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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2

[시] 이상화 - 나의 침실로 나의 침실로-가장 아름답고 오랜 것은 오직 꿈 속에서만 있어라- 마돈나, 지금은 밤도 모든 목거지에 다니노라, 피곤하여 돌아가련도다.아, 너도 먼동이 트기 전으로 수밀도(水蜜桃)의 네 가슴에 이슬이 맺도록 달려 오너라. 마돈나, 오려무나. 네 집에서 눈으로 유전(遺傳)하던 진주는 다 두고 몸만 오너라.빨리 가자. 우리는 밝음이 오면 어딘지 모르게 숨는 두 별이어라. 마돈나, 구석지고도 어둔 마음의 거리에서 나는 두려워 떨며 기다리노라.아, 어느덧 첫닭이 울고 - 뭇 개가 짖도다. 나의 아씨여 너도 듣느냐? 마돈나, 지난 밤이 새도록 내 손수 닦아 둔 침실(寢室)로 가자 침실로!낡은 달은 빠지려는데 내 귀가 듣는 발자국 - 오 너의 것이냐? 마돈나, 짧은 심지를 더우잡고 눈물도 없이 하소연하는 내 마음의 .. 2016. 10. 7.
[시] 이상화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 몸에 햇살을 받고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는 않구나.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답답워라 말을 해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한 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종달이는 울타리 너머 아가씨같이 구름 뒤에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너는 삼단 같은 머리털을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기쁘게 나가자.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아주까.. 2016.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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