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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시] 조지훈 - 승무(僧舞)

by 소행성3B17 2017.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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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무(僧舞)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梧桐)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世事)에 시달려도 번뇌(煩惱)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合掌)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三更)인데,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 1939년 12월 '문장'에 발표된 이 작품은 9연으로 된 서정시다. 시의 경향은 불교적, 고전적이며 표현상의 특징으로는 시의 리듬을 살릭 위해 '파르라니'와 같은 특유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여승의 외면과 내면을 구상적을 드러냈으며, 불교적 선미가 조화있게 부각되었다는 점이다.

  우리 고전 민속 무용을 소재로 하여 우리 정신의 한 갈래인 불교의 서계에 고전적인 예술미를 가미하였고,  경건한 영혼의 오뇌를 종교적으로 승화시킨 이 시의 주제는 인간 고뇌의 종교적 승화라 하겠다. (오뇌懊惱:뉘우쳐 한탄하고 번뇌함.)




  조지훈 (趙芝薰 1920 ~ 1968)

  본명은 동탁(東卓). 경북 영양 출생. 독학으로 중학과정을 익히고 검정시험을 거쳐 혜화전문 졸업. '문장'을 통하여 '고풍의상(1939)', '승무(1939)', '봉황수(1940)' 등으로 정지용의 추천을 받고 문단 데뷔. 동인지 '백지(白紙;1940)' 동인 '문장'의 동기생인 박두진, 박목월 등과 '청록집(1946)'을 간행함. 이른바 '청록파'의 한 사람. 고려대 교수, 한국 시인협회장 등 역임. 자유문학상 수상. 시집에 '풀잎단장(1958)', '조지훈 시선(1956)', '역사 앞에서(159)', 여운(1964)' 등 외에 수상집에 '창에 기대어(1958)', '지조론(1962)', '돌의 미학(1964)', 자작시 해설에 '시와 인생(1959)' 등이 있으며, 기타 국문학계의 중후한 저서가 있음. 서울 남산에 시비가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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