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내리는데1 [시] 조병화 - 비는 내리는데 비는 내리는데 진종일을 비는 내리는데 비에 막혀 그대로 어둠이 되는 미도파 앞을 비는 내리는데 서울 시민들의 머리 위를 비는 내리는데 비에 젖은 그리운 얼굴들이 서울의 추녀 아래로 비를 멈추는데 진종일을 후줄근히 내 마음은 젖어내리는데 넓은 유리창으로 층층이 비는 흘러내리는데 아스팔트로 네거리로 빗물이 흘러내리는데 그대로 발들을 멈춘 채 밤은 내리는데 내 마음 속으로 내 마음 흘러내리는 마음 내 마음 밖으로 내 마음 흘러내리는 마음 사랑하는 사람을 막고 진종일을 비는 내리는데 가난한 방에 가난한 침대 위에 가난한 시인의 애인아.... 어두운 창을 닫고 쓸쓸한 인생을 그대로 비는 내리는데 아무런 기쁨도 없이 하는 일 없이 하루를 보내는데 하루가 오고 진종일을 비는 내리는데 비에 막혀 미도파 앞에 발을 멈춘.. 2017. 2. 22. 이전 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