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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시] 주명숙 - 꽃벗

by 소행성3B17 2018.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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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벗



  벚꽃 그림 앞에 한참 머뭇기리던 아이가

  '꽃벗' 이라고 쓴다

  꾹꾹 눌러 쓰여진 두 글자가 제 풀에도 무안한지

  슬며시 비뚤어졌다

  제가 달아준 꽃 이름이 무척 마음에 드나보다

  아직 한글이 서툰 아이의 어깨가 으쓱하더니

  또랑또랑 야무진 목소리로

  '벚꽃' 이라고 읽는다

  문득, 우주를 닮은 아이의 마당 안에

  흐드러지게 꽃벗이 피어난다

  벚꽃과 꽃벗이 화르르 번식중이다


  이 깜직한 반란 앞에서

  어린 시인에게 나는 또 한 수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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