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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시] 샌드버그 -시카고

by 소행성3B17 2018.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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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카고



  세계를 위한 돼지 도살자,

  연장의 제작자, 밀을 쌓아 올리는 자,

  철도 도박사, 온 나라의 화물 취급자.

  떠들썩하고 꺼칠한 목소리에 왁자지껄한

  어깨가 떡 벌어진 건강한 도시.


  사람들은 너를 가리켜 악의 도시라 하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짙은 화장을 한 너의 여인들이 가스등 밑에서 시골에서 올라온 젊은이들을 유혹하는 것을 나는 보았다.

  사람들은 너를 가리켜 흉악한 도시라 하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갱이 사람을 죽이고, 또한 사람을 죽이기 위하여 석방되어 가는 것을 나는 분명이 보았다.

  사람들은 너를 가리켜 잔인하다고 하고, 나 도한 그렇게 생각한다. 부녀자와 어린이들의 얼굴에 심한 굶주림이 깃들여 있는 것을 나는 보았다.

  이렇게 대답하고 나서 나의 이 도시를 비웃는 사람들을 향해 다시 한번 비웃음을 돌린 뒤 나는 이렇게 말한다.

  이처럼 잔뜩 고개를 쳐들고, 활발하면서 조잡하며 그리고 교활하다는 사실을 이렇듯 자랑스럽게 노래하고 있는 도시가 달리 있다면서 어서 내게 보여 다오.

  일에 뒤이어 일이 겹치는 고역 속에서 매력 있는 욕지거리를 퍼부으며, 조그맣고 연약한 다른 도시와는 전혀 성격이 다른 키 큰 강타자가 여기에 있다.

  공격을 하려고 혀를 날름거리는 개와도 같이 사납고, 황야와 투쟁하고 있는 야만인처럼 교묘하게

  맨 대가리로

  삽집을 하고

  파괴하고

  계획하고

  건설하고, 부수고 다시 건설하고

  매연에 싸여 입은 온통 먼지투성이가 된 채 하얀 이를 드러내면 웃고 있고,

  운명의 가혹한 무거운 짐 아래서 청년처럼 웃으며 전쟁에 패해 본 일이 없는 어수룩한 전사들처럼 웃고 있으며,

  그 손목 아래에는 국민의 맥박이 있고, 자기 늑골 아래에는 국민의 심장이 있음을 자랑스럽게 웃으면서,

  껄껄거린다!

  반나체로 땀을 흘리면서, 돼지의 도살자이며, 연장의 제작자, 밀을 쌓아 올리는 자, 철도 도박자, 온 나라의 화물 취급자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청년과 같이 떠들썩하게 꺼칠한 목소리로 웃고 있다.








  ※ 거칠고 거대한 신흥 도시를 건장한 사나이에다 비유하면서 거 조잡한 면이나 야만스러운 면을 인정하면서도 계속해서 '아름다운 도시'로 찬미한 이 힘찬 시는 지금까지의 시의 이미지를 완전히 깨뜨린 것이다.

  샌드버그는 휘트먼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 자유시 속에다 은어를 사용하면서 민중을 노래했고, 미국 중서부의 생활을 배경으로 하여 지난 날의 시가 지녔던 개념을 무시하였으며, 주제도 사용하는 언어도 모두 일상적인 것에서 골랐다.








   



  칼 샌드버그 (Carl Sandburg, 1878~1967)


  미국 중서부 출신의 시인. '시카고 시편', '매연과 강철' 등에 있어 미국의 슬랭 언어를 사용하고 자유시형을 구사하여 야성적인 근대조시인 사키고를 노래하였기 때문에 기계 시대의 시인이란 이름을 얻었다. 그러나 한편 중서부의 자연을 소박한 가락으로 노래한 감수성이 섬세한 시인이기도 하다.

  그후의 작품으로는 미국의 정신을 읊은 '그렇다, 민중이여'가 있고, 산문으로는 6권으로 된 '링컨전' 동화집들이 있고, '추억의 바위'라는 산문형식으로 된 웅대한 서사시도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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