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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시] 김동환 - 국경의 밤 제1부

by 소행성3B17 2016.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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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경의 밤


  제1 부

  1장   

   "아하, 무사히 건넜을까,

    이 한밤에 남편은

    두만상을 탈없이 건넜을까?

     

    저리 국경 강안(江岸)을 경비하는

    외투 쓴 검은 순사가

    왔다 - 갔다 -

    오르명내리명 분주히 하는데

    발각도 안 되고 무사히 건넜을까?"

     

    소금실이 밀수출 마차를 띄워놓고

    밤새가며 속태우는 젊은 아낙네

    물레 젓는 손도 맥이 풀어져

    파! 하고 붙는 어유(魚油) 등잔만 바라본다.

    북국의 겨울밤은 차차 깊어가는데.

     

  2장   

   어디서 불시에 땅 밑으로 울려나오는 듯

    '어-이' 하는 날카로운 소리 들린다.

    저 서쪽으로 무엇이 오는 군호라고

    촌민들이 넋을 잃고 우두두 떨 적에

    처녀(妻女)만은 잡히우는 남편의 소리라고

    가슴을 뜯으며 긴 한숨을 쉰다 -

    눈보라에 늦게 내리는

    영림창 산림실이 화부(花夫)떼 소리언만.

     

  3장   

   마지막 가는 병자의 부르짖은 같은

    애처로운 바람소리에 싸이어

    어디서 '땅'하는 소리 밤하늘을 짼다.

    뒤대어 요란한 발자취 소리에

    백성들은 또 무슨 변이 났다고 실색하여 숨죽일 때,

    이 처녀(妻女)만은 강도 못 건넌 채 얻어맞은 사내 일이라고

    문비탈을 쓸어안고 흑흑 느껴가며 운다 -

    겨울에도 한 삼동, 별빛에 따라

    고기잡이 얼음장 긋는 소리언만,

     

  4장   

   불이 보인다 새빨간 불빛 이

    저리 강 건너

    대안(對岸)벌에서는 순경들의 파수막(파수막)에서

    옥서(玉黍)장 태우는 빨-간 불빛이 보인다.

    까-맣게 타오르는 모닥불 속에

    호주(胡酒)에 취한 순경들이

    월월월 이태백을 부르면서.

     

5장   

   아하, 밤이 점점 어두워간다.

    국경의 밤이 저 혼자 시름없이 어두워간다.

    함박눈조차 다 내뿜은 맑은 하늘엔

    별 두어 개 파래져

    어미 잃은 소녀의 눈동자같이 감박거리고

    눈보라 심한 강 벌에는

    외가지 백양이

    혼자 서서 바람을 걷어안고 춤을 춘다,

    가지 부러지는 소리조차

    이 처녀(妻女)의 마음을 핫! 핫! 놀래놓으면서 -    

  6장   

   전선이 운다, 잉 - 잉 - 하고

     국교(國交)하러 가는 전신줄이 몹시도 운다.

     집도 백양도 산곡도 외양간 '당나귀'도 따라서 운다,

     이렇게 춥길래

     오늘따라 간도 이사꾼도 별로 없지.

     얼음장 깔린 강바닥을

     바가지 달아매고 건너는

     밤마다 밤마다 외로이 건너는

    함경도 이사꾼도 별로 없지

    얼음장 깔린 강바닥을

    바가지 달아매고 건너는

    함경도 이사꾼도 별로 안 보이지,

    회령서는 벌써 마지막 차고동이 텄는데.

     

  7장   

   봄이 와도 꽃 한 폭 필 줄 모르는

    간 건너 산천으로서는

    바람에 눈보라가 쏠려서

    강 한판에

    진시왕릉 같은 무덤을 쌓아놓고는

    이내 안압지를 파고 달아난다,

    하늘땅 모두 회명(晦暝)한 속에 백금 같은 달빛만이

    백설로 오백 리, 월광으로 삼천 리,

    두만강의 겨울밤은 춥고도 고요하더라.

     

  8장   

   그날 저녁 으스러한 때이었다

    어디서 왔다는지 초조한 청년 하나

    갑자기 이 마을에 나타나 오르명내리명

    구슬픈 노래를 부르면서 -

    "달빛에 잠자는 두만강이여!

