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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시] 최남선 - 해에게서 소년에게

by 소행성3B17 2016.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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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에게서 소년에게



1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따린다, 부순다, 무너 바린다.

태산 같은 높은 뫼, 집채 같은 바윗돌이나.

요것이 무어야, 오게 무어야.

나의 큰 힘 아나냐, 모르나냐, 호통까지 하면서

따린다, 부순다, 무너 바린다.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꽉.



2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내게는 아모 것도 두려움 없어,

육상에서, 아모런 힘과 권(權)을 부리던 자라도,

내 앞에 와서는 꼼짝 못하고,

아모리 큰 물건도 내게는 행세하지 못하네.

내게는 내게는 나의 앞에는,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꽉.



3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나에게 절하지 아니한 자가,

지금까지 있거든 통기하고 나서 보아라.

진시황, 나팔륜, 너희들이냐,

나허구 겨룰 이 있건 오나라.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꽉.



4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조고만 산모를 의지하거나,

좁살 같은 작은 섬, 손벽 만한 땅을 가지고

고 속에 있어서 영악한 체를,

부리면서, 나 혼자 거룩하다 하난 자,

이리 좀 오나라, 나를 보아라.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꽉.



5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나의 짝 될 이는 하나 있도다.

크고 길고 , 넓게 뒤덮은 바 저 푸른 하늘.

저것은 우리와 틀림이 없어,

적은 시비 적은 쌈 온갖 모든 더러운 것 없도다.

조따위 세상에 조 사람처럼.



6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저 세상 저 사람 모다 미우나,

그 중에서 똑 하나 사랑하난 일이 잇으니,

담 크고 순진한 소년배(小年輩)들이,

재롱처럼 귀엽게 나의 품에 와서 안김이로다.

오나라 소년배 입맞춰 주마.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꽉.






※ 우리나라 최초의 신체시로, 시의 경향은 계몽적 민족주의이다. 종래의 왜재율을 과감히 무시하고 산문적 구어체를 구사하였다. 1908년 개화기에 있어서 등장한 서구적 자유시의 형식을 빌려 쓴 최초의 작품이라는 문학사적 의의에서 그 가치를 찾을 수 있는 이 작품의 주제는 소년에 대한 예찬과 계몽이다.

 당시에 소년이란 개념은 특별한 의의를 지녔다. 나라가 기울고 전통적인 사상과 문화가 파산당하고 있던 당시에 육당 자신이 17세 소년이었거니와 발표지도 '소년' 창간호(1908년 11월호)였다. 이 시야말로 우리 민족의 선구자로 그 사명감에서 씌어진 육당의 이른바 조선주의 이상주의를 담은 작품이다.

 1연에서 5연까지 바다의 웅대광활한 기상을 노래하고, 끝연에서 순진무구한 소년의 담력과 연결지어 소년들만이 우리의 꿈이요, 희망이라고 노래한 것이다. 

 이 시는 바이런의  'Childe Harold's pilgrimage, 1982'의 끝부분, 소위 '대양(The Ocean)'의 번안에 가까운 것이다.






최남선(崔南善 1890 ~ 1959)

 사학가, 문학가. 호는 육당(六堂). 서울 출생. 신시(新詩) 운동 초창기인 7908년에 잡지 '소년'을 발간하였고, 그 뒤 춘원 이광수와 함께 '샛별', '아이들 보이', '붉은 저고리', '청춘' 등의 잡지를 발간하였다. 새로운 형식의 시 '해에게서 소년에게' 등을 지어 신시의 기원을 세웠고, 3.1운동 때 '독립 선언서'를 기초하였다.

 저서로 '심춘순례서', '백두산 근참기'와 시조집으로 '백팔번뇌', 역사서에 '고사통', '조선역사', '역사일감', 이밖에 '조선상식 문답' , '신자전', '시조유취(詩調類聚)' 등이 있다. 우리나라 개화기의 문화 계몽 운동가로 그 끼친 바 업적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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