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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시] 김영랑 - 모란이 피기까지는

by 소행성3B17 2016.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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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란이 피기 까지는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더ㅓㄹ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뉘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 이 시는 1934년 4월 '문학' 3호에 발표된 작품이다. 이 시는 1930년대 초기에 우리 나라 순수시 운동에 앞장선 작가 영랑이 짙은 서정성과 아름다운 언어의 조탁으로 근대시사에 획기적인 공적을 남긴 영광의 대표작이다.

  시의 경향은 유미적, 서정적이며, 짜임은 전연의 자유시다.

  이 시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모란이 피는 날을 기다리는 보람으로 산다는데서 모란이 무엇을 상징한 것인가이다. 애국시라고 하는 견지에서는 '조국 광복의 날'일 것이고, 유미주의와 예술 지상주의를 표방한 영광의 시세계에서 보면 모란은 그대로 순수미의 표상일 것이다.

  이 시의 주제는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리는 마음이다.




 김영랑 (金永郎 19013~1950)

  본명은 윤식(允植). 전남 강진 출생. 휘문이숙을 다니다가 3.1 운동 때 6개월간 옥고를 치르고 이듬해 일본으로 가 아오야마(靑山)학원 전문부 영문과 수학. 이때 평생의 지우 박용철(朴龍喆)과도 친교를 맺으면서 괴테, 로제티, 키츠 등의 시를 탐독하여 그의 서정 세계를 확대한 듯함. 1930년 '시문학' 동인으로 참가, 이후 많은 서정시를 발표했다. 8.15 해방 후에도 공보처 출판국장을 잠시 지냈으며 6.25 사변 때 서울에서 은신하다가 복부에 포탄 파편을 맞고 47세로 사망했음. 묘지는 망우리 광주 공원에 박용철과 함께 나란히 시비가 세워짐.

  시집에 '영랑 시집(1935)', '영랑 시선(1949)',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길 위에(1930)', '내 마음을 아실 이(1931)', '모란이 피기까지는 (1934)'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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