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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古事成語)

고사성어 - 낙백(落魄)

by 소행성3B17 2021.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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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백(落魄)

 

 

 

  넋이 달아났다는 말. 모든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형편이 말이 아닌 그런 상태를 말한다. 일정한 직업도 생업도 없이 끼니가 간데 없는 그런 상태를 말함.

 

  이 말은 '사기' 역생·육가열전(酈生·陸賈列傳)에 나오는 말이다.

  '역생 이기란 사람은 진류 고양 사람으로 글 읽기를 좋아했으나 집이 가난하고 낙백하여, 입고 먹기 위한 일을 하는 것이 없었다'

 

  이것이 유명한 역이기(酈食其)의 전기에 나오는 첫머리다. 이 글을 보더라도 집이 가난한 것이 낙백이요, 입고 먹을 벌이마저 할 수 없는 처지가 낙백인 것 같다. 그러나 역시 역이기의 경우는 벌이를 못한 것이 아니라 할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결국 돈이 떨어진 건달의 형색을 낙백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영웅호걸 치고 어느 누가 낙백을 맛보지 ㅇ낳은 사람이 있겠는가.

 

  이런 형편에서 역이기는 마을 문지기 노릇을 하고 있었다. 옛날은 마을마다 담과 울타릴 같은 것이 있고 마을로 들어가는 문이 있어서 이를 지키곤 했다. 그는 비록 감문(監門)이란 천한 일을 하고 있었지만 말과 행동만은 그렇게 거만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미치광이라고 불렀다.

 

  그러던 그가 진시황이 죽고 천하가 다시 어지러워지자 출세의 부푼 꿈이 다시 불붙기 시작했다. 호걸들이 의병을 이르켜 서북으로 진격해 올라가노라 고양을 지나게 되면, 혹시나 하고 역이기는 그들을 만났으나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때 뒷날 한고조(漢高祖)가 된 패공(沛公) 유방(劉邦)이 이 땅을 점령해 진류로 들어온다는 소식이 들려 왔다. 그런데 다행히도 패공 휘하에 있는 기사(騎士) 한 사람이 역이기와 같은 마을 사람이었는데 그가 고향 가까이 온 기회에 집에 들르게 되었다. 전부터 패공의 소식을 잘 듣고 있던 역이기는 그 기사를 찾아가 이렇게 말했다.

 

  "내가 듣기에 패공은 거만하고 사람을 업신여기며 뜻이 크다고 하는데 이런 사람이야말로 내가 같이 한 번 따라 일을 해보았으면 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나를 소개해 줄 사람이 없다. 그대가 패공을 보거든 이렇게 말을 해주게. 우리 마을에 역이기란 사람이 있는데, 나이는 육십이 넘었고 키가 팔척이나 되며 사람들이 다 그를 미치광이라고 부르고 있으나 그 자신은 미치광이가 아니라고 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패공은 선비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손님들 중에 선비의 갓을 쓰고 오는 사람이 있으면 그 갓을 벗어 그 안에다 오줌을 누기까지하며, 사람들과 말할 때면 항상 큰 소리로 꾸중을 하는 형편인만큼 절대로 선비로서 패공을 설득시킬 수는 없을 것이오."

 

  " 그런 걱정은 말고 제발 만나게만 해주게."

 

  이리하여 이 기사의 소개로 패공은 고양으로 들어왔을 때 사람들을 보내 역이기를 불러들였다.

 

  역이기가 패공을 뵈러 들어가자, 패공은 그때 막 평상에 걸터 앉아 두 다를 쭉 뻗고 두 여자에게 발을 씻기고 있었다.

 

  패공은 발을 씻기며 그대로 역이기를 대했다. 역이기는 두 손을 모아 높이 들어 보일 뿐 절은 하지 않고 목소리를 가다듬어 입을 열었다.

 

  "족하(足下)는 진나라를 도와 제후를 칠 생각이우, 아니면 제후를 거느리고 진나라를 칠 생각이오?"

 

  패공은 큰 소리롤 꾸짖어 대답했다.

 

 "이 철부지 선비야, 천하가 다 같이 진나라에 시달린 지 오래다. 그래서 제후가 서로 힘을 합해 진 나라를 치려는 것이 아니냐. 진나를 도와 제후를 치다니 무슨 그런 뚱단지 같은 소리를 한단 말이냐!"

 

  "만일 군대를 모으고 의병을 합쳐 무도한 진나라를 칠 생각이면, 그렇게 걸터 앉아 늙은이를 대하지는 못할 거요."

 

  이 말에 패공은 얼른 물 그릇을 치우게 하고, 일어나 의관을 갖춘 다음 역생을 상좌로 모셔 올려 그의 의견을 들었다.

 

  이리하여 육십평생을 낙백으로 보낸 역이기는, 패공을 도와 동분서주하며 그의 인격과 뛰어난 말 재주로 군사 하나 움직이지 않고 제후들을 패공의 휘하로 들어오게 하는 데 비상한 공을 세우곤 했다.

 

  그러나 한신(韓信)이 역이기의 재주를 시기하여, 이미 그가 말로써 항복을 받은 제나라를 무력으로 침공해 들어감으로써 역이기의 술책에 넘어간 줄로 오해를 한 제왕은 역이기를 기름 가마에 넣어 죽이고 말았다.

 

  이때 제왕의 역이기에게, 한신의 침략군을 고이 물러가게 하면 살려 준다는 조건을 내걸었으나, 역이기는 이미 일이 틀린 줄을 알고 큰 소리를 치며 태연히 기름 가마로 뛰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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