    눈보라에 깔려 우는 옛날의 거리여,

    나는 살아서 네 품에 다시 안길 줄 몰랐다,

    아하, 그리운 옛날의 거리여!"

    애처로운 그 소리 밤하늘에 울려

    청상과부의 하소연같이 슬프게 들렸다.

    그래도 이 마을 백성들은

    또 '못된 녀석'이 왔다고,

    수군거리며 문을 닫아 매었다.

     

  9장   

   높았다 - 낮았다 - 울었다 - 웃었다 하는

    그 소리 폐허의 재 속에서

    나래를 툭툭 털고 일어나 외우는 백조의 노래같이

    마디마디 눈물을 짜아내었다, 마치

    "얘들아 마지막 날이 왔다"하는 듯이

    "모든 것이 괴멸할 때가 왔다"하는 듯도.

    여럿은 어린애고 자란 이고

    화롯불에 마주 앉았다가 약속한 듯이 고요히 눈을 감는다.

    하나님을 찾는 듯이 -

    "저희들을 구해 줍소서"

    그러다가 발소리와 같이 "아하" 부르는 청년의 소리가 다시 들리자,

    "에익! 빌어 먹을 놈!"하고 침을 배앝는다,

    그 머리로서는 밀정하는 소리가 번개치듯 지나간다,

    - 그네는 두려운 과거를 가졌다

    생각하기에도 애처로운 기억을 가졌다.

    그래서 그물에 놀란 참새처럼

    늘 두려운 가슴을 안고 지내간다,

    불쌍한 족속의 가슴이 늘 얼어서!

     

  10장  

   청년의 노래는 그칠 줄 몰랐다,

    "옛날의 거리여!

    부모의 무덤과 어릴 때 글 읽던 서당과 훈장과

    그보다도 물방앗간에서 만나는 색씨 사는

    고향아, 달빛에 파래진 S촌아!"

    여러 사람은 더욱 놀랐다 그 대담한 소리에

    마치 어느 피 묻은 입이,

    '리벤지'를 부르는 것 같아서,

    촌 백성들은 장차 올 두려운 운명을 그리면서

    불안과 비포(悲怖)에 떨었다,

    그래서 핫! 하고 골을 짚은 채 쓰러졌다.

  11장  

   바람은 이 조그마한 S촌을 삼킬 듯이 심하여간다

    S촌뿐이랴 강안(江岸)의 두 다른 국토와 인가와 풍경을 시름없이 덮으면서 

    벌부(筏夫)의 소리도, 고기잡이 얼음장 그는 소리도, 구화(溝化)불에 마주선 중국 순경의 주정소리도,수비대 보초의 소리도

    검열 맡은 필름같이 뚝뚝 중단되어가면서, 그래도

    이 속에도 어린애 안고 우는 촌 처녀(처녀)의 소리만은 더욱 분명하게

    또 한 가지

    방랑자의 호소도 더욱 뚜렷하게,

    울며, 짜며 한숨짓는 이 모든 규음(揆音)이

    바숴진 피아노의 건반같이

    산산이 깨뜨려놓았다, 이 마을 평화를 -

     

  12장  

   처녀(妻女)는 두렵고 시산하고 참다못하여

    문을 열고 하늘을 내다보았다

    하늘엔 불켜논 방안같이 환-히 밝은데

    가담가담 흑즙 같은 구름이 박히어 있다.

    "응, 깊고 맑은데-"하고 멀리 산굽이를 쳐다보았으나

    아까 나갔던 남편의 모양은 다시 안 보였다

    바람이 또 한 번 포효하며 지난다

    그때 이웃집으로 기왓장이 떨어지는 소리 들리고

    우물가 버드나무 째지는 소리 요란히 난다 -

    처마 끝에 달아맨 고추 다램이도 흩어지면서

    그는 "에그 추워라!"하고 문을 얼른 닫았다.

