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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벗
벚꽃 그림 앞에 한참 머뭇기리던 아이가
'꽃벗' 이라고 쓴다
꾹꾹 눌러 쓰여진 두 글자가 제 풀에도 무안한지
슬며시 비뚤어졌다
제가 달아준 꽃 이름이 무척 마음에 드나보다
아직 한글이 서툰 아이의 어깨가 으쓱하더니
또랑또랑 야무진 목소리로
'벚꽃' 이라고 읽는다
문득, 우주를 닮은 아이의 마당 안에
흐드러지게 꽃벗이 피어난다
벚꽃과 꽃벗이 화르르 번식중이다
이 깜직한 반란 앞에서
어린 시인에게 나는 또 한 수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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