하려는가?

      아니다. 운명이 아니다. 아니 운명이라도 좋다.

      우리는 운명보다는 강하다. 강하다.


      이 원수의 운명을 파괴하라. 내 친구여!

      그 억센 팔 다리. 그 붉은 단군의 피와 혼,

      싸울 곳에 주저말고 죽을 곳에 죽어서

      숨지려는 조국의 생명을 불러 일으켜라.

      조국을 위해선 이 몸이 숨길 무덤도 내 시체를 담을

      작은 관도 사양하노라.

      오래지 않아 거친 바람이 내 몸을 쓸어가고

      저 땅의 벌레들이 내 몸을 즐겨 뜯어가도

      나는 즐거이 아들과 함께 벗이 되어 행복해질 조국을 기다리며

      이 골짜기 내 나라 땅에 한 줌 흙이 되기 소원이노라.


      산 옆 외따른 골짜기

      혼자 누운 국군을 본다.

      아무 말, 아무 움직임 없이

      하늘을 향해 눈을 감은 국군을 본다.

      누른 유니폼 햇빛에 반짝이는 어깨의 표지.

      그대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소위였고나.

      가슴에선 아직 더운 피가 뿜어 나온다.

      장미 냄새보다 더 짙은 피의 향기여!

      엎드려 그 젊은 주검을 통곡하며

      나는 듣노라. 그대가 주고 간 마지막 말을.









  ※ 이 시는 1951년에 발간된 그의 시집 '풍랑'에 수록된 작품으로,  이 시의 경향은 격정적인 참여시다.

  이 작품의 배경은 6.25 사변이며, 이 당시 전사한 국군의 말을 통하여 조국애를 노래한 시다.

  12연으로 짜여진 이 시는 내용이 찌르는 듯 명확하며 직선적이기 때문에 감동력이 넘치며, 그 당시의 상황을 실감하게 한다. 흐리멍텅한 시구가 없고 장편 소설이 가질 만한 방대한 내용이면서도 서정시의 감정이 잘 발휘돈 이 작품의 주제는 조국애다.




  모윤숙(毛允淑 1909 ~1990)

  여류 시인. 호는 영운(嶺雲). 한남 원산 출생. 이화여전 영문과 졸업. 배화여고 교사 및 언론계에 종사하면서 시를 발표 했으며, '시원(時苑)' 동인. 8.15 광복 후에는 문단과 정계에서 폭넓은 활동을 전개, 문예지 '문예(1949)'를 창간했고 문총 최고위원, 한국문협 부위원장, 한국 현대시협 회장, 광화당 전국구 국회의원 등을 역임했다.

  시집에 '빛나는 지역(1993)', '옥비녀(1947)', '풍랑(1951)', '정경(1959)' 등이 있으며, 일기체 산문집에 '렌의 애가(1937)' 등이 있다.



  친일행적

  후일 민족정기를 세우는 국회의원모임의 친일파 708인 명단과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 수록예정자 명단에 모두 선정되었다. 총 12편의 친일 작품이 밝혀져 2002년 발표된 친일 문학인 42인 명단에 포함되어 있으며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 705인 명단에도 포함되었다.

- 위키백과 -


  이 사람의 친일 행위는 매우 유명한 편으로 학도병 지원 글을 무수히 많이 쓰고 다녔다.

  당시 모윤숙과 함께 친일반민족 행위에 앞장섰던 여성계 지도자들이 박마리아, 김활란, 노천명 등이다. 공교롭게도 이들 여성친일파들은 해방이후 일제히 반공을 부르짖으면서 독재정권의 앞잡이가 되었다.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는 90년대 한국군에 배포된 수양록 2페이지에 실려 있기도 한데 모윤숙의 친일 전적을 아는 신병들은 신교대에서 수양록을 받고 꽤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이 시가 육군 명예의 전당에도 있어서 저거 철거해야 된다는 이야기가 2005년 나왔고, 결국 2006년 철거 되었다.

- 나무위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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