     

  13장  

   먼 길가에선 술집막(幕)에서 널문 소리 들린다,

    이내 에익… 허… 허… 하는 주정꾼 소리도

    "춥길래 오늘 저녁 문도 빨리 닫는가보다"하고 속으로 외우며

    처녀(妻女)는 돌부처같이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근심 없는 사람 모양으로.

    이렇게 시산한 밤이면은

    사람 소리가 그리우니

    웩 - 웩 - 거리고 지나는 주정꾼 소리도.

     

  14장  

   처녀(妻女)는 생각하는 양 없이

    출가한 첫해 일을 그려보았다 -

    밤마다 밤마다 저 혼자 베틀에 앉았을 때,

    남편은 곤히 코구르고 -

    고요한 밤거리를 불고 지나는

    머슴아이의 옥퉁소 소리에

    구곡의 청제비 우는 듯한 그 애연한 음조를 듣고는

    그만 치마폭에 얼굴을 파묻고 울기도 하였더니

    그저 섧고도 안타까워서 -

     

    산으로 간 남편이 저물게 돌아올 때

    울타리 기대어 먼 산기슭을 바라보노라면

    오시는 길을 지키노라면

    멀리 울 리는 강아지 소리에,

    저도 모르게 한숨을 지었더니

    갓난애기의 첫해가 자꾸 설워서 -

     

    그보다도 가을밤 옷 다듬다

    뒷서당집 노훈장의 외우는 "공자 왈, 맹자 왈"소리에

    빨래 다듬이도 잊고서 그저 가만히

    엎디어 있노라면

    마을돌이로 늦게 돌아오는 남편의

    구운 감자 갖다주는 것도 맛없더니

    그래서 그래서 저 혼자 이불 속에서

    계명(鷄鳴) 때 지나게 울기도 하였더니,

     

    "아. 옛날은 꿈이구나!"하고 처녀(妻女)는

    세상을 다 보낸 노인같이 무연히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생각하고 처녀(妻女)는 운다,

    오랫동안을 사내를 속이고 울던 마음이

    오늘밤 따라와 터지는 것 같아서,

    - 그는 어릴 때 아직 머리태를 두었을 때 -

    도라지 뿌리 씻으로 샘터에 가면

    강아지 몰고 오는 머슴아이, 만나던 일

    갈잎으로 풀막을 짓고

    해 지기도 모르게,

    물장구 치고 풀싸움하고 그러던 일,

     

    그러다가 처녀(妻女)는 꿈을 꾸는 듯한 눈으로

    "옳아, 그이, 그 언문 아는 선비! 어디 갔을까?"

    하고 무릎을 친다.

    그리고 입속으로 "옳아, 옳아, 그이!"하고는

    빙그레 웃는다, 꿈길을 따르면서 - 옛날을 가슴에서 파내면서.

     

  15장  

   바깥에선 밤개가 컹컹 짖는다.

    그 서슬에 "아뿔사 내가 왜?"하고 처녀(妻女)는

    황급히 일어나 문턱에 매어달린다, 죄 되는 일을 생각한 것같이.

    그러나 달과, 바람밖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남산 봉화당 꼭지에선

    성좌들이 진치고 한창 초한(楚漢)을 다투는데

  

  16장  

   "아하, 설날이 아니 오고, 또 어린애가 아니었더면

    국금(國禁)을 파하고까지 남편을

    이 한밤에 돈벌이로

    강 건너 외땅으로 보내지 않았으련만

    무지한 병정에게 들키면 그만이지.

    가시던 대로나 돌아오시랴.

    에그, 과부는 싫어, 상복 입고 산소에 가는 과부는 싫어"

    빠지직빠지직 타오르는 심화에

    앉아서 울고 서서 맴도는

    시골 아낙네이 겨울밤은 지리도 하여라.

    다시는 인적기조차 없는데

    뒷산곡에는 곰 우는 소리 요란코.

     

  17장  

   이상한 청년은 그 집 문간까지 왔었다,

    여러 사람의 악매(惡罵)하는 눈살에 쫓겨

    뼉다귀 찾는 미친 개모양으로 우줄우줄 떨면서

    모막살이집 문 앞까지 왔었다, 누가 보았던들

    망명하여 혼 이방인이 보리(補吏)의 눈을 피하는 것이라 않았으랴.

