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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시] 김소월 - 초혼

by 소행성3B17 2016.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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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혼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虛空中)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主人)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心中)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西山)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山)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 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비탄을 노래한 절정의 시로 소월의 대표작의 하나인 이 작품은 살아서도 사랑을 짓밟기 쉬운 세상에, 이 시는 죽읜 뒤에 더욱 그리운 사랑을 노래했다. 저승으로 뻗치는 사랑의 소리, 유계(幽界)까지를 현실화한 이 시의 주제는 그리움이라 하겠다.



김소월(金素月 1902~1934)

 본명 정식. 평북 정주 관산면 출생. 오산 중학교를 거쳐 배제고보 졸업. 도켜 상대 재학 중 칸토오 대진재(관동 대지진)로 중퇴. 수개월을 체류하다가 귀국함. 그의 시재(詩才)는 당시 오산학교 선생이었던 김억(金億)의 지도와 영향에 개회했음. 1922년 김억의 주선으로 처녀작 '꿈자리', '먼후일', '진달래꽃', '님의 노래'가 '개벽'에 발표되어 천재적 시재를 보이기 시작했음. 소학교 교사, 신문사 지국장 등을 지냈으나 실패를 거듭한 끝에 33세의 젊은 나이로 음독 자살함.

 시집에 '진달래꽃(1925)', 사후에 김억이 엮은 유고집 '소월시초(1939)', 시론에 '시혼(1925)', 단편 소설에 '함박눈(1922)' 등이 있음. 1968년 서울 남산에 시비가 세워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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