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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시] 김광섭 - 시인

by 소행성3B17 2016.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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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인



  꽃은 피는 대로 보고

  사랑은 주신 대로 부르다가

  세상에 가득한 물건조차

  한 아름팍 안아 보지 못해서

  전신을 다 담아도

  한 편(篇)에 2천원 아니면 3천원

  가치와 값이 다르건만

  더 손을 내밀지 못하는 천직(天職)

 

  늙어서까지 아껴서

  어릿궂은 눈물의 사랑을 노래하는

  젊음에서 늙음까지 장거리의 고독!

  컬컬하면 술 한잔 더 마시고

  터덜터덜 가는 사람

 

  신이 안 나면 보는 척도 안 하다가

  쌀알만한 빛이라도 영원처럼 품고

 

  나무와 같이 서면 나무가 되고

  돌과 같이 앉으면 돌이 되고

  흐르는 냇물에 흘러서

  자국은 있는데

  타는 노을에 가고 없다.




  ※ 1969년 5월 동아일보에 발표된 이 시는 시인을 노래한 4연으로 된 자유시다. 시인의 세계와 그 인생을 진지하게 보여주는 우수한 이 시의 주제는 영원히 사는 시인의 일생이다.



  김광섭(金光燮 1905~1977)

  호는 이산(怡山). 함경북도 경성(鏡成)출생. 서울 중동학교 졸업 후 일본 와세다 대학 영문과 졸업. 중등학교 교사로 근무 중 창씨개명을 반대하다가 3년 8개월의 옥고를 치뤘다. 광복 후 좌익 계열과 투쟁하였으며, 언론계와 문단의 여러 요직을 역임했다. 문학 활동은 '해외 문학(1927)', '문예 월간(1931)' 등의 동인으로부터 시작했음. 1957년 서울시 문화상. 1965년 5.16 문예상, 1969년 문공부 예술 문화대상 등을 각각 수상함.

  시집에 '동경(憧憬 1938)', '마음(1949)', '해바라기(1957)', '성북동 비둘기(1969)', '반응(1971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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