    그는 돌연

    "여보, 주인!"

    하고 굳어진 소리로 빽 지른다.

    그 서슬에 지옥서 온 사자를 맞는 듯이

    온 마을이 푸드득 떤다,

    그는 이어서 백골을 도적하러 묘지에 온 자처럼

    연해 눈살을 사방에 펼치면서 날카로운 말소리로

    "여보세요 주인! 문을 열어주세요"

     

  18장  

   딸그막딸그막 울려나오는 그 소리,

    만인의 가슴을 무찌를 때

    모든 것은 기침 한 번 없이 고요하였다.

    천지 창조 전의 대공간같이……

    그는 다시 눈을 흘겨 삼킬 듯이 바라보더니

    "여보, 주인! 주인! 주인?"

    아, 그 소리는 불쌍하게도

    맥이 풀어져 고요히 앉아 있는 아내의 혼을 약탈하고 말았다.

    사내를 사지(死地)에 보내고 정황없어 하는 아내의 -

     

  19장  

   처녀(妻女)는 그 소리에 놀랐다.

    그래서 떨었다 밖으로선 더 급하게

    "나를 모르세요? 내요! 내요!"

    하고 계속하여 난다, 그러면서

    주먹이 똑 똑 똑 하고 문지방에 와 맞힌다.

    처녀(처녀)의 가슴도 똑똑똑 때리면서

    젊은 여자를 잠가둔 성당 문을 똑똑똑 두다리면서.

     

  20장  

   처녀(妻女)는 어떨 줄 몰랐다,

    그래서 거의 기절할 듯이 두려워하였다.

    그렇지 않아도

    아까 남편이 떠날 때,

    동리 구장이 달려와 말모개를 붙잡고

    "오늘 저녁엔 떠나지를 마오, 부디 떠나지를 마오, 이상한 청년이 나타나 무슨 큰 화변을 칠 것 같소, 부디 떠나지를 마오, 작년 일을 생각하거든 떠나지를 마오."

    그러길래 또 무슨 일이 있는가고,

    미리 겁내어 앉았을 때 그 소리 듣고는

    그는 에그! 하고 겁이 덜컥 났었다.

    죽음이 어디서 빤-히 보고 있는 것 같아서

    몸에 오소속 소름이 친다 


  21장  

   그의 때리는 주먹은 쉬지 않았다, 똑 - 똑 - 똑 -

    "여보세요, 내요! 내라니까"

    그리고는 무슨 대답을 기다리는 듯이 가만히 있다, 한참을.

    "아, 내라니까, 내요, 어서 조금만"

    "아하, 아하, 아하 -"

    청년은 그만 쓰러진다.

    동사(凍死)하는 거지 추위에 넘어지듯이,

    그때 처녀(妻女)는 제 가슴을 만지며

    "에그, 어쩌나, 죽나보다 -"하고 마음이 쓰렸다.

    "아하, 아하, 아하, -"

    땅속으로 꺼져하는 것 같은 마지막 소리

    차츰 희미하여가는데 어쩌나! 어쩌나? 아하 -

    "내라니까! 내요, 아, 조금만……" 그것은 확실히 마지막이다.

    알 수 없는 청년의 마지막 부르짖음이다 -

     

    이튿날 첫아침 흰 눈에 묻힌 송장 하나가 놓이리라.

    건치에 말아 강물 속에 띄워보내리라,

    이름도 성도 모르는 그 방랑자를 -

    처녀(妻女)는 이렇게 생각함에,

    "에그 차마 못할 일이다!"하고 가슴을 뜯었다.

    어쩔까, 들려놓을까? 내 버려둘까?

    간첩일까? 마적일까? 아니 착한 사람일까?

    처녀는 혼자 얼마를 망설이었다.

    "아하, 나를 몰라, 나를- 나를, 이 나를……"

    그 소리에 그는 깜짝 놀랐다

    어디서 꼭 한 번 들어본 것 같기도 해서

     

    그는 저도 모르게 일어섰다.

    물귀신에게 홀린 제주도 해녀같이

    그래서 문고리를 쥐었다.

