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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앞의 나팔꽃 넝쿨이
창 앞의 나팔꽃 넝쿨이 흔들림을 보시고
스쳐가는 바람이 한숨 짓는다 의심하실 양이면
그 푸른 잎 뒤에 내가 숨어
한숨 짓는 줄 알아 주시오.
그대 뒤에서 무슨 소리 나직이 나며
그대 이름 멀리서 부른다 의심하실 양이면
쫓아오는 그림자 속에 내가 있어
그대를 부른 걸로 생각하시오.
깊은 밤 그대 가슴 이상하게도
산산이 흩어져 설레이고
불타는 입김을 입술에 느끼시거든
눈에는 안 보여도 그대 바로 곁에
내 입김이 서린다고 생각하시오.
베케르 (Gustavo Adolfo Becquer, 1836 ~ 1870)
스페인의 시인. 그가 노래한 주제는 대부분 사랑과 죽음이었다. 이 사랑에는 고독이, 죽음에는 영원에 대한 바람이 내포되어 있다. 사후에 시집 '운율'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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