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사등1 [시] 김광균 - 와사등(瓦斯燈) 와사등(瓦斯燈) 차단―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려 있다. 내 홀로 어디 가라는 슬픈 신호(信號)냐. 긴―여름 해 황망히 날개를 접고 늘어선 고층 창백한 묘석같이 황혼에 젖어 찬란한 야경(夜景) 무성한 잡초인 양 헝크러진 채 사념(思念) 벙어리 되어 입을 다물다. 피부의 바깥에 스미는 어둠 낯설은 거리의 아우성 소리 까닭도 없이 눈물겹구나. 공허한 군중의 행렬에 섞이어 내 어디서 그리 무거운 비애를 지고 왔기에 길―게 느린 그림자 이다지 어두워 내 어디로 어떻게 가라는 슬픈 신호기 차단―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리어 있다. ※ 이 시는 1938년 6월 3일 조선일보에 발표된 작품으로, 5연으로 짜여진 자유시다. 이 시는 희망도 이상도 상실한 현대인, 특히 현대 지성의 아픈 고민이 표백된 모더니즘.. 2016. 12. 15. 이전 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