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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시] 김광섭 - 성북동 비둘기

by 소행성3B17 2016.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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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북동 비둘기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 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루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  1968년 '월간문학' 11월호에 발표된 작품으로 그의 제4시집 '성북동 비둘기'의 표제가 된 그의 대표시이다. 3연으로 된 이 자유시에서 비둘기는 순수한 자연미와 평화의 상징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비둘기가 발붙일 곳이 없어 쫓기는 상황은 물질문명이 가져온 자연의 파괴며 추방이다. 표현은 평이하면서도 날카로운 비평적 안목으로 뒷받침된다. 이 시의 주제는 자연미에 대한 향수이다.


  김광섭(金光燮 1905~1977)

  호는 이산(怡山). 함경북도 경성(鏡成)출생. 서울 중동학교 졸업 후 일본 와세다 대학 영문과 졸업. 중등학교 교사로 근무 중 창씨개명을 반대하다가 3년 8개월의 옥고를 치뤘다. 광복 후 좌익 계열과 투쟁하였으며, 언론계와 문단의 여러 요직을 역임했다. 문학 활동은 '해외 문학(1927)', '문예 월간(1931)' 등의 동인으로부터 시작했음. 1957년 서울시 문화상. 1965년 5.16 문예상, 1969년 문공부 예술 문화대상 등을 각각 수상함.

  시집에 '동경(憧憬 1938)', '마음(1949)', '해바라기(1957)', '성북동 비둘기(1969)', '반응(1971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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