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유치환4

[시] 유치환 - 일월 일 월 나의 가는 곳 어디나 백일(白日)이 없을소냐. 머언 미개(未開)ㅅ적 유풍(遺風)을 그대로 성신(星辰)과 더불어 잠자고 비와 바람을 더불어 근심하고 나의 생명과 생명에 속한 것을 열애(熱愛)하되 삼가 애련(哀憐)에 빠지지 않음은 ―그는 치욕(恥辱)임일레라. 나의 원수와 원수에게 아첨하는 자에겐 가장 옳은 증오를 예비하였나니. 마지막 우러른 태양이 두 동공(瞳孔)에 해바라기처럼 박힌 채로 내 어느 불의(不意)에 즘생처럼 무찔리기로 오오 나의 세상의 거룩한 일월에 또한 무슨 회한(悔恨)인들 남길소냐. ※ 이 시는 1939년 4월 '문장' 3호에 발표된 작품으로 6연으로 짜여졌다. 이 시는 일제 말기의 불안정한 시대에 정의의 사회를 위해서는 목숨을 아끼지 않겠다는 초연하고도 늠름한 기상을 보인다. 그것이.. 2016. 11. 25.
[시] 유치환 - 바위 바 위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먼 원뢰(遠雷) 꿈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 1947년 발간된 '생명의 서'에 수록된 작품으로 전연 12행의 자유시다. 다른 시인들의 시처럼 바위를 구상적으로 형상화한 거시 아니라 바위를 '허무의 의지'의 상징적 사물로 하여 자신의 허무의식을 바위와 같은 굳은 의지로 극복해 보겠다는 눈물겨운 다짐을 보인 이 시의 주제는 허무의식의 극복이라 하겠다. 유치환(柳致環 1908~1967) 호는 청마(靑馬). 경남 충무 출생. 동래고보.. 2016. 11. 25.
[시] 유치환 - 울릉도 울 릉 도 동쪽 먼 심해선(深海線) 밖의 한 점 섬 울릉도로 갈거나. 금수(錦繡)로 굽이쳐 내리던 장백(長白)의 멧부리 방울 뛰어, 애달픈 국토의 막내 너의 호젓한 모습이 되었으리니, 창망(蒼茫)한 물굽이에 금시에 지워질 듯 근심스레 떠 있기에 동해 쪽빛 바람에 항시(恆時) 사념(思念)의 머리 곱게 씻기우고, 지나 새나 뭍으로 뭍으로만 향하는 그리운 마음에, 쉴 새 없이 출렁이는 풍랑 따라 밀리어 오는 듯도 하건만, 멀리 조국의 사직(社稷)의 어지러운 소식이 들려 올 적마다, 어린 마음 미칠 수 없음이 아아, 이렇게도 간절함이여! 동쪽 먼 심해선 밖의 한 점 섬 울릉도로 갈거나. ※ 지은이의 제3 시집 '울릉도'의 표제가 된 작품이다. 시의 경향은 낭만적이고 서정적이며, 짜임은 4연으로 된 자유시이다. .. 2016. 11. 25.
[시] 유치환 - 깃발 깃 발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海原)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 끝에 애수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 누구인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닲은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 이 시는 1939년 '조선문단'지에 발표된 청마의 대표작이다. 낭만적이며 이상적인 경향의 이 작품은 우선 깃발을 제대로 한 발상도 좋았으려니와, 표현상에서도 주도의 생략법을 취하면서 비약적 연락을 가지는 묘법을 썼고, 작가의 내명 세계가 압축된 언어와 은유로써 거의 완벽하게 표현되고 있다. 불과 9행의 짧은 시이지만 깃발이 가지는 이미지가 매우 선명하고도 계속적인 파동감으로 높이 승화된 이 작품의 주제는 인간의 영원한 향수가 아닌가 .. 2016. 11. 25.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