    금속성 소리 딸까닥하고 난다,

    그 소리에 다시 놀라 그는 뒷걸음친다.

     

  22장  

   그러나 그보다 더 놀란 것은 청년이었다.

    그는 창살에 넘어지는 아낙네의 그림자를 보고는

    미친 듯, 일어서며, 다시

    "내요 - 내요 -" 부른다.

    익수자(溺水者)가 배를 본 듯, 외마디 소리, 정성을 다한 -

     

  23장  

   처녀(妻女)는 그래도 결단치 못하였다,

    열지 않으면 불쌍하고, 열면 두렵고,

    그래서 문고리를 쥐고 삼삼 돌았다.

    "여보세요, 어서 조금만 아하……"

    그러면서 마지막 똑똑을 두다린다,

    마치 파선된 배의 기관같이

    차츰차츰 약하여져가면서 -

     

  24장  

   처녀(妻女)는 될 대로라듯이 문을 열고 있다,

    지켜섰던 바람이 획! 하고 귓볼을 때린다,

    그때 의문의 청년도 우뚝 일어섰다

    더벅머리에 눈살이 깔리고, 바지에 정갱이

    달빛에 석골조상같이 꿋꿋하여진 그 방랑자의 꼴!

     

  25장  

   어유(漁油)불이 삿!하고 두 사이를 흐른다,

    모든 발음(撥音)이 죽은 듯 하품을 친다.

    "누구세요, 당신은 네?"

    청년은 한 걸음 다가서며

    "내요, 내요 내라니까 - "

    그리고는 서로 물끄러미 치어다본다,

    아주 대담하게, 아주 심정(沈精)하게

  26장  

   그것도 순간이었다

    "앗! 당신이 에그머니!"하고 처녀는 놀라 쓰러진다.

    청년도

    "역시 오랫던가 아, 순이여"

    하고 문지방에 쓰러진다.

    로단이 조각하여논 유명한 조상같이 둘은 가만히 서 있다,

    달빛에 파래져 신비하게, 거루하게.

     

  27장  

   아하 그리운 한 옛날의 추억이어.

    두 소상(塑像)에 덮이는 한 옛날의 따스한 기억이어!

    8년 후 이날에 다시 불탈 줄 누가 알았으리.

    아, 처녀와 총각이어,

    꿈나라를 건설하던 처녀와 총각이어!

    둘은 고요히 바람소리를 들으며

    지나간 따스한 늘을 들춘다 -

    국경의 겨울밤은 모든 것을 싸안고 달아난다.

    거의 10년 동안을 울며불며 모든 것을 괴멸시키면서 달아난다.

    집도 헐기고, 물방앗간도 갈리고, 산도 변하고, 하늘의 백랑성 위치조차 조금 서남으로 비틀리고

    그러나 이 청춘남녀의

    가슴속 깊이 파묻혀둔 기억만은 잊히지 못하였다,

    봄꽃이 져도 가을 열매 떨어져도

    8년은 말고 80년을 가보렴 하듯이 고이고이 깃들었다

    아, 처음 사랑하던 때!

    처음 가슴을 마주칠 때!

    8년 전의 아름다운 그 기억이어!


  

    ※ 이 시의 내용은 우리나라 국경 지방을 배경으로 하여 벌어지는 민족의 비참한 생활상을 소재로 하여 비참한 가운데서도 끈질긴 생명력을 기른 것이다. 따라서 이 시는 문학 예술을 통한 우리 민족의 수난사라 해도 좋을 것이다.

  또한, 이 작품의 국문학 사상의 가치는 신체시가 시도된지 17년 만에 한국 초초의 서사시가 나타났다는 데서 더 큰 의의를 지닌 시이다. 그런가 하면 토속적인 언어를 풍부히 구사하고 정확한 묘사는 세련되고 생동감을 준다. 이 시의 특징은 향토적, 애국적, 낭만적, 민요적이라는 점에 있다. 이 시의 주제는 망국민의 처절한 현실의 비참한 생활상, 또는 망국의 슬픔이라 하겠다. 1925년 간행된 '국경의 밤'의 표제가 된 이 작품은 시의 경향으로는 향토적, 민족적이며, 3부 72장으로 되어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장편 서사시이다.


