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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시] 랭보 - 골짜기에서 잠자는 사람

by 소행성3B17 2018.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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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짜기에서 잠자는 사람




  푸른 잎의 구멍이다. 한 갈래 시내가 답답스럽게 

  풀잎이 은빛 조작을 걸면서

  노래하고 있다. 태양이 거만한 산의 어깨로부터 

  빛나고 있다. 광선이 방울짓는 작은 골짜기다.


  젊은 병사 한 명이 모자도 없이 입을 벌린 채

  싹트기 시작한 푸른 풀싹에 목덜미를 담근 채

  잠자고 있다. 구름 아래 있는 풀밭에 누워

  광선이 쏟아지는 초록색 침대에 창백한 모습으로


  민들레 떨기 속에 발을 넣고 자고 있다. 병든 아이가

  미소짓듯 웃으면서 꿈꾸고 있다.

  자연이여, 따뜻한 손으로 어루만져 주어라, 추워 보이는 그를.


  초목의 향내도 그의 코를 간질이지 못한다.

  햇빛 속에서 고요한 가슴에 두 손을 올려 놓고

  그는 잠잔다. 오른쪽 옆구리에 두 개의 빨간 구멍을 달고서.






  ※ 이 시에서 랭보는 보불 전쟁 당시의 인상을 노래하고 있다. 원시는 1888년 르메르 판 '19세기 프랑스 시인 선집' 제4권에 있다.








  

  아르튀르 랭보(Arthur Rimbaud, 1854~1891)

  

  랭보는 아르덴의 샤를르빌에서 군인의 아들로 태어난 미모의 천재이며 악동이었다. 그는 카톨릭 신자인 어머니에 의해 키워졌으나 방랑벽 때문에 학업을 집어치우고 16~19세까지 불과 3년간의 문학생활을 통해 두 편의 시집 '취한 배'와 '지옥의 계절'로 불멸의 영예를 차지했다. 그후 시필을 집어 던지고 베를렌의 말대로 '바람구두를 신은 사나이'로 18년을 방랑하다가 병들어 마르세유에서 죽고 말았다.

  그는 가시의 세계 저 너머에 있는 심오한 우주의 신비를 발견하고 그 섬광을 옮겨 놓을 새로운 언어를 모색함으로써 인간 능력을 넘어선 듯 싶은 완전한 계시의 표현을 창조하고, 잠재의식의 세계를 시에 도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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