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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시] 김영랑 -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by 소행성3B17 2016.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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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풀 아래 웃음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새악시 볼에 떠오는 부끄럼같이

시(詩)의 가슴에 살포시 젖는 물결같이

보드레한 에머랄드 얇게 흐르는

실비단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 1930년 6월 '시문학' 2월호에 발표된 작품으로, 당시의 제목은 '내 마음 고운 봄길 위에'였고, 또 '봄길에서' 라는 제목을 쓰기도 한 작품이다.

  이 시와 같이 단 4행으로 된 시를 4행시라 하는데, 이 시 형태를 즐겨 썼다. '사행시'란 제목의 시도 있을 정도다. 이 시는 2연으로 된 7·5조의 서정시이며 2연이라 하지만 각 연은 4행시로써 사행시가 확대된 것이다.

  이 시의 표현상의 특징은 언어의 음악성과 예술성을 마감으로 높였으며, 시의 느낌을 살리기 위하여 사투리를 효과 있게 구사하고 있는 데 있다. 이 시의 주제는 봄날의 애달픈 그리움이다.



김영랑 (金永郎 19013~1950)

  본명은 윤식(允植). 전남 강진 출생. 휘문이숙을 다니다가 3.1 운동 때 6개월간 옥고를 치르고 이듬해 일본으로 가 아오야마(靑山)학원 전문부 영문과 수학. 이때 평생의 지우 박용철(朴龍喆)과도 친교를 맺으면서 괴테, 로제티, 키츠 등의 시를 탐독하여 그의 서정 세계를 확대한 듯함. 1930년 '시문학' 동인으로 참가, 이후 많은 서정시를 발표했다. 8.15 해방 후에도 공보처 출판국장을 잠시 지냈으며 6.25 사변 때 서울에서 은신하다가 복부에 포탄 파편을 맞고 47세로 사망했음. 묘지는 망우리 광주 공원에 박용철과 함께 나란히 시비가 세워짐.

  시집에 '영랑 시집(1935)', '영랑 시선(1949)',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길 위에(1930)', '내 마음을 아실 이(1931)', '모란이 피기까지는 (1934)'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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