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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시] 랭보 - 모음(母音)

by 소행성3B17 2018.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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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음(母音)




  A는 흑, E는 백, I는 홍, U는 녹, O는 남색,

  모음이여 네 잠재의 탄생을 언젠가는 말하리라.

  A(아). 악취 냄새 나는 돌레를 소리내어 나르는

  눈부신 파리의 털 섞인 검은 코르셋.


  그늘진 항구, E(으), 안개와 천막의 백색.

  거만한 얼음의 창날, 하이얀 왕자, 꽃 모습의 떨림.


  I(이), 주홍색, 토해낸 피, 회개의 도취련가.

  아니면 분노 속의 아름다운 입술의 웃음이련가.


  U(우), 천체의 주기, 한바다의 푸른 요람,

  가축들 흩어져 있는 목장의 평화,

  연금술을 연구하는 넓은 이마에 그어지는 잔주름살.


  O(오), 기괴한 날카로운 비명이 찬 나팔소리려니,

  온 누리와 천사들을 꿰뚫는 침목.

  오오, 오메가! 신의 시선의 보라빛 광선.








  ※ 랭보는 이 시에서 음향과 색채와 향기 사이의 이론 체계를 세우려 했었는지 모른다. 그것은 일찍이 보들레르가 그의 작품 '교감'에서 시도했던 바였다. 이 시에서도 알 수 잇는 바와 같이, 랭보는 감각미를 성립한 시인. 보들레르가 인공미, 말라르메가 이미지를 세운 것처럼.





    


    아르튀르 랭보(Arthur Rimbaud, 1854~1891)

  

  랭보는 아르덴의 샤를르빌에서 군인의 아들로 태어난 미모의 천재이며 악동이었다. 그는 카톨릭 신자인 어머니에 의해 키워졌으나 방랑벽 때문에 학업을 집어치우고 16~19세까지 불과 3년간의 문학생활을 통해 두 편의 시집 '취한 배'와 '지옥의 계절'로 불멸의 영예를 차지했다. 그후 시필을 집어 던지고 베를렌의 말대로 '바람구두를 신은 사나이'로 18년을 방랑하다가 병들어 마르세유에서 죽고 말았다.

  그는 가시의 세계 저 너머에 있는 심오한 우주의 신비를 발견하고 그 섬광을 옮겨 놓을 새로운 언어를 모색함으로써 인간 능력을 넘어선 듯 싶은 완전한 계시의 표현을 창조하고, 잠재의식의 세계를 시에 도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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