  김동환(金東煥 1951 ~ ? )

  시인, 함북 경성 태생. 호 파인, 서울 중학교를 거쳐 일본 도쿄의 도요(東洋)대학 문과를 수업했다. 한국 신시(新詩) 운동에 있어서 최초의 서사시(敍事詩)를 시험한 '국경의 밤'으로 문단에 등장하여 주요한(朱耀翰), 춘원(春園), 이광수(李光洙)와 함께 초기 시단에 문명을 날렸다. 소박하고 열정적이며 향토적인 정취(情趣)가 민족의식을 바탕으로 뜨거운 호흡을 시에다 담고 있다.

  조선일보, 동아일보의 기자를 지냈고, 종합잡지 '삼천리'를 창간 주재한 일이 있다. 6.25 동란 때 이북으로 납치되어 갔다.

  작품 중에는 '국경의 밤', '적성을 손가락질하며', '정원집' 등이 특히 유명하다. 저서로는  '국경의밤', '승천하는 청춘', '삼인 시가집', '수심가', '나의 반도 산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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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金東煥, 일본식 이름: 白山靑樹 시로야마 세이주, 1901년 9월 27일 ~ 1958년)은 대한민국의 시인이다. 본관은 강릉(江陵)이고 아호는 파인(巴人)이다.


생애

  함경북도 경성군 금성면에서 출생하였고 함경북도 경성군 어대진면에서 잠시 유년기를 보낸 적이 있는 그는 중동학교 졸업 후 일본에 유학하여 도요 대학교 영문과에서 수학하다가 관동 대지진으로 중퇴하고 귀국했다.

  함북에서 발행된 《북선일일보》를 비롯하여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에서 기자로 근무하며 시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1924년 발표한 〈적성(赤星)을 손가락질하며〉가 본격적인 등단작이다.

  장편 서사시 《국경의 밤》(1925)으로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시적 특색으로는 국경 지대인 고향에서 얻은 북방적 정서와 강한 낭만성, 향토적인 느낌을 주는 민요풍의 언어를 들 수 있다.

  1929년 종합월간지 《삼천리》와 문학지 《삼천리문학》을 창간해 운영했는데, 일제 강점기 말기에 삼천리사를 배경으로 친일 단체에서 활동하고 전쟁 지원을 위한 시를 발표하는 등 활발한 친일 활동을 하였다. 2002년 발표된 친일 문학인 42인 명단과 친일파 708인 명단, 민족문제연구소가 2008년 발표한 친일인명사전 수록예정자 명단 문학 부문에 선정되었으며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 705인 명단에도 포함되었다.

  광복 후 이광수, 최남선 등과 함께 문단의 대표적인 친일 인사로 꼽혀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에 체포되어 재판을 받았고, 한국 전쟁 때 납북되었다. 1956년 재북평화통일촉진협의회에 참여했다. 그 후 평안북도 철산군의 노동자수용소에 송치되었다가 1958년 이후 사망한 것으로 전해진다.

  친일 작품으로는 지원병으로 참전했다가 전사한 이인석을 칭송하며 젊은이들에게 참전할 것을 촉구하는 시 〈권군취천명(勸君就天命)〉(1943)을 비롯하여 총 23편이 밝혀져 있다. 이는 친일 문학인 42인 명단 수록자 가운데 5위에 해당하는 편수임에도, 창작 작업보다는 단체 활동을 통한 친일 행적이 더 뚜렷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흥아보국단, 조선임전보국단, 황군위문작가단, 조선문인협회, 국민총력조선연맹, 국민동원총진회, 대화동맹, 대의당 등 많은 친일단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기 때문이다.

  3남인 김영식이 김동환의 친일 행적을 인정하고 사과한 예는 친일파로 지적되는 인물의 후손이 조상에 대한 친일 혐의를 인정한 드문 예로 종종 인용된다.

  두 번째 부인이 소설가 최정희이며, 최정희와의 사이에서 얻은 두 딸 김지원과 김채원도 대한민국의 소설가이다.

=============== 출처 : 위키피디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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