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 이미지
병든 하늘이 찬 비를 뿌려……
장미 가지 부러지고
가슴에 그리던
아름다운 무지개마저 사라졌다.
나의 「소년」은 어디로 갔느뇨. 비애를 지닌 채로.
이 오늘 밤은
창을 치는 빗소리가
나의 동해(童骸)*를 넣은 검은 관에
못을 박는 쇠마치* 소리로
그렇게 자꾸 들린다…….
마음아, 너는 상복을 입고
쓸쓸히, 진정 쓸쓸히 누워 있을
그 어느 바닷가의 무덤이나 찾아 가렴.
※ 이 시는 1940년 '조광(朝光)' 2월호에 발표된 작품으로 이 시의 경향은 역시 감상적, 영상적이라 하겠다.
형식으로는 4연으로 짜여진 자유시며, 표현의 특징으로는 비의 이미지가 비극적으로 처리된 '상실의 허무감'을 바탕에 깔고 상징적인 모더니티를 표현한 것이다.
이 시의 느낌은 감상적인 정도를 넘어 퇴폐적인 인상을 짙게 줄 정도로 매우 감상적인 시다. 비로 인하여 내 아름다운 꿈이 사라지기에, 빗소리는 꿈과 희망의 유해를 넣은 관에 못박는 소리로 들린다. 이 시의 주제는 비오는 날의 우수라 하겠다.
장만영(張만榮 1914~1976)
호는 초애(초涯). 황해도 연백 출생. 경성 제2고보를 나와 토쿄 미자키 영어학굑 고등과 졸업. 신석정과 김광균이 중간에 위치한 시인으로 1935년 전후 모더니즘 계열에 드는 신선한 시를 썼음. 광복 후 서울신문 출판국장으로 있으면서 ‘신천지(新天地)’를 주제하였고, 1966년 한국 시인협회장을 역임. 시집에 ‘양(1937)’, ‘축제(1939)’, ‘유년송(幼年頌 1947)’, ‘밤의 서정(1956)’, ‘저녁 종소리(1957)’, ‘장만영 선시집(1958)’ 등이 있으며, 자작시 해설집 ‘이정표(1958)’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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