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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시] 조지훈 - 봉황수(鳳凰愁)

by 소행성3B17 2017.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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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황수(鳳凰愁)




  벌레 먹은 두리기둥 빛 낡은 단청(丹靑) 풍경 소리 날아간 추녀 끝에는 산새도 비둘기도 둥주리를 마구 쳤다. 큰 나라 섬기다 거미줄 친 옥좌(玉座) 위엔 여의주(如意珠) 희롱하는 쌍룡(雙龍) 대신에 두 마리 봉황새를 틀어 올렸다. 어느 땐들 봉황이 울었으랴만 푸르른 하늘 밑 추석(登石)을 밟고 가는 나의 그림자. 패옥(佩玉) 소리도 없었다. 품석(品石) 옆에서 정일품(正一品) 종구품(從九品) 어느 줄에도 나의 몸 둘 곳은 바이 없었다. 눈물이 속된 줄을 모를 양이면 봉황새야 구천(九天)에 호곡(呼哭)하리라. 





  ※ 1940년 '문장' 2월호 13호에 발표된 이 작품은 전연으로 짜여진 산문체의 서정시다.

  이 시는 식민지 말기 고궁의 옥좌 밑을 거닐면서 왕조의 몰락을 회고하며 기 심회를 읊은 역사 의식의 소산이며, 낭만주의적 경향을 띤 작품이다. 이 시의 주제는 망국의 설움이다.




  조지훈 (趙芝薰 1920 ~ 1968)

  본명은 동탁(東卓). 경북 영양 출생. 독학으로 중학과정을 익히고 검정시험을 거쳐 혜화전문 졸업. '문장'을 통하여 '고풍의상(1939)', '승무(1939)', '봉황수(1940)' 등으로 정지용의 추천을 받고 문단 데뷔. 동인지 '백지(白紙;1940)' 동인 '문장'의 동기생인 박두진, 박목월 등과 '청록집(1946)'을 간행함. 이른바 '청록파'의 한 사람. 고려대 교수, 한국 시인협회장 등 역임. 자유문학상 수상. 시집에 '풀잎단장(1958)', '조지훈 시선(1956)', '역사 앞에서(159)', 여운(1964)' 등 외에 수상집에 '창에 기대어(1958)', '지조론(1962)', '돌의 미학(1964)', 자작시 해설에 '시와 인생(1959)' 등이 있으며, 기타 국문학계의 중후한 저서가 있음. 서울 남산에 시비가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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