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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시] 오상순 - 방랑의 마음

by 소행성3B17 2016.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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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의 마음





흐름 위에

보금자리 친-

오오 흐름 위에

보금자리 친-

나의 혼······



바다 없는 곳에서

바다를 연모하는 나머지에

눈을 감고 마음 속에

바다를 그려 보다

가만히 앉아서 때를 잃고······



옛 성위에 발돋움하고

들 너머 산 너머 보이는 듯 마는 듯

어릿거리는 바다를 바라보다

해 지는 줄도 모르고······.



바다를 마음에 불러 일으켜

가만히 응시하고 있으면

깊은 바다 소리

나의 피의 조류를 통하여 오도다.



망망한 푸른 해원-

마음 눈에 펴서 열리는 때에

안개같은 바다의 향기

코에 서리도다.







※ 이 시는 1923년 1월호 '동명(東明)'호에 발표된 것으로서 그의 초기 작품 가운데서도 비교적 성공한 작품으로 평가되는 작품이다.

 이 시에서 볼 수 있는 그이 명상적인 자세는 그후 그의 시세계를 지배하는 특성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이 시는 제목이 말해 주는 것과 같이 한 곳에 정착하여 상활하지 못하고 방랑을 일삼았던 자신을 노래한 시라 하겠다. 주제는 고뇌의 현실 위에 구성한 제3의 세계이다.







오상순(吳相淳 1894 ~ 1963)

 호는 공초(空超). 서울 출생, 경신 학교를 거쳐, 19세 때 도일하여 도시샤(同志社)대학 종교 철학과 졸업. 1920년 '폐허' 동인이 되고, 조선 중앙불교학림 보원, 보성고보 영어 교사를 거쳐 동래 범어사(梵魚寺)에 입산, 이후 독신, 방랑, 참선, 애연(愛煙) 생활로 일관했음. 대한민국 예술원상(1956), 서울시 문화상(1962) 등을 각각 수상함. '방랑의 마음(1923)', '허무혼의 선언(1923)', '폐허행(1924)', '한잔술(1949)', 에세이에 '시대고와 희생(1920)' 등이 있으며, 시집은 작고한 뒤 발간된 '공초 오상순 시집(1963)'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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