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명숙1 [시] 주명숙 - 꽃벗 꽃벗 벚꽃 그림 앞에 한참 머뭇기리던 아이가 '꽃벗' 이라고 쓴다 꾹꾹 눌러 쓰여진 두 글자가 제 풀에도 무안한지 슬며시 비뚤어졌다 제가 달아준 꽃 이름이 무척 마음에 드나보다 아직 한글이 서툰 아이의 어깨가 으쓱하더니 또랑또랑 야무진 목소리로 '벚꽃' 이라고 읽는다 문득, 우주를 닮은 아이의 마당 안에 흐드러지게 꽃벗이 피어난다 벚꽃과 꽃벗이 화르르 번식중이다 이 깜직한 반란 앞에서 어린 시인에게 나는 또 한 수 배운다. 2018. 9. 14. 이전 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