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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시] 김광섭 - 생의 감각

by 소행성3B17 2016.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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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의 감각


  여명의 종이 울린다.

  새벽 별이 반짝이고 사람들이 같이 산다는 것이다.

  닭이 운다, 개가 짖는다.

  오는 사람이 있고 가는 사람이 있다.

  오는 사람이 내게로 오고

  가는 사람이 다 내게서 간다.

 

  아픔에 하늘이 무너지는 때가 있었다.

  깨진 그 하늘이 아물때에도

  가슴에 뼈가 서지 못해서

  푸르런 빛은

  장마에 황야처럼 넘쳐 흐르는

  흐린 강물 위에 떠 갔다.

  나는 무너지는 둑에 혼자 서 있었다.

  기슭에는 채송화가 무더기로 피어서

  생의 감각을 흔들어 주었다.




  ※ 1967년 '현대문학' 1호에 발표된 작품으로 지은이가 고혈압으로 쓰러진 이후 일주일간의 무의식 혼돈 세계에서 깨어난 그 체험을 구상화한 작품이라고 한다.

  여기에서 '감각'은 생에 대한 자각, 곧 생의 부활을 표현한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에는 인생론적인 면과 소생 과정을 극히 잘 표현하였다. 원숙한 상징적 표현으로 한없이 약하면서도 신비로운 생명력을 담담히 바라보는 자기 성찰이라 할 수 잇는 이 작품의 주제는 생의 신비로운 부활이다.



  김광섭(金光燮 1905~1977)

  호는 이산(怡山). 함경북도 경성(鏡成)출생. 서울 중동학교 졸업 후 일본 와세다 대학 영문과 졸업. 중등학교 교사로 근무 중 창씨개명을 반대하다가 3년 8개월의 옥고를 치뤘다. 광복 후 좌익 계열과 투쟁하였으며, 언론계와 문단의 여러 요직을 역임했다. 문학 활동은 '해외 문학(1927)', '문예 월간(1931)' 등의 동인으로부터 시작했음. 1957년 서울시 문화상. 1965년 5.16 문예상, 1969년 문공부 예술 문화대상 등을 각각 수상함.

  시집에 '동경(憧憬 1938)', '마음(1949)', '해바라기(1957)', '성북동 비둘기(1969)', '반응(1971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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