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포도·잎사귀
순이(順伊), 벌레 우는 고풍(古風)한 뜰에
달빛이 조수처럼 밀려왔구나.
달은 나의 뜰에 고요히 앉았다.
달은 과일보다 향그럽다.
동해 바다 물처럼
푸른
가을
밤
포도는 달빛이 스며 곱다.
포도는 달빛을 머금고 익는다.
순이, 포도 넝쿨 아래 어린 잎새들이
달빛에 젖어 호젓하구나
※ 이 시는 1936년 12월호 '시건설(詩建設)' 창간호에 발표된 작품으로 시의 경향은 감각적, 영상적이며, 표현의 특징은 시어의 사용이 감각적이며 언어의 시각적 효과를 회화적으로 구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시단에 1935년 전후하여 모더니즘 운동이 일어났을 때 발표된 이 작품은 이 운동에 영향을 받아 농촌과 전원을 소재로 하여 자연 예찬의 시로 씌어진 것이다.
'달·포도·잎사귀' 그 제목부터가 이미지스트의 빛깔을 보여주고 있듯이 이 삼자를 혼합 조화시켜 또 다른 이미지의 효과를 나타내고자 한 이시의 주제는 달밤의 감각미, 가을밤 전원의 정취가 된다고 하겠다.
장만영(張만榮 1914~1976)
호는 초애(초涯). 황해도 연백 출생. 경성 제2고보를 나와 토쿄 미자키 영어학굑 고등과 졸업. 신석정과 김광균이 중간에 위치한 시인으로 1935년 전후 모더니즘 계열에 드는 신선한 시를 썼음. 광복 후 서울신문 출판국장으로 있으면서 ‘신천지(新天地)’를 주제하였고, 1966년 한국 시인협회장을 역임. 시집에 ‘양(1937)’, ‘축제(1939)’, ‘유년송(幼年頌 1947)’, ‘밤의 서정(1956)’, ‘저녁 종소리(1957)’, ‘장만영 선시집(1958)’ 등이 있으며, 자작시 해설집 ‘이정표(1